불파이트
불파이트 (Bullfight 315 5065) · 1984 · Cor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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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 총 쏘는 게임과 자동차 게임이 가득하던 시절에, 투우를 소재로 삼은 기계가 있었습니다. 스페인 투우장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고, 붉은 천 하나와 검 한 자루로 돌진하는 소를 상대하게 만든 게임입니다. 소재만으로도 눈길을 끌지만, 실제로 해 보면 이 게임이 왜 투우를 골랐는지 알게 됩니다. 상대가 하나뿐이고, 그 하나가 계속 나를 향해 달려오는 구조만큼 긴장을 만들기 좋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불파이트(Bullfight)는 투우사가 되어 소와 겨루는 스포츠 액션 게임입니다. 손에는 붉은 천과 검이 있고, 소는 화면 안을 돌아다니다 방향을 잡아 돌진합니다. 천으로 소의 돌진을 흘려보내고, 틈이 났을 때 검으로 찔러 소를 쓰러뜨리면 그 판이 끝납니다.
한 판의 흐름
소는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방향을 정하고 달려옵니다. 이때 옆으로 피하기만 하면 안전하지만 점수가 오르지 않고, 천을 내밀어 소의 뿔이 천을 지나가게 만들어야 제대로 상대한 것이 됩니다. 피하는 것과 흘려보내는 것은 다른 동작이고, 이 차이가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소가 돌진을 마치고 잠깐 멈춰 서는 순간이 검을 쓸 기회입니다. 이 틈이 아주 짧기 때문에 미리 위치를 잡고 있어야 하고, 각도가 맞지 않으면 헛손질이 됩니다. 한 번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소가 다시 일어나 달려오기도 합니다.
소의 돌진에 잘못 걸리면 손에서 검을 놓칩니다. 검이 바닥에 떨어진 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다시 주우러 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도 소는 계속 움직입니다. 무기를 되찾는 이 과정이 이 게임에서 가장 위험한 시간입니다.
뒤로 갈수록
판이 올라가면 소가 빨라지고 방향 전환이 날카로워집니다. 처음에는 직선으로만 달려오던 것이 나중에는 도중에 방향을 틀기 때문에, 미리 옆으로 빠져 있으면 오히려 그쪽으로 따라옵니다. 소의 움직임을 보고 반응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듭니다.
나중 판에서는 소가 한 마리 더 들어옵니다.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으므로, 한 마리를 처리하는 동안 다른 한 마리의 위치를 계속 곁눈질해야 합니다. 두 마리가 양쪽에서 동시에 달려오는 배치에 걸리면 사실상 빠져나갈 곳이 없어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미리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너스 판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무기 없이 투우장에 들어가 달려오는 소를 최대한 오래 피하기만 하면 됩니다. 공격할 수단이 없으니 순수하게 회피 실력만으로 버티는 구간이고, 잘 버티면 점수를 더 받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
가장 흔한 실수는 소가 달려올 때 뒤로 물러서는 것입니다. 소가 사람보다 빠르기 때문에 뒤로 도망치면 반드시 따라잡힙니다. 옆으로 비켜서야 하고, 그것도 소가 방향을 확정한 뒤에 비켜야 합니다. 너무 일찍 움직이면 소가 그쪽으로 각도를 바꿉니다.
두 번째는 욕심입니다. 소가 멈춘 것처럼 보인다고 곧바로 찌르러 가면 대개 다시 움직입니다. 확실한 틈이 아니면 천으로 한 번 더 흘려보내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세 번째는 투우장 벽을 등지지 않는 것입니다. 화면 가장자리에 몰리면 옆으로 비킬 공간이 없어져서 그대로 받힙니다. 늘 화면 가운데 쪽에 자리를 잡고 상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이 게임은 코어랜드가 만들고 세가가 낸 기판에서 돌아갔습니다. 코어랜드는 자기 이름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다른 회사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게임을 여럿 만든 개발사였습니다. 1980년대 중반 일본 오락실 시장에는 이런 관계가 흔했습니다. 만드는 곳과 파는 곳이 달랐고, 화면에 뜨는 회사 이름만으로는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소재 면에서도 이 시기는 실험이 많았습니다. 슈팅과 액션이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그 사이사이에 낚시나 볼링, 투우처럼 아무도 게임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던 소재들이 하나씩 나왔습니다. 대부분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그중 몇몇은 지금 다시 봐도 신선합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런 소재의 기계가 흔치 않았습니다. 투우 자체가 낯선 문화였기 때문에 화면을 봐도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짐작하기 어려웠고, 그런 게임은 대개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게임을 아는 사람은 그때 실제로 이 기계를 만나 본 소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