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스트 오프
블래스트 오프 (Blast Off Japan) · 1989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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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그를 만든 회사가 1989년에 만든 우주 슈팅
남코라는 이름은 슈팅 게임의 역사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1979년 갤럭시안, 1981년 갤러그로 이어지는 흐름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종스크롤 슈팅의 문법을 사실상 확정했습니다. 아래에서 기체가 올려 쏘고, 위에서 적이 편대를 지어 내려오고, 그 편대가 대형을 흩뜨리며 달려드는 구조는 전부 그 시절 남코가 다듬어 놓은 것입니다.
1989년에 나온 이 게임은 그 계보 위에 서 있습니다. 다만 십 년이 지난 뒤의 하드웨어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다릅니다. 1980년대 말의 기판은 초창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물체를 동시에 화면에 띄울 수 있었고, 배경도 여러 겹으로 흐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우주를 그리더라도 화면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진 시기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블래스트 오프(Blast Off)는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화면 아래쪽의 기체를 조종하고, 위에서 내려오는 적과 그들이 쏘는 탄을 피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레버로 기체를 상하좌우 여덟 방향으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탄을 쏩니다. 적탄이나 적기에 한 번 닿으면 기체를 잃습니다.
이 장르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조준이 아니라 회피입니다. 총알은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알아서 나갑니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하는 일은 화면 안에서 자기 기체를 어디에 둘지 매 순간 결정하는 것입니다. 슈팅 게임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쏘는 손은 쉬지 않는데, 피하는 판단은 끊임없이 새로 해야 합니다.
처음 하면 여기서 죽습니다
슈팅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버릇은 화면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적을 빨리 잡고 싶어서 앞으로 나가는데, 위로 갈수록 적이 나타나는 자리와 가까워져서 반응할 시간이 사라집니다. 기본은 화면 아래쪽에 머무는 것입니다. 아래에 있으면 적이 등장해서 내게 닿기까지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이 곧 피할 여유입니다.
두 번째는 자기 기체의 판정 크기를 오해하는 것입니다. 화면에 그려진 기체 그림 전체가 맞는 부위라고 생각하면 실제보다 훨씬 크게 피하게 되고, 그러다 오히려 구석에 몰립니다. 이 시기 슈팅 게임은 대체로 기체 그림보다 실제 피격 판정이 작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스쳐도 살아남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훨씬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탄을 하나씩 보려는 습관입니다. 화면에 탄이 많아지면 개별 탄을 따라가는 눈으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대신 탄이 없는 빈 공간을 보고 그쪽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슈팅을 오래 한 사람들은 탄을 피하는 게 아니라 틈을 찾아 들어간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눈이 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큰 적이 나올 때
종스크롤 슈팅은 구간마다 덩치 큰 적이 나와 흐름을 끊습니다. 이때 초보가 흔히 하는 실수는 큰 적의 몸통 바로 아래에 붙어서 계속 쏘는 것입니다. 화력을 몰아주기에는 좋지만, 그 자리는 대개 탄이 가장 촘촘하게 쏟아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좌우로 움직이며 쏘는 편이 오래 버팁니다.
또 하나는 큰 적이 등장하기 직전에 화면을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잔챙이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큰 적을 맞으면, 사방에서 오는 탄과 정면에서 오는 탄을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앞 구간에서 놓친 적이 없는지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만으로 체감 난이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1989년의 오락실과 남코
1980년대 말은 오락실 슈팅 게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던 시기입니다. 여러 회사가 저마다 종스크롤 슈팅을 내놓았고, 화면에 띄우는 적의 수와 배경의 화려함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넘쳐났기 때문에, 기계 앞에 서서 삼십 초 안에 재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그냥 옆으로 갔습니다.
남코는 그 경쟁에서 오래된 이름이자 여전히 현역인 회사였습니다. 갤러그로 장르의 기초를 세운 이력이 있었고, 1980년대 내내 아케이드 기판을 꾸준히 갱신했습니다. 이 게임 역시 그 연속선 위에 놓인 작품으로, 회사가 십 년 동안 쌓아 온 우주 슈팅의 감각을 당대의 하드웨어로 다시 풀어낸 결과물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 자체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같은 시기 한국 오락실의 슈팅 자리는 이미 다른 인기작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갤러그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의 화면에서 익숙한 감각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