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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쿠리 카드

빅쿠리 카드 (Bikkuri Card Japan) · 1987 · Pe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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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뒤집기가 오락실 기판이 되던 시절

같은 그림 두 장을 찾아 뒤집는 카드 맞추기는 누구나 아는 놀이입니다. 종이 카드만 있으면 되는 이 놀이가 1980년대 후반에는 오락실 기판으로도 나왔습니다. 화려한 액션 게임이 즐비하던 시기에 이런 물건이 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지지만, 답은 단순합니다. 오락실에 오는 사람이 전부 액션 게임을 하러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빅쿠리 카드는 그런 자리에 놓였던 게임입니다. 잠깐 앉아서 머리를 식히는 용도, 혹은 액션 게임에 자신 없는 사람도 동전을 넣을 수 있는 자리를 노린 기판입니다.

빅쿠리 카드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7)

어떤 게임인가

빅쿠리 카드(Bikkuri Card)는 페니가 1987년에 낸 1인용 카드 맞추기 게임입니다. 뒤집힌 카드가 화면에 늘어서 있고, 두 장씩 뒤집어 같은 그림이면 그대로 사라지고 다르면 다시 덮이는 규칙입니다. 판 위의 카드를 다 없애면 그 판이 끝납니다.

여기에 오락실 게임다운 요소가 붙습니다. 제한 시간입니다. 아무리 짝을 잘 찾아도 시간이 다 되면 끝나기 때문에, 느긋하게 하나씩 확인해 볼 수는 없습니다. 기억력과 속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셈입니다.

판이 넘어갈수록 카드 수가 늘고 그림도 서로 비슷해집니다. 앞판에서는 여유가 있던 시간이 뒤로 갈수록 빠듯해지고, 그 지점에서 승부가 갈립니다.

기억하는 방법

이 게임을 잘하려면 카드의 위치를 기억해야 하는데, 무작정 외우려 들면 금방 한계가 옵니다. 사람이 한 번에 붙잡아 둘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효과적인 방법은 화면을 구역으로 나누어 기억하는 것입니다. 좌상단, 우상단 같은 식으로 대략의 위치와 함께 묶어 두면 훨씬 오래 남습니다. 좌표 하나하나를 외우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뒤집는 순서도 요령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카드를 하나 뒤집고, 두 번째로 이미 본 카드 중 짝일 가능성이 있는 것을 뒤집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실패하더라도 새 정보가 하나씩 쌓입니다. 아무거나 두 장을 동시에 뒤집으면 실패했을 때 외울 것만 두 개 늘어납니다.

시간과의 싸움

시간이 있다는 것은 이 게임이 순수한 기억력 게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확실하지 않은 짝이라도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면 그냥 시도해 보는 편이 낫습니다. 앉아서 고민하는 시간은 그대로 손해입니다.

반대로 초반에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앞부분에서 정보를 충분히 쌓아 두면 뒤에서 짝이 줄줄이 맞아 떨어집니다. 처음부터 급하게 뒤집으면 정보가 뒤죽박죽 섞여서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립니다.

한 판을 완전히 끝냈을 때 남은 시간이 다음 판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면 초반 판을 빨리 끝내는 것이 뒤를 위한 저축이 됩니다. 그래서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쉬운 판에서 속도를 냅니다.

이런 기판이 있던 이유

1980년대 후반 일본에는 크지 않은 회사들이 만든 소품 기판이 꽤 많았습니다. 마작, 카드, 퍼즐 같은 것들입니다. 큰 회사의 대작과 같은 자리에서 경쟁하는 대신, 업소 구석에 놓여서 잔돈을 받아 가는 자리를 노린 물건들입니다.

이런 기판은 만드는 비용도 크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연출이 필요 없고, 규칙 자체를 만들 필요도 없이 이미 있는 놀이를 옮기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은 회사가 시장에 발을 들이기 좋은 분야였고, 실제로 이 시기 카드·퍼즐 기판 목록에는 처음 듣는 회사 이름이 잔뜩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국 오락실에도 이런 성격의 기판이 있었습니다. 대전 격투나 슈팅이 놓인 자리 옆에, 짝 맞추기나 그림 찾기 같은 간단한 게임이 한두 대씩 서 있는 풍경입니다.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잠깐 시간을 때우기에는 그만이었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이 게임을 켜 보면 그 자리의 감각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한 판이 짧고, 하다 보면 자기 기억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됩니다. 오래된 게임이지만 재미의 원리 자체는 지금도 그대로 작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