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카르낙
빅 카르낙 (Big Karnak) · 1991 · Gaelc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91년 오락실 게임 중에 스페인에서 만든 것이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이 시장을 나눠 갖던 시절에 유럽의 작은 회사가 자체 기판으로 오락실 게임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고, 갈레코라는 이름은 그 드문 사례의 대표입니다. 이 게임은 그 회사가 초기에 내놓은 작품으로, 이집트 신화를 소재 삼아 검을 휘두르며 옆으로 나아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빅 카르낙(Big Karnak)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검을 든 주인공을 조종해 고대 이집트의 신전과 사막을 지나며, 몰려오는 적을 베고 구간 끝의 보스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입니다.
베고 뛰는 기본기
조작은 간단합니다. 좌우로 이동하고, 점프하고, 검을 휘두릅니다. 여기에 아래를 향해 찌르거나 위를 향해 베는 동작이 붙어 있어서, 높낮이가 다른 적에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검의 사거리가 짧기 때문에 거리 감각이 중요합니다. 적이 닿을 만큼 다가온 뒤에 휘두르면 이미 늦고, 너무 일찍 휘두르면 헛칩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가 그대로 부딪히는 것입니다.
요령은 제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적이 다가오게 두고 사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한 대 넣은 뒤 뒤로 빠지는 식으로, 치고 빠지는 리듬을 만들면 훨씬 오래 버팁니다. 앞으로 밀며 연타하는 방식은 이 게임에서 잘 통하지 않습니다.
아이템과 무기 강화
진행하다 보면 무기를 바꾸거나 강화하는 아이템이 나옵니다. 사거리가 늘어나거나 여러 명을 한 번에 벨 수 있게 되면 체감 난이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문제는 죽으면 다시 초기 상태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강화된 상태로 후반 구간에 들어갔다가 한 번 잃으면, 약한 검으로 그 구간을 다시 뚫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강화를 얻는 것보다 유지하는 쪽이 어렵습니다. 무리하게 점수를 노리거나 위험한 자리로 들어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는 길을 고르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집트라는 무대
배경은 이집트 신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신전 기둥과 상형문자, 미라와 자칼 머리를 한 존재들이 등장하고, 사막과 지하 무덤이 구간마다 번갈아 나옵니다.
이 소재 선택은 잘 먹혔습니다. 당시 오락실 액션 게임은 중세 판타지나 근미래를 배경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집트는 그중에서 덜 쓰인 소재였습니다. 덕분에 화면만 봐도 다른 게임과 구분이 되었습니다.
그림도 이 게임의 강점입니다. 색을 진하게 써서 화면이 화려하고, 캐릭터의 움직임에도 손이 많이 갔습니다. 스페인의 작은 회사가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성도가 꽤 높습니다.
갈레코라는 회사
갈레코는 스페인에서 오락실 기판을 직접 설계하고 게임을 만들던 회사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여러 작품을 냈고, 유럽 오락실에서는 나름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일본 회사들이 자사 기판을 반복해서 쓰며 개발 비용을 아끼던 것처럼, 이 회사도 자체 기판을 만들어 여러 게임에 돌려 썼습니다.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한 작품에 들일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이 제한적이었고, 그래서 화려한 연출보다 단단한 기본기에 집중한 게임이 많습니다.
이 게임도 그렇습니다. 대단한 신기술이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조작 반응과 적의 배치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억울하게 죽는 느낌이 적습니다. 그 시절 유럽 오락실 게임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완성도로 평가받습니다.
난이도와 요령
오락실 게임답게 난이도는 높습니다. 체력이 넉넉하지 않고, 적이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구간이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납니다.
특히 위에서 떨어지거나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적이 나오는 구간이 까다롭습니다. 앞만 보고 있으면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화면 전체를 넓게 보면서 발밑과 머리 위를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보스는 대체로 공격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몇 번 부딪혀 보며 순서를 외우고, 안전하게 때릴 수 있는 틈을 찾아내면 그다음부터는 반복해서 깎을 수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 번의 기회에 한 대씩 넣는 방식이 확실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만난 사람은 드뭅니다. 유럽 시장 중심으로 유통된 게임이라 국내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접하면 처음 보는 게임인데도 어딘가 익숙한, 그 시절 오락실 액션의 감각을 그대로 가진 물건을 만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