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폰 필터
사이폰 필터 (Syphon Filter) · 1999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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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충격기와 사람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대체로 전기충격기입니다. 적에게 계속 전기를 흘리면 그 사람이 비명을 지르다가 불이 붙습니다. 1999년 게임치고는 꽤 충격적인 연출이었고, 당시 이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게임 자체가 더 유명해졌습니다.
그 게임이 사이폰 필터(Syphon Filter)입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으로 내놓은 3인칭 잠입 액션이고, 같은 시기의 메탈기어 솔리드와 나란히 놓고 비교되던 작품입니다.
요원 가브리엘 로건
주인공은 특수부대 출신 요원 가브리엘 로건입니다. 사이폰 필터라 불리는 생물무기를 둘러싼 음모를 쫓아 워싱턴 D.C.의 거리, 지하철, 공원, 그리고 해외의 시설들을 돌아다닙니다. 이야기는 배신과 은폐로 이어지는 첩보물 문법을 충실히 따릅니다.
임무는 대체로 목표 지점에 도달하거나, 무언가를 회수하거나, 폭탄을 해체하는 식입니다. 시간 제한이 붙는 임무가 많아서 마음 놓고 천천히 움직일 수 없습니다. 지하철 객차의 폭탄을 순서대로 해체하는 구간은 이 게임에서 가장 손에 땀이 나는 대목입니다.
잠입과 정면 돌파 사이
완전한 잠입 게임은 아닙니다. 몸을 숨기고 조용히 처리하는 것도 되지만, 총을 들고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됩니다. 조준 방식이 두 가지인데, 자동으로 붙잡는 조준과 직접 겨누는 정밀 조준을 상황에 맞게 바꿔 씁니다. 멀리 있는 적의 머리를 정밀 조준으로 노리는 감각이 이 게임의 핵심 손맛입니다.
무기도 폭이 넓습니다. 권총, 소총, 산탄총, 저격총에 가스 수류탄과 앞서 말한 전기충격기까지 들고 다니며 상황에 따라 골라 씁니다. 탄약이 넉넉하지 않아 아무거나 쏘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당시의 위치
1999년은 메탈기어 솔리드가 잠입 액션이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직후였습니다. 사이폰 필터는 그 흐름에 올라타되, 훨씬 더 총격에 무게를 실은 쪽으로 갔습니다. 숨는 것보다 쏘는 게 편한 사람에게는 이쪽이 더 맞았습니다.
국내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 초창기 대표작 중 하나로 꾸준히 언급됐습니다. 어려운 편에 속해서 초반 지하철 구간을 못 넘기고 포기한 사람도 많았지만, 넘긴 사람은 끝까지 갔습니다.
지금 해 볼 때
조작이 요즘 기준으로는 뻣뻣합니다. 아날로그 스틱으로 자유롭게 도는 방식이 자리 잡기 전이라, 방향을 돌리고 나아가는 감각을 먼저 익혀야 합니다. 그 벽만 넘으면 임무 구성이 알차서 금방 몰입하게 됩니다.
적을 만나면 무작정 쏘기보다 벽 뒤로 붙어 하나씩 정리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체력 회복 수단이 귀하기 때문에, 한 구간을 무손실로 넘기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게임이 훨씬 수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