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랜드
섀도우랜드 (Shadowland yd3) · 1987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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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끝냈는데 엔딩이 다섯 가지입니다. 그것도 잘하고 못하고로 갈리는 게 아니라, 돈을 얼마나 모았는지와 적을 얼마나 잡았는지에 따라 지옥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인간계로 돌아오기도 하고 천국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1987년에 나온 오락실 액션 게임이 플레이 내내 조용히 저울질을 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판정을 내리는 셈입니다.
섀도우랜드(Shadowland)는 일본에서 요괴도중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타로스케라는 소년이 요괴들이 들끓는 저승길을 걸어가며 기 탄환을 쏘아 길을 뚫는 내용입니다. 남코가 처음으로 16비트 기판에서 만든 아케이드 게임이기도 해서, 같은 시기 8비트 게임들과 나란히 놓으면 캐릭터 크기와 색 수에서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쏘고, 모으고, 사는 게임
기본 조작은 이동과 점프, 그리고 기 탄환 발사입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액션 게임이지만 발사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기가 모여서 더 강한 탄환이 나갑니다. 문제는 너무 오래 모으면 과충전이 되어 몇 초 동안 움직이지도 쏘지도 못하고 굳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적이 몰려오는 와중에 욕심을 부리다 굳으면 그대로 얻어맞습니다. 이 밀고 당기는 감각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적을 잡으면 돈이 나오고, 이 돈으로 길에서 만나는 곳에서 아이템을 삽니다. 그래서 무작정 앞으로만 달리는 게임이 아니라, 이 구간에서 얼마나 벌고 무엇에 쓸지 계산하는 게임이 됩니다. 돈을 아끼면 필요한 순간에 대비가 없고, 다 써 버리면 뒤가 없습니다.
보스전은 방식이 아예 다릅니다. 타로스케가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 몬모타로라는 정령이 공중에 나타나 보스에게 에너지 구슬을 떨어뜨립니다. 직접 싸우는 게 아니라 소환한 존재가 대신 싸워 주는 구조라, 처음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 쉽습니다.
갈림길과 다섯 개의 결말
스테이지가 한 줄로 이어지지 않고 갈래가 있습니다. 곳곳에 숨겨진 출구와 보너스가 있어서, 같은 게임을 해도 사람마다 지나온 길이 다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이 구조를 모르고 눈앞의 길만 따라가다가 아무것도 못 모은 채 끝나기 쉽습니다.
엔딩이 다섯 가지라는 점이 이 구조와 맞물립니다. 지옥, 노예의 세계, 짐승의 세계, 인간계 귀환, 천국까지 다섯 갈래인데, 어느 쪽으로 가는지는 모은 돈과 잡은 적 수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클리어했다는 사실보다 어떤 결말을 봤느냐가 더 큰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좋은 엔딩을 노리려면 급하게 달리지 말고 벌 수 있을 때 확실히 벌어 두어야 합니다.
이런 설계는 1987년 기준으로 상당히 앞서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오락실 게임이 끝까지 가면 하나의 엔딩을 보여 주고 끝나던 시절에, 플레이 방식 자체를 평가해서 다른 결말을 내놓는다는 발상은 흔치 않았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기 모으기를 잘못 쓰는 것입니다. 약한 잡몹까지 일일이 모아서 쏠 필요는 없습니다. 짧게 툭툭 쏘면서 진행하다가, 단단한 적이 나올 때만 잠깐 모으는 쪽이 안전합니다. 과충전 경직은 정말로 목숨을 앗아 갑니다.
두 번째는 점프 관리입니다. 이 게임의 점프는 공중에서 세밀하게 조정하기 어려운 편이라, 뛰기 전에 착지점을 정해 두어야 합니다. 적을 피하려고 반사적으로 뛰었다가 다른 적 위로 떨어지는 사고가 잦습니다.
세 번째는 돈 관리입니다. 초반에 아이템을 아끼다가 중반에 곤란해지는 사람이 많은데, 살아남아야 그다음 돈도 버는 것이니 필요할 때는 쓰는 게 맞습니다.
남코의 요괴 취향과 그 이후
남코는 이 시절 일본 전통 설화와 요괴를 소재로 삼는 데 재미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서양풍 판타지가 아니라 갓파와 도깨비불 같은 것들이 나오는 화면은 당시 다른 회사 게임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타로스케라는 캐릭터도 이후 남코의 다른 작품들에 얼굴을 비치며 회사의 마스코트 계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인기작이라기보다 한쪽 구석에서 돌아가던 축에 속했습니다. 화면이 어둡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처음 앉은 사람이 몇 번 죽고 자리를 뜨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규칙을 알고 나면 인상이 완전히 뒤집히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그때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게임을 이제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