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
소림사 로드 (Kicker) · 1985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 가득 노란 옷을 입은 적들이 문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이쪽은 한 명이고, 위아래 층을 뛰어 다니며 발차기 한 번에 하나씩 떨어뜨립니다. 정해진 수를 채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이 단순한 규칙이, 붙잡으면 좀처럼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소림사 로드(Kicker / Shao-lin's Road)는 코나미가 만든 쿵후 액션입니다. 앞서 크게 성공한 일대일 쿵후 대전 게임의 후속으로 나왔지만, 형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 명과 마주 서서 겨루는 대신, 여러 층으로 나뉜 무대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떼로 몰려오는 적을 처리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한 단계의 흐름
각 단계에는 쓰러뜨려야 할 적의 수가 정해져 있고, 화면에 남은 수가 표시됩니다. 문에서 적이 계속 등장하고, 그 수를 다 채우면 그 단계가 끝납니다.
무대는 여러 층으로 되어 있어서 위로 뛰어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 위아래 이동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같은 층에서 좌우로만 싸우면 앞뒤로 협공당하기 쉽지만, 층을 오르내리면 적의 대열을 흩뜨릴 수 있습니다.
적은 종류에 따라 다르게 움직입니다. 맨몸으로 달려들어 붙는 쪽이 있고, 거리를 두고 무언가를 던지는 쪽이 있습니다. 던지는 적을 방치하면 이동 경로가 계속 막히므로, 몰려오는 적보다 먼저 처리해야 하는 우선순위가 생깁니다.
발차기와 위치 잡기
공격은 서서 차기와 뛰면서 차기가 중심입니다. 서서 차는 것은 안전하지만 사거리가 짧고, 뛰면서 차는 것은 거리를 벌면서 들어갈 수 있지만 착지할 때 무방비가 됩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죽는 방식은 뛰어차기를 남발하다가 착지 지점에 적이 있어서 그대로 맞는 것입니다. 뛰기 전에 착지할 자리를 먼저 보는 습관을 들이면 사망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문 앞을 피하는 것입니다. 적이 나오는 문 바로 앞에 서 있으면 등장하자마자 붙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문에서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 서서, 나온 적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동안 차는 리듬을 만드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잠깐 강해지는 무기
특정 적을 쓰러뜨리면 구슬이 나타납니다. 이것을 주우면 잠깐 동안 특별한 공격 수단이 생깁니다. 사슬 달린 무기를 휘두르는 것, 불덩이를 던지는 것, 몸 주위를 도는 구슬이 닿는 적을 없애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 강화는 지속 시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먹자마자 아무 데나 쓰는 것이 아니라, 적이 화면에 많이 모여 있을 때 그 안으로 들어가서 한꺼번에 정리하는 데 쓰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특히 몸 주위를 도는 구슬은 그냥 적 무리 한가운데를 걸어 다니기만 해도 알아서 정리되므로 위험한 상황을 뒤집는 데 유용합니다.
구슬이 어디에 나올지는 어느 적을 먼저 잡느냐에 달려 있어서,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 맞춰 특정 적을 남겨 두거나 먼저 잡는 계산이 생깁니다. 단순해 보이는 게임에 판단의 층이 하나 더 붙는 부분입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초반 단계는 적의 수가 적고 움직임도 느려서 발차기만 반복해도 넘어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적이 동시에 여럿 등장하고, 던지는 적과 붙는 적이 섞여서 나옵니다. 여기가 처음 벽으로 느껴지는 구간입니다.
이 구간을 넘기는 요령은 욕심을 줄이는 것입니다. 화면의 적을 다 잡으려 하지 말고, 자기가 서 있는 층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올라오는 적만 하나씩 처리합니다. 층 하나를 확실히 장악하는 편이 사방을 뛰어다니는 것보다 훨씬 오래 삽니다.
목숨이 하나 남았을 때는 화면 구석을 피해야 합니다. 구석에 몰리면 좌우 중 한쪽이 벽이라 도망칠 방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이 게임처럼 적이 계속 밀려오는 구조에서는 그것이 곧 죽음입니다.
코나미와 그 시절 오락실
1980년대 중반의 코나미는 오락실에서 대단히 활발했습니다. 슈팅과 액션을 가리지 않고 내놓았고, 아케이드 기판의 표현력을 계속 밀어붙이던 시기였습니다. 이 게임 역시 색이 선명하고 캐릭터 동작이 또렷해서, 화면만 봐도 어느 회사 게임인지 알 수 있는 특유의 인상이 있습니다.
당시 오락실은 쿵후 소재가 유행하던 때이기도 합니다. 무협 영화의 인기가 게임에 그대로 흘러들었고, 발차기와 주먹만으로 진행하는 액션이 여럿 나왔습니다. 이 게임은 그 흐름 안에서 일대일 대전이 아니라 다수를 상대하는 방향을 택한 작품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계열 게임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조작이 레버와 버튼 두어 개로 끝나서 처음 보는 사람도 바로 붙을 수 있었고, 한 판이 길지 않아 동전 한 개로 짧게 즐기고 자리를 넘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목은 몰라도 화면을 보면 기억나는 그런 게임 중 하나입니다.
지금 해 본다면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규칙이 대단히 명료합니다. 정해진 수의 적을 잡으면 다음 단계로 간다는 것 하나뿐이라, 설명 없이 앉아도 곧바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몇 단계 지나면 위치 잡기와 강화 관리라는 계산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단순함이 얕음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한 번 붙잡으면 다음 단계까지만,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1980년대 오락실 액션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붙들었는지 몸으로 확인해 보기에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