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랄
강철요새 슈트랄 (Koutetsu Yousai Strahl Japan SET 1) · 1992 · U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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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문을 닫기 직전에 낸 게임에는 묘한 기운이 있습니다. 슈트랄은 UPL이 오락실에 내놓은 마지막 작품입니다. 1980년대 초부터 개성 있는 게임을 만들어 온 회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 이 횡스크롤 슈팅이었고, 그래서 이 게임에는 그동안 쌓아 온 것들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슈트랄(Koutetsu Yousai Strahl)은 전투기를 조종해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적을 격추하는 횡스크롤 슈팅입니다. 각 스테이지 끝에는 화면을 크게 차지하는 보스가 기다리고, 그것을 쓰러뜨려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전체 여섯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고, 정글과 폭풍우 치는 하늘, 도쿄 시가지를 지나 마지막에 제목이 가리키는 강철 요새에 도달합니다.
무기를 고른다는 것
이 게임의 특징은 시작할 때 주무기와 보조무기, 그리고 폭탄을 각각 고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네 종류씩 준비되어 있어서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이 됩니다. 앞으로만 강하게 나가는 무기를 고르면 보스전이 편해지고, 넓게 퍼지는 무기를 고르면 잡졸 처리가 수월해집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있습니다. 발사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폭탄 버튼을 함께 쓰면 위아래를 포함한 여러 방향으로 화력을 보낼 수 있습니다. 횡스크롤 슈팅에서 가장 곤란한 상황이 위나 아래에서 오는 적인데, 이 조작이 그 문제를 다루는 수단이 됩니다.
무기를 고르는 게임은 이 시기 슈팅에서 드물지 않았지만, 이 게임은 조합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잘 맞는 조합을 찾아 두면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고, 반대로 잘 안 맞는 조합으로 시작하면 초반부터 고생합니다. 몇 번 죽어 가며 자기에게 맞는 조합을 찾는 것이 이 게임의 첫 단계입니다.
진행과 요령
횡스크롤 슈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 잡기입니다. 화면 왼쪽에 붙어 있으면 앞에서 오는 적에게 대응할 시간이 길어지지만, 뒤에서 나타나는 적에게 약합니다. 화면 가운데쯤이 대개 무난합니다.
스테이지마다 지형이 다르므로 대응도 달라집니다. 정글처럼 지형이 복잡한 구간에서는 부딪히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 적을 다 잡으려 하지 말고 통과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늘이 열린 구간에서는 반대로 적의 수가 많아지므로 화력을 아끼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보스전은 대체로 패턴이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죽고, 두세 번째에 움직임을 외우고, 그다음에 잡는 식입니다. 보스가 크기 때문에 피할 공간이 좁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전한 자리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 자리를 찾는 것이 보스전의 전부입니다.
UPL이라는 회사의 마지막
UPL은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였지만 자기만의 감각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그림에서 다른 회사와 구분되는 특징이 있었고, 널리 알려진 대작은 없어도 아는 사람은 아는 이름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 오락실 시장은 격변기였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이 시장을 휩쓸면서 다른 장르가 설 자리가 좁아졌고, 기판 개발 비용은 오르는데 회수는 어려워졌습니다. 중소 개발사들이 이 시기에 차례로 문을 닫았고, UPL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 게임은 그 마지막 순간에 나왔습니다. 이 회사가 특별히 잘하던 갈래였던 슈팅으로 돌아가서, 무기 선택과 다방향 화력이라는 자기 나름의 답을 얹은 작품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마무리로는 나쁘지 않은 물건이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1992년 한국 오락실은 대전 격투 게임이 자리를 차지해 가던 때였습니다. 슈팅은 여전히 있었지만 예전만큼 대접받지 못했고, 이런 중소 회사의 슈팅이 들어올 자리는 더욱 좁았습니다.
그래도 슈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느 오락실에 어떤 슈팅이 있는지 알고 찾아다녔습니다. 격투 게임 소리로 가득한 오락실 구석에서 조용히 슈팅 기계를 붙잡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자리에서 이런 게임들이 마지막 손님을 맞았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켜면 그 시절 슈팅이 어디까지 갔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