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빅쿠리맨
슈퍼 빅쿠리맨 (Super Bikkuriman Japan) · 1993 · BEC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80년대 후반 일본과 한국의 문방구를 휩쓴 것이 초콜릿에 들어 있던 스티커였습니다. 천사와 악마가 그려진 그 스티커 시리즈가 빅쿠리맨이고, 인기가 커지면서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으며, 그 애니메이션의 후속인 슈퍼 빅쿠리맨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 게임입니다. 스티커에서 시작된 캐릭터들이 슈퍼패미컴 화면에서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다는 점이, 이 게임을 설명하는 가장 빠른 문장입니다.
슈퍼 빅쿠리맨(Super Bikkuriman)은 일대일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화면 양쪽에 캐릭터가 서고, 체력 게이지를 먼저 비운 쪽이 이깁니다. 방향키로 이동과 점프, 앉기를 하고 버튼으로 약공격과 강공격을 나누어 씁니다. 커맨드 입력으로 나가는 필살기가 캐릭터마다 준비돼 있어, 기본기로 상대를 흔든 뒤 필살기로 마무리하는 흐름은 이 시기 격투 게임의 문법을 그대로 따릅니다.
모드와 캐릭터
크게 두 가지로 즐깁니다. 하나는 컴퓨터 상대를 차례로 꺾어 나가는 혼자 하기 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두 사람이 붙는 대전 모드입니다. 혼자 하기에서는 뒤로 갈수록 상대의 대응이 매서워져서, 앞쪽 상대에게 통하던 단순한 패턴이 통하지 않게 됩니다. 대전 모드에서는 선택 가능한 폭이 넓어져 원작에 나온 여러 캐릭터를 골라 붙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설정을 따라 생김새와 크기가 제각각입니다. 몸집이 큰 쪽은 사거리와 위력이 좋은 대신 움직임이 굼뜨고, 작은 쪽은 빠르게 파고들 수 있는 대신 한 대 잘못 맞으면 크게 밀립니다. 이 차이가 뚜렷해서 캐릭터를 바꾸면 게임하는 느낌 자체가 달라집니다. 자기 손에 맞는 캐릭터를 찾는 것이 이 게임을 오래 잡는 첫 단계입니다.
캐릭터 게임이라는 자리
이 게임을 스트리트 파이터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판정과 공방의 밀도가 그만큼 촘촘하지 않고, 콤보를 파고들 여지도 얕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도 이 게임은 격투 게임의 기준작보다는 원작 팬을 위한 캐릭터 게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보면 할 일을 한 게임입니다. 캐릭터 그림이 원작의 인상을 잘 살렸고, 큼직한 도트로 그려진 몸짓과 필살기 연출이 시원합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골라 상대와 붙이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사람에게는, 시스템이 얕다는 점이 오히려 진입 장벽을 낮춰 줍니다. 커맨드가 복잡하지 않아 격투 게임을 처음 잡는 사람도 필살기 한두 개는 금방 쓸 수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요령
컴퓨터 상대는 접근할 때 규칙적인 버릇을 보입니다. 무작정 달려들기보다 한 발 물러서서 상대가 뛰어오르거나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받아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앉아서 내는 하단 공격으로 발을 묶은 뒤 강공격을 넣는 단순한 조합이, 초반 상대에게는 대부분 통합니다.
체력이 크게 밀렸을 때는 무리하게 필살기를 지르지 말아야 합니다. 이 게임은 필살기가 빗나갔을 때 생기는 빈틈이 커서, 한 번의 헛손질이 그대로 역전 기회를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상대의 공격이 끝나는 지점을 파악하고 그 틈에만 손을 대는 것이, 뒤쪽 상대를 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한국에서의 빅쿠리맨
한국에서 이 게임 자체를 해 본 사람은 많지 않지만, 원작 스티커는 사정이 다릅니다. 당시 국내 문방구에서도 비슷한 형식의 캐릭터 스티커가 널리 팔렸고, 천사와 악마 진영으로 나뉜 그림을 모으는 놀이가 유행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을 보면 이름은 몰라도 어딘가 낯익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 내수용으로만 나온 슈퍼패미컴 팩이라 국내에서는 대여점이나 잡지 지면을 통해 존재만 알려진 축에 듭니다. 지금 켜 보면 격투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보다는, 스티커 한 장에서 시작한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을 거쳐 게임까지 이어진 그 시절 미디어 확장의 한 단면으로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