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스페이스 인베이더 91
슈퍼 스페이스 인베이더 '91 (Super Space Invaders 91 World) · 1990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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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빨아올리는 원반
이 게임을 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대개 보스도 최종 스테이지도 아닙니다. 초원 위로 원반이 날아다니고, 그 아래에서 소들이 어슬렁거리는 보너스 판입니다. 원반이 광선을 내려 소를 빨아올리기 전에 쏴서 떨어뜨려야 하는데, 정신없이 쏘다 보면 어느새 목장이 텅 비어 있습니다. 원조 인베이더의 삭막한 검은 화면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뜻밖의 장면입니다.
슈퍼 스페이스 인베이더 '91(Super Space Invaders '91)은 화면 위쪽에 줄지어 선 침략자들이 좌우로 움직이며 조금씩 내려오고, 아래에서 포대를 좌우로 몰며 쏘아 맞히는 그 고전 규칙을 그대로 물려받은 작품입니다. 거기에 색과 아이템, 보스, 다양한 편대 패턴을 얹어 완전히 다른 게임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옛 규칙 위에 얹은 것들
기본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적을 하나씩 지울 때마다 남은 무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마지막 한 마리는 화면을 쏜살같이 가로지릅니다. 아래로 내려오는 폭탄을 피하면서 방벽 뒤에 숨었다가 나와 쏘는 리듬도 그대로입니다. 방벽은 적의 공격에도 내 총알에도 조금씩 깎여 나가므로, 언제 뚫고 나갈지를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달라진 것은 적의 대열입니다. 반듯한 사각형으로만 서 있던 옛 편대 대신, 원을 그리며 돌거나 좌우로 갈라지거나 지그재그로 흘러 내려오는 대형이 스테이지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화면 배경도 우주에서 도시로, 들판으로 계속 바뀝니다. 같은 규칙인데 판마다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달라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이템도 생겼습니다. 특정 적을 쓰러뜨리면 떨어지는 것을 주워 총알을 두 갈래로 늘리거나, 위로 곧게 뻗는 강한 무기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미스가 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니, 강화된 뒤에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됩니다.
보스가 있는 인베이더
몇 스테이지마다 커다란 보스가 나옵니다. 화면 위쪽을 가득 채운 채 광선을 뿌리거나 작은 적을 계속 뱉어 내는데, 약점 부위를 집중해서 때려야 합니다. 좌우로 넓게 움직이며 쏘기보다, 안전한 자리를 하나 잡아 두고 그 근처에서 최소한만 움직이며 계속 맞히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이 게임에서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대개 보스 자체가 아니라 그 직전 구간입니다. 편대가 빠르게 내려오면서 폭탄을 촘촘히 뿌리는 판에서 목숨을 다 쓰고 보스 앞에 도착하면 손 쓸 도리가 없습니다. 방벽을 아껴 두었다가 이런 구간에서 확실히 써먹는 것이 요령입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화면 가운데에 계속 서 있는 것입니다. 인베이더 계열에서는 양쪽 끝이 오히려 안전할 때가 많습니다. 적 무리가 한쪽으로 몰려 있을 때 반대편 끝으로 미리 빠져 두면, 내려오는 폭탄을 통째로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원조를 어떻게 다시 만들었나
원작 인베이더는 오락실이라는 공간 자체를 만들어 낸 게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이름을 십여 년 만에 다시 꺼내면서, 만든 쪽은 규칙을 바꾸는 대신 그 위에 살을 붙이는 길을 택했습니다. 좌우로 움직이며 쏘고 내려오는 것을 막는다는 뼈대는 손대지 않고, 색과 캐릭터와 연출만 그 시대에 맞게 갈아 끼운 것입니다.
그 선택 덕분에 이 작품은 원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통합니다. 옛날에 흑백 화면으로 저것을 하던 사람은 익숙한 리듬 위에서 새 그림을 보고, 처음 하는 사람은 그냥 잘 만든 고정 화면 슈팅으로 즐깁니다. 유머 감각도 한몫합니다. 소를 지키는 보너스 판이나 능청스러운 적 디자인은 원작의 긴장감과는 정반대 방향인데, 그 대비가 오히려 인상에 남습니다.
오락실과 문방구에서
국내에서 인베이더라는 이름은 게임 제목이라기보다 하나의 보통명사에 가까웠습니다. 위에서 뭔가 내려오고 아래에서 쏘는 게임을 통틀어 그렇게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들어왔을 때도 사람들은 대개 그냥 인베이더라고 불렀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 설명이 필요 없다는 점 때문에, 문방구 앞이나 오락실 입구 쪽 자리에 잘 어울렸습니다. 처음 보는 아이도 동전을 넣고 좌우로 흔들다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차립니다. 복잡한 조작도 외울 커맨드도 없이 손끝의 반응만으로 승부가 나는 게임이라, 지금 잡아도 몇 초 만에 몰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