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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레이드

스타블레이드 (Starblade st2 World) · 1991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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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전체가 폴리곤으로 움직이던 순간

1991년 오락실에서 이 기계 앞에 처음 섰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또렷합니다. 그 시절 오락실의 3D라고 하면 선만 그린 와이어프레임이거나, 미리 그려둔 그림을 확대·축소해 입체인 척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화면에 보이는 우주선도, 지나가는 지형도, 부서지는 파편도 전부 면이 채워진 폴리곤 덩어리로 돌아갔습니다. 게다가 그것들이 멈춰 있지 않고 시야를 휙휙 가로지르며 날아다녔습니다.

본체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곡면 화면을 감싸는 통 모양 몸체 안에 들어가 앉으면 주변 오락실 소음이 어느 정도 차단되면서, 화면 바깥의 현실이 잠시 지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몰입형 체감 기기의 초창기 형태였던 셈입니다. 동전을 넣기 전 시연 화면만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스타블레이드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어떤 게임인가

스타블레이드(Starblade)는 남코가 만든 3D 건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우주 전함의 포수 자리에 앉고, 배가 나아가는 길은 게임이 알아서 정해 줍니다. 즉 내가 어디로 갈지는 고를 수 없고, 오로지 조준과 사격만 맡습니다. 화면 위를 움직이는 조준경을 적에게 맞춰 놓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조작의 전부입니다.

조작이 단순한 만큼 게임의 재미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날아오는 적탄을 총으로 쏴서 지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적기를 부수는 것만큼이나 나를 향해 오는 붉은 탄을 요격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화면 사방에서 동시에 적이 나타나고 탄이 쏟아지면, 어느 쪽을 먼저 지울지 순간마다 결정해야 합니다.

스타블레이드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조준과 요격의 저울질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눈에 보이는 적기부터 쫓는 것입니다. 적기를 부수면 시원하지만, 그 사이 화면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다가오던 탄에 맞습니다. 살아남는 요령은 반대입니다. 나를 향해 커지는 탄이 보이면 그것부터 지우고, 여유가 생겼을 때 적기를 노립니다.

조준경은 손에 익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화면 안쪽 깊은 곳에 있는 목표는 조금만 움직여도 조준경이 크게 미끄러지고, 가까이 온 목표는 반대로 반응이 굼뜨게 느껴집니다. 멀리 있을 때 미리 겨눠 두고 사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연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안정적입니다.

연사는 대체로 손해가 없습니다. 탄약을 아낄 이유가 없는 구성이라, 방아쇠를 꾸준히 당기면서 조준경만 정확히 옮기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스타블레이드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1)

눈으로 먼저 기억하는 게임

이 게임의 구간들은 손보다 눈에 먼저 남습니다.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거대한 구조물 표면을 스치듯 훑고 지나갈 때, 폴리곤 면들이 시야 양옆으로 흘러가는 속도감은 당시 어떤 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화면이 흔들리고 배가 방향을 틀 때마다 실제로 몸이 쏠리는 듯한 착각도 들었습니다.

한 판이 그리 길지 않은 대신 밀도가 높습니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구성이라 두 번째, 세 번째 도전부터는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 외울 수 있고, 그때부터 점수가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정신없이 당하다가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기는, 반복 도전형 게임의 전형적인 재미입니다.

오락실에서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계를 갖춘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몸체가 크고 값이 비싼 체감형 기기였던 탓입니다. 그래서 대형 오락실이나 백화점 게임 코너 같은 곳에 한 대쯤 놓여 있었고, 동네 오락실만 다니던 사람에게는 이름만 들어 본 게임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한 번 해 본 사람에게는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총 쏘는 게임이면서도 총 모양 조작기가 아니라 화면 속 조준경을 옮기는 방식이라, 같은 시기의 다른 슈팅과는 감촉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폴리곤 3D가 곧 오락실의 표준이 되어 가던 시기의 문턱에 서 있던 작품으로, 지금 다시 해 보면 화려함보다는 담백한 구성이 오히려 또렷하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