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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앤드 엑스맨

스파이더맨 앤드 엑스맨 아케이드즈 리벤지 (Spider Man and x Men Arcade S Revenge USA) ·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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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기로 소문난 만화 게임

이 게임은 좋은 평보다 어렵다는 말로 더 많이 기억됩니다. 실제로 해 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스테이지마다 실수 한 번이 치명적이고, 조작은 뻑뻑하며,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 주는 안내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 초 만화 원작 게임들이 흔히 그랬듯, 친절함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이 기억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화에서 보던 영웅들이 각자 자기다운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벽을 타고 거미줄을 쏘고, 얼음을 만들어 길을 놓고, 발톱으로 붙어서 싸웁니다. 그 순간만큼은 화면 안의 캐릭터가 진짜 그 영웅처럼 보였습니다.

스파이더맨 앤드 엑스맨 플랫폼 게임 화면 1 - 메가 드라이브 (1993)

무슨 게임인가

스파이더맨 앤드 엑스맨(Spider-Man and X-Men: Arcade's Revenge)은 악당의 함정에 걸린 영웅들이 각자 갇힌 무대를 빠져나오는 액션 플랫폼 게임입니다. 기본 축은 스파이더맨이고, 그가 동료들을 풀어 주기 위해 각 무대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특징은 캐릭터마다 스테이지가 통째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같은 규칙 위에서 캐릭터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일에 맞춰 무대 자체가 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게임 안에 성격이 전혀 다른 여러 게임이 들어 있는 셈이 됩니다. 잘 맞는 캐릭터와 죽어라 안 맞는 캐릭터가 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캐릭터마다 다른 규칙

스파이더맨 구간은 벽과 천장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전부입니다. 바닥으로만 다니려 하면 거의 반드시 막힙니다. 거미줄을 붙여 매달리고 벽을 타고 올라가 위쪽 길을 찾는 것이 기본이고, 이 감각이 붙기 전까지는 같은 구간에서 계속 떨어지게 됩니다.

울버린 구간은 붙어서 싸우는 쪽입니다. 발톱은 사정거리가 짧으니 거리를 재는 게 핵심이고, 무턱대고 들어가면 맞고 밀려납니다. 반대로 사이클롭스는 빔을 쏘는 원거리 쪽이라 멀리서 정리하는 게 맞습니다. 아이스맨은 얼음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구간이라 조작 감각 자체가 다른 캐릭터와 완전히 다릅니다.

스톰 구간은 이 게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자리로 꼽힙니다. 공중을 날며 좁은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관성이 크게 붙어서 원하는 자리에 서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서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요령이라면 목적지를 보고 급하게 꺾지 말고, 미리 방향을 조금씩 주면서 완만하게 돌리는 것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죽음은 적 때문이 아니라 지형 때문에 나옵니다. 한 발 내딛기 전에 발밑과 위쪽을 먼저 보는 습관이 곧 실력입니다.

두 번째는 한 캐릭터를 잡고 익히는 것입니다. 조작 감각이 캐릭터마다 너무 달라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 어느 것도 몸에 붙지 않습니다. 한 구간을 반복해서 지형을 외우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같은 자리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세 번째는 기대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첫 판에 쭉쭉 나아가는 종류가 아닙니다. 같은 구간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조금씩 더 가는 게 원래 방식이고, 그걸 받아들이고 나면 오히려 짜증이 덜합니다.

그 시절의 만화 원작 게임

1990년대 초에는 인기 있는 만화나 영화의 이름을 붙인 게임이 쏟아졌습니다. 원작의 인기가 판매를 보장해 줬기 때문에, 게임 자체의 완성도보다 이름과 그림을 맞추는 데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게임도 그 시대의 산물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캐릭터를 성의 있게 다룬 축에 듭니다. 여러 영웅을 넣어 놓고 겉모습만 바꾸는 대신, 각자의 능력에 맞춰 무대를 따로 만든 것은 분명 품이 많이 드는 선택입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탓에 그 노력이 묻힌 면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정용 기기를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 제목이 오르내리던 게임입니다. 화면 속 영웅들의 그림이 그럴듯해서 빌려 왔다가, 스톰 구간에서 몇 시간을 붙잡고 있다 돌려주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