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헌터 오락실판
스파이 헌터 (Spy Hunter) · 1983 · Bally Mi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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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이 게임 소리를 먼저 듣고 화면을 찾아간 사람이 많았습니다. 헨리 맨시니가 쓴 피터 건 테마가 계속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첩보 영화에서 나올 법한 그 유명한 곡이 오락실 기계에서 반복되니, 게임을 몰라도 무슨 분위기인지는 바로 전해졌습니다. 그 음악 위로 스파이 차 한 대가 도로를 질주하는 게 이 게임입니다.
스파이 헌터(Spy Hunter)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며 적 차량을 처리하는 드라이빙 슈팅입니다. 차 앞에 기관총이 달려 있고, 아이템을 받으면 기름을 흘리거나 연막을 뿌리는 등 다른 무기도 쓸 수 있습니다. 끝이 정해진 스테이지가 아니라, 얼마나 멀리 가고 얼마나 많이 잡느냐를 겨루는 구조입니다.
민간인 차를 구분해야 한다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어기는 규칙이 이것입니다. 도로 위의 모든 차가 적은 아닙니다. 평범하게 달리는 민간 차량이 섞여 있고, 이걸 쏘거나 밀어 도로 밖으로 내보내면 점수가 깎입니다.
적 차량은 생김새와 움직임이 다릅니다. 옆으로 파고들어 이쪽을 밀어내려 하거나, 뒤에서 붙어 따라옵니다. 반면 민간 차는 자기 차선을 지키며 그냥 달립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는 눈이 이 게임의 첫 관문입니다. 헷갈리면 일단 쏘지 말고 지나가는 쪽이 안전합니다.
적을 처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정면에서 총으로 부수는 게 기본이지만, 옆으로 붙어 밀어서 도로 밖으로 몰아내는 것도 유효합니다. 오히려 이쪽이 상황에 따라 더 확실합니다. 총이 안 통하는 상대도 도로를 벗어나면 그걸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트럭에서 무기를 받는다
이 게임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무기 보급입니다. 도로에 커다란 트럭이 나타나고, 뒷문이 열립니다. 여기에 차를 정확히 맞춰 들어가면 새 무기를 얻어 다시 나옵니다.
말은 간단한데 실제로는 꽤 까다롭습니다. 트럭도 달리고 있고 이쪽도 달리는 중이라 속도와 차선을 동시에 맞춰야 합니다. 급하게 들이받으면 실패합니다. 트럭이 보이면 미리 속도를 늦추고 차선을 정렬한 다음 천천히 들어가는 게 요령입니다. 무기 하나가 뒤의 구간을 크게 좌우하니, 트럭은 웬만하면 놓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도로가 끝나고 물길로 이어지는 구간도 있습니다. 차가 보트로 바뀌면서 조작 감각이 달라집니다. 물 위에서는 미끄러지는 느낌이 강해져서, 육상에서 하던 대로 꺾으면 그대로 강가에 처박힙니다. 여기서 처음 당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난이도가 조여 오는 방식
초반 도로는 넓고 차도 적습니다. 그런데 진행할수록 도로 폭이 좁아지고, 커브가 잦아지고, 적 차량이 여러 대씩 몰려나옵니다. 특히 좁은 구간에서 적이 양옆에 붙으면 빠져나갈 틈이 없어집니다.
요령은 속도 조절입니다. 이 게임은 액셀을 끝까지 밟는 게 항상 정답이 아닙니다. 앞이 안 보이는 커브나 적이 몰린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상황을 본 다음에 다시 밟아야 합니다. 무조건 빠르게 달리면 반응할 시간이 없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건 초반 무적 시간입니다. 시작하고 잠깐은 목숨이 줄지 않는 구간이 있고, 그게 끝나면 그때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됩니다.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조작 감각을 익히는 데 쓰면 첫 판이 훨씬 수월합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운전대와 페달, 기어를 갖춘 전용 캐비닛으로 나왔습니다. 앉아서 하는 대형 기기였으니 오락실에서 존재감이 컸습니다. 물론 한국 오락실에는 그런 완전한 형태보다 조이스틱과 버튼으로 옮긴 기판이 도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밸리 미드웨이는 미국 오락실 시장의 큰손이었습니다. 일본 회사들이 캐릭터와 스테이지 구성으로 승부할 때, 미국 쪽은 이렇게 큰 기계와 강한 인상의 소재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스파이 헌터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게임은 이후 여러 기종으로 이식되며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첩보 영화의 분위기, 무기를 갈아 끼우는 재미, 그리고 그 음악이 합쳐진 조합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켜도 첫 소리부터 무슨 게임인지 전해지는 것이 이 게임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