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 포스 II
썬더 포스 II (Thunder Force Ii USA) · 1989 · Techno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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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게임을 켰는데 첫 판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더니, 그 판을 넘기고 나니 다음 판은 옆으로 흐르는 화면입니다. 시점이 다르면 사실상 다른 게임인데, 이 게임은 그 두 가지를 한 작품 안에 번갈아 넣었습니다. 하나만 잘해서는 끝까지 갈 수 없고, 판이 바뀔 때마다 손에 붙은 감각을 다시 맞춰야 합니다. 낯설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는 구성입니다.
썬더 포스 II(Thunder Force II)는 가정용 16비트 기기 초창기에 나온 슈팅 게임입니다. 자기 기체를 조종해 적을 쏘아 넘기고 판 끝의 보스를 잡으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기본은 익숙한 슈팅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판에서는 지상 목표물을 찾아 파괴하는 임무가 붙고, 옆으로 흐르는 판에서는 지형을 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정통 횡스크롤 슈팅이 됩니다.
두 개의 시점
내려다보는 판에서는 화면이 사방으로 열려 있습니다. 위아래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고 적도 사방에서 옵니다. 여기서는 지상에 있는 목표를 찾아 없애야 진행이 되기 때문에, 그냥 앞으로만 가면 계속 같은 지형을 맴돌게 됩니다. 지도 전체를 훑으며 목표를 찾는 일이 이 판의 핵심입니다.
옆으로 흐르는 판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화면이 한 방향으로 밀려 나가고, 위아래로는 지형이 좁혀 옵니다. 적의 탄만 피하는 게 아니라 벽에 부딪히지 않는 것도 중요해집니다. 앞의 판에서 익힌 여유로운 움직임이 여기서는 오히려 독이 되기 쉬워서, 전환 직후에 부딪혀 죽는 일이 흔합니다.
무기를 고르는 일
기체에는 여러 무기가 붙어 있고, 상황에 맞게 바꿔 씁니다. 공중의 적을 상대할 때 쓸 것과 지상 목표를 때릴 때 쓸 것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어떤 무기를 들고 있느냐가 곧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됩니다. 무기를 바꾸지 않고 하나로만 버티면 못 뚫는 구간이 반드시 나옵니다.
적을 쓰러뜨려 얻는 강화 아이템으로 무기를 키울 수 있는데, 문제는 죽으면 그동안 키운 것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강화된 상태에서는 쉽게 넘어가던 구간이 맨몸이 되는 순간 벽으로 바뀝니다. 이 게임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래서 무리한 점수 욕심보다 살아남는 쪽을 택하는 게 결국 더 멀리 갑니다.
어디서 막히나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곳은 내려다보는 판입니다. 화면이 열려 있어 안전해 보이지만, 지형에 가려 보이지 않던 포대가 갑자기 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빠르게 움직이며 훑기보다, 조금씩 나아가며 시야에 들어오는 것부터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옆으로 흐르는 판에서는 지형이 좁아지는 구간이 고비입니다. 통로가 좁아질수록 피할 공간이 줄어드는데, 그때 적이 앞뒤에서 동시에 나오면 대처할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이런 구간은 미리 위치를 잡아 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몇 번 죽으며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한 번 외우고 나면 같은 곳에서 다시 죽지는 않습니다.
기기의 초기작으로서
이 게임은 16비트 가정용 기기가 막 나오던 시기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화면이 부드럽게 흐르고 색이 많이 쓰인 것 자체가 당시에는 볼거리였습니다. 배경이 겹겹이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표현이나, 넓게 펼쳐진 지상 화면을 무리 없이 굴리는 모습이 그 기기의 성능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자주 거론됐습니다.
다만 지금 기준으로는 난이도 조절이 다소 거칩니다. 죽으면 강화가 사라지는 구조 때문에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고, 같은 구간을 반복하며 외우는 시간이 적지 않게 필요합니다. 그래도 시점을 바꿔 가며 진행하는 구성은 이 시리즈 이후 작품들이 다시 택하지 않은 방식이라, 이 작품만의 특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정용 기기가 널리 퍼지기 전이라 많은 사람이 실시간으로 접한 게임은 아닙니다. 오히려 나중에 시리즈의 뒷 작품을 먼저 접한 뒤 거슬러 올라가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보면 뒤 작품들이 어디서 출발했는지가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