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악마성 드라큘라 2

악마성 드라큘라 2: 저주의 봉인 (Castlevania Ii Simon S Quest Europe) · 1987 · Konami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밤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사라집니다

1편에서 성문 안으로 들어가 채찍만 휘두르던 게임이, 2편에서는 넓은 들판과 마을로 나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릅니다. 화면에 밤이 찾아왔다는 문구가 뜨면 마을 사람들은 집 안으로 사라지고, 밖에는 좀비가 깔리며, 적의 체력이 올라갑니다. 아침이 오면 다시 마을이 열립니다.

낮과 밤이 갈리는 이 장치 하나가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어디서 밤을 맞을지 계산하며 움직여야 하고, 상점 문이 닫히기 전에 볼일을 봐야 합니다. 액션 게임에 시간이라는 축을 넣은 초기 사례로, 패미컴 시절에는 상당히 낯선 감각이었습니다.

악마성 드라큘라 2 RPG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7)

어떤 게임인가

악마성 드라큘라 2(Castlevania II: Simon's Quest)는 코나미가 패미컴으로 내놓은 액션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드라큘라를 쓰러뜨렸지만 그 저주에 걸린 시몬 벨몬드가, 저주를 풀기 위해 흩어진 드라큘라의 유해 다섯 조각을 모아 폐허가 된 성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처럼 스테이지를 차례로 밀고 가는 게 아니라, 여러 마을과 숲과 저택이 연결된 넓은 지역을 자유롭게 오갑니다. 적을 잡으면 하트가 떨어지고, 이 하트가 경험치이자 돈 역할을 합니다. 마을에서 무기와 도구를 사고, 사람들의 말을 들어 다음 목적지를 알아냅니다.

악마성 드라큘라 2 RPG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7)

다섯 개의 유해와 저택들

지도 곳곳에는 저택이 다섯 채 있고, 각각에 드라큘라의 유해가 한 조각씩 봉인되어 있습니다. 심장, 눈알, 갈비뼈, 손톱, 반지가 그것입니다. 저택은 짧은 던전 형태로, 안쪽 깊은 곳에 유해가 놓여 있습니다.

유해는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라 각각 능력을 줍니다. 갈비뼈는 방패가 되어 적의 공격을 막고, 눈알은 숨겨진 것을 드러내며, 심장은 지나갈 수 없던 곳을 지나가게 해 줍니다. 그래서 어떤 유해를 먼저 얻느냐에 따라 갈 수 있는 지역이 달라집니다.

무기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성수, 단검, 다이아몬드 같은 보조 무기와, 채찍 자체를 강화하는 단계별 업그레이드가 있어서 하트를 모아 갈아 끼우는 재미가 붙습니다. 특히 성수는 이 게임에서 유난히 활용도가 높습니다.

사람들의 말을 다 믿으면 안 됩니다

이 게임이 악명 높은 이유는 힌트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다음에 갈 곳이나 숨겨진 장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중에 아예 틀린 정보를 말하는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게임 안에서 그걸 구별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숨겨진 장치도 불친절합니다. 절벽 앞에서 특정 아이템을 들고 무릎을 꿇고 기다려야 길이 열리는 식의 조작이 안내 없이 요구됩니다. 당시에는 잡지 공략이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오랫동안 시리즈에서 가장 불친절한 게임으로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반대로, 그 헤맴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시리즈에서 가장 분위기 좋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훗날의 악마성이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악마성, 그러니까 넓은 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능력을 얻어 새 길을 여는 구조는 월하의 야상곡에서 완성됐다고들 합니다. 그 뿌리가 바로 이 2편입니다. 유해를 얻어야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설계는 훗날 시리즈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음악 역시 오래 남았습니다. 낮 필드에 흐르는 곡은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곡으로 꼽히며 이후 작품들에서 거듭 편곡되었습니다. 실험이 지나쳐 헤매게 만든 작품이지만, 그 실험이 없었다면 이후의 악마성도 없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