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인베이더스
에일리언 인베이더스 (Alien Invaders) · 198? · For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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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만든 곳도 흐릿한 기판
오래된 오락실 기판 중에는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확실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회사 이름이 적혀 있지 않거나, 적혀 있어도 그 회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기판이 그렇습니다. 만든 곳으로 짐작되는 이름이 있긴 하지만 물음표가 붙어 있고, 연도도 1980년대라는 것 정도만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흐릿함 자체가 이 시기 오락실 산업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는 게임 기판이 지금처럼 상표와 저작권으로 관리되던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잘 팔리는 게임이 나오면 며칠 만에 비슷한 것이 나왔고, 그것을 또 누군가가 조금 바꿔 내놓았습니다. 그 흐름 어딘가에 이런 기판들이 놓여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Alien Invaders는 화면 아래쪽의 포대를 좌우로 움직이며 위에서 내려오는 외계인 무리를 쏘아 맞히는 슈팅 게임입니다. 게임 화면 전체가 한 판이고, 화면이 흐르거나 넘어가지 않습니다. 위에 적이 줄지어 있고, 아래에 내가 있고, 그 사이에서 승부가 납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발사, 이 둘뿐입니다. 이보다 단순한 조작을 만들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조이스틱을 좌우로 흔들고 버튼을 눌러 보면 3초 안에 무슨 게임인지 알게 됩니다.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는 데 문장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 이것이 초창기 오락실 게임이 가진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적을 다 없애면 다음 무리가 내려오고, 갈수록 빨라집니다. 내려오는 적이 바닥에 닿거나 내가 적탄에 맞으면 끝입니다. 목표는 하나,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는 것입니다.
이 장르의 요령
이런 형태의 게임에서 오래 버티는 요령은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무리의 바깥쪽부터 지웁니다. 양 끝을 먼저 없애면 남은 무리가 좌우로 움직이는 폭이 줄어들어 조준이 쉬워집니다. 가운데부터 뚫는 것은 화면이 시원해 보여도 나중에 양쪽 끝을 쫓아다니느라 고생하게 됩니다.
둘째, 적탄은 보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자리를 잡아 피합니다. 적탄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움직이면 늦습니다. 바로 위에 적이 있는 자리에는 오래 머물지 않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오래 삽니다.
셋째, 마지막 몇 마리가 가장 어렵습니다. 수가 줄면 남은 적의 움직임이 빨라져서, 조준하고 쏘면 이미 지나가 있습니다. 이때는 쫓아가며 쏘는 대신, 적이 지나갈 자리에 미리 대고 기다렸다가 쏘는 편이 훨씬 잘 맞습니다.
이 게임이 서 있는 자리
화면 아래의 포대와 위에서 내려오는 외계인이라는 구도는 1970년대 말에 등장해 오락실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린 형식입니다. 이 형식 하나가 게임 산업 전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은 곧바로 수많은 아류를 불렀습니다.
이 기판도 그중 하나입니다. 어떤 것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베꼈고, 어떤 것은 적의 모양이나 규칙을 조금씩 바꿨습니다. 지금 보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그 작은 차이가 손님을 끄는 요소였습니다. 오락실 업주에게는 정품보다 훨씬 싼 값에 비슷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이었고요.
한국 오락실의 초창기 풍경도 이런 기판들로 채워졌습니다. 정식 수입 경로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동네에 있던 기계 대부분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에게 이 게임의 제작사가 어디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백 원 넣고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만이 문제였습니다.
지금 해 보는 의미
이런 게임을 지금 켜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요즘 게임에 익숙한 눈으로는 몇 분 만에 볼 것을 다 봅니다. 그런데도 손이 계속 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점수가 조금만 더 오르면 될 것 같다는 감각, 그것 하나로 끌고 가는 설계입니다.
오락실 게임이 원래 그런 물건이었습니다. 끝을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동전을 한 번 더 넣게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런 초창기 기판일수록 그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어서, 오히려 게임이라는 것의 뼈대가 잘 보입니다.
제작사도 연도도 확실하지 않은 기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그 시절답기도 합니다. 이름 없이 만들어지고 이름 없이 사라진 것들이 그 시절 오락실을 채우고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