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드너
와드너 (Wardner World) · 1987 · Toa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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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를 하나 깰 때마다 상점이 열립니다. 적을 쓰러뜨리면 돈으로 변하고, 그 돈으로 다음 판에 쓸 물건을 삽니다. 지금 보면 흔한 구성이지만 1987년 오락실 액션 게임에서는 드문 발상이었습니다. 죽으면 처음부터라는 무자비한 규칙 위에 굴러가던 시절에, 이 게임은 판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강해지는 감각을 얹었습니다.
와드너(Wardner)는 옆에서 본 화면을 달리고 뛰며 진행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도버라는 소년이 사악한 마법사 와드너에게 붙잡혀 간 여자친구를 구하러 숲으로 들어갑니다. 조작은 이동과 점프, 그리고 불덩이를 던지는 공격으로 단순합니다. 다섯 남짓한 스테이지를 한 바퀴 돌면 끝나는 구성이라 한없이 반복되는 게임이 아니고, 끝을 보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됩니다.
상점과 돈이라는 장치
이 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스테이지 사이의 상점입니다. 적을 쓰러뜨리면 돈이 떨어지고, 그 돈을 모아 상점에서 도움이 되는 물건을 삽니다. 이 구조 때문에 이 게임은 앞으로만 달리는 액션 게임과 진행 방식이 달라집니다.
무작정 뛰어서 스테이지를 통과하면 당장은 편하지만 돈이 안 모입니다. 그러면 다음 스테이지를 맨몸으로 들어가게 되고, 뒤로 갈수록 이 격차가 벌어져서 결국 못 넘어갑니다. 반대로 돈을 모으겠다고 적을 다 잡으려 하면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어디까지 벌고 어디서 넘어갈지를 정하는 것이 이 게임의 실질적인 전략입니다.
권할 만한 방식은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적만 확실히 처리하는 것입니다. 도망칠 자리가 있고 사거리 밖에서 불덩이로 처리할 수 있는 적은 잡고, 좁은 자리나 위에서 떨어지는 적처럼 위험한 것은 그냥 지나갑니다. 돈보다 목숨이 비싸다는 원칙만 지켜도 진행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불덩이를 던지는 감각
공격은 불덩이입니다. 총처럼 즉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던지는 물체라, 나가는 속도와 사거리를 몸에 익혀야 합니다. 적이 눈앞에 붙은 다음에 던지면 이미 늦고, 다가오는 궤적을 보고 미리 던져 두는 방식이 맞습니다.
점프하면서 던지는 것도 자주 쓰게 됩니다. 이 게임에는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지형이 많아서, 발판을 옮기는 도중에 적과 마주치는 상황이 흔합니다. 착지할 자리에 적이 있으면 착지 전에 미리 불덩이를 던져 치워 놓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상점에서 산 물건은 이 공격의 성능이나 생존력을 보강해 줍니다. 무엇을 먼저 사느냐가 곧 그 판의 난이도를 정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화력보다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쪽을 먼저 챙기는 편이 낫습니다. 화력이 좋아도 한 번 죽으면 쌓아 둔 것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스테이지 구성과 막히는 지점
진행은 숲 입구에서 시작해 안쪽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에는 와드너의 성과 그 안쪽으로 향합니다. 어두운 숲, 함정이 깔린 집, 죽은 자들의 숲, 성과 탑 같은 식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요구하는 것도 달라집니다. 앞쪽은 적을 처리하는 것이 주된 과제라면, 뒤로 갈수록 발판을 정확히 밟는 조작이 중요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막히는 것은 점프 거리를 잘못 재는 자리입니다. 발판 사이가 애매하게 벌어진 구간이 있어서, 눈대중으로 뛰면 모자라거나 넘칩니다. 이런 자리는 몇 번 떨어져 보면서 도약 시작 위치를 정해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화면 어느 지점에서 뛰면 되는지를 기준점으로 삼아 두면 다음부터는 안정적으로 넘습니다.
두 번째는 함정입니다. 무해해 보이는 지형이 갑자기 위협이 되는 구간이 있어서, 처음 지나갈 때는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시절 액션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반복하면서 배치를 외우는 것이 실력의 상당 부분입니다. 한 번 당한 자리를 기억해 두면 두 번째부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토아플랜이 만든 액션
토아플랜은 슈팅 게임으로 이름난 회사입니다. 세로 화면에서 탄을 피우는 게임을 여러 편 내놓았고, 이후 슈팅 장르 전체에 영향을 남긴 곳입니다. 와드너는 그 회사가 만든 액션 게임이라는 점에서 눈에 띕니다. 다만 슈팅 회사가 만든 게임답게 적탄과 적의 배치를 읽어 대응하는 감각이 이 게임에도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
유통은 타이토가 맡았고, 북미에서는 다른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이 시절에는 기판을 만든 회사와 간판에 이름을 올린 회사가 다른 경우가 흔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게임을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널리 깔린 축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액션 게임들 사이에서 크게 눈에 띄지 못했고, 상점 시스템도 당시에는 지금처럼 익숙한 재미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브라우저에서 설치 없이 켜 보면 오히려 그 상점 구조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판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강해지고, 다섯 판 정도면 끝을 볼 수 있다는 구성이 요즘 감각에도 잘 맞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