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의 기사
나이츠 오브 더 라운드 (Knights of the Round 911127 Etc) · 1991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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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이 바뀌는 벨트스크롤
이 게임을 오래 붙잡게 만든 건 경험치였습니다. 적을 쓰러뜨리다 보면 화면 위의 레벨이 오르고, 그때마다 캐릭터의 갑옷과 무기 생김새가 바뀝니다. 천 쪼가리 같은 차림으로 시작한 기사가 후반에는 온몸을 금속으로 두른 모습이 되어 있습니다. 옆에서 보던 사람이 쟤는 왜 나랑 다르게 생겼냐고 묻는 게 이 게임의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원탁의 기사(Knights of the Round)는 아서왕 전설을 소재로 한 3인용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바위에서 성검을 뽑은 아서와 동료 기사들이 나라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성을 하나씩 무너뜨려 나갑니다.

세 명의 기사
아서는 공격력과 속도가 무난해 처음 잡기 좋습니다. 랜슬롯은 검이 짧은 대신 빠르고 이동이 민첩해서, 익숙해지면 가장 안정적으로 굴러갑니다. 퍼시발은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는 힘 담당이라 한 방이 무겁지만 그만큼 굼떠서, 포위당하면 손쓸 도리가 없습니다.
셋이 동시에 붙으면 화면이 순식간에 좁아집니다. 고기와 회복 아이템이 한정되어 있어서 누가 먹을지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러다 사이좋게 다 같이 쓰러지는 것도 이 게임의 오래된 재미였습니다.

막고 흘리는 액션
같은 시기의 다른 벨트스크롤과 이 게임이 가장 다른 점은 방어입니다. 적의 공격이 날아올 때 방향을 맞추면 검으로 튕겨내고, 튕긴 직후에 반격을 넣을 수 있습니다. 무작정 때리기만 해서는 후반의 창병과 도끼병 사이를 뚫을 수 없고, 막고 흘리는 리듬을 익혀야 진도가 나갑니다.
말을 탄 채로 싸우는 구간도 있습니다. 기병으로 달리면서 적을 베어 넘기다가 말이 쓰러지면 다시 걸어서 싸우는 흐름이라, 같은 스테이지 안에서도 속도감이 계속 바뀝니다. 달려오는 적 기사를 말에서 끌어내리는 감각이 특히 시원합니다.

성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무대는 숲과 마을, 항구를 지나 여러 성으로 이어집니다. 스테이지 사이에는 백성들이 지나가는 짧은 장면이 들어가고, 항아리나 통을 부수면 음식과 보석이 나옵니다. 배경에 놓인 물건을 하나하나 부수며 지나가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각 성의 주인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공격 범위가 넓습니다. 정면에서 붙으면 손해를 보게 되어 있어서, 방어로 한 대를 흘린 뒤에 파고드는 식으로 싸워야 합니다. 마지막 성까지 넘어 아서가 왕관을 쓰는 장면을 보고 나면, 짧은 한 판이 제법 긴 이야기처럼 남습니다.
이후로 이어진 것
경험치와 성장, 방어와 반격을 벨트스크롤에 넣은 시도는 이후의 판타지 액션들로 이어집니다. 무기를 바꿔 들고 마법을 쓰며 던전을 도는 뒷세대 게임들의 뼈대가 이미 여기에 절반쯤 들어 있습니다.
3인용 기판이 놓인 자리에는 늘 사람이 붙어 있었습니다. 혼자 하면 체력 관리가 빡빡하지만 셋이 붙으면 적이 늘어나는 대신 화면이 훨씬 든든해집니다. 지금 다시 해 봐도 한 판이 지루할 틈이 없는 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