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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코트

월드 코트 (World Court Japan) · 1988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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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선수 목록을 열면 스무 명이 나오는데, 그중 두 명이 로봇입니다. 정통 테니스 게임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 슬쩍 장난을 치는 이 감각이 그 시절 남코다웠습니다. 실제로 로봇을 고르면 다른 선수들과 능력치 배분이 달라서, 농담으로 넣은 게 아니라 진짜 선택지 하나로 굴러갑니다.

월드 코트(World Court)는 남코가 1988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테니스 게임입니다. 스무 명의 선수 중 하나를 고르고, 뉴욕의 하드코트와 런던의 잔디, 파리의 클레이 중 한 곳을 골라 경기를 치릅니다. 단식과 복식을 선택할 수 있고, 8방향 레버로 선수를 움직이고 두 개의 버튼으로 공을 칩니다.

월드 코트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8)

코트가 게임을 바꿉니다

세 종류의 코트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실제 테니스에서 하드코트와 잔디와 클레이가 완전히 다른 경기를 만들어내듯, 이 게임에서도 바운드와 속도가 달라집니다.

잔디는 공이 빠르게 낮게 튀어서 랠리가 짧게 끝납니다. 서브를 넣고 바로 앞으로 나가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통합니다. 반대로 클레이는 공이 느리게 높게 튀어서 랠리가 길어지고, 한 방으로 끝내려다 오히려 받아넘겨져 역습을 당합니다.

처음 하는 분에게는 하드코트가 무난합니다. 중간 성질이라 어떤 플레이든 어느 정도 통하고, 이 게임의 기본 타이밍을 익히기에 좋습니다. 코트를 바꿔가며 해 보면 자기 플레이 성향이 어느 쪽인지 금방 알게 됩니다.

월드 코트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8)

두 개의 버튼

조작은 단순합니다. 레버로 자리를 잡고 버튼으로 칩니다. 하지만 버튼이 두 개인 데는 이유가 있고, 이 둘을 구분해 쓰기 시작하면 게임이 달라집니다. 하나는 강하고 낮게 밀어 넣는 타구, 다른 하나는 높이 띄워 코트 깊숙이 떨어뜨리는 타구입니다.

초심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항상 강하게만 치는 것입니다. 강타는 통쾌하지만 상대가 앞에 나와 있을 때는 오히려 받아치기 쉬운 공이 됩니다. 상대가 네트 가까이 붙었다 싶으면 띄워서 뒤쪽으로 넘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고, 이 한 가지만 몸에 익혀도 승률이 눈에 띄게 오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치는 타이밍보다 서 있는 위치입니다. 아케이드 테니스는 대체로 공 근처에 있으면 어떻게든 라켓이 닿게 만들어 놓는데, 위치가 나쁘면 닿기만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못 보냅니다. 공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이 올 자리로 미리 가 있는 습관이 실력의 대부분입니다.

복식이라는 선택

이 게임에는 복식 모드가 있습니다. 사람 둘이 한 팀이 되어 컴퓨터 팀과 붙는 형태인데, 오락실에서 이 모드가 갖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대전 격투가 아직 오락실을 지배하기 전, 두 사람이 서로 싸우지 않고 함께 하는 스포츠 게임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복식은 조작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내 파트너가 어디 있는지를 계속 의식해야 하고, 둘이 같은 공을 쫓다가 코트 한쪽이 통째로 비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옆 사람과 말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 이 모드의 진짜 재미입니다.

남코 시스템 1 위에서

이 게임은 남코 시스템 1 기판에서 돌아갔습니다. 같은 기판에서 나온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색이 밝고 캐릭터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어서, 화면만 봐도 남코 게임이라는 것이 읽힙니다. 선수 동작이 만화적으로 과장돼 있어서 실사풍 스포츠 게임과는 다른 인상을 줍니다.

원안 격으로는 앞서 나온 패미컴용 테니스 게임이 있었고, 그 구조를 아케이드 규모로 키운 것이 이 작품입니다. 반대로 이 작품은 다시 PC엔진으로 이식되면서 테니스로 진행하는 모험 모드가 추가돼 전혀 다른 물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 게임이 기종을 옮겨 다니며 성격을 바꾸던 그 시절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 스포츠 아케이드는 늘 애매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축구나 야구는 종목 자체가 익숙해서 초심자도 바로 붙었지만, 테니스는 상대적으로 접점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들은 오락실 구석에 한 대 놓여 있다가 조용히 다른 기판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붙잡은 사람에게는 오래 가는 종류였습니다. 규칙을 이미 아는 실제 스포츠를 소재로 하니 배울 것이 적고, 사람과 붙으면 매번 다른 경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해 봐도 조작이 단순해서 몇 분이면 감이 잡히고, 옆에 한 사람만 있으면 그때의 재미가 거의 그대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