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히어로즈 퍼펙트
월드 히어로즈 퍼펙트 (World Heroes Perfect) · 1995 · A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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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판이라는 이름
제목에 붙은 단어가 곧 선언입니다. 여러 편에 걸쳐 늘려 온 캐릭터를 한자리에 모으고, 그동안 손봐 온 시스템을 정리해 내놓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후 이 이름을 단 새 격투 게임은 나오지 않았으니, 실제로도 완결편이 되었습니다.
월드 히어로즈 퍼펙트(World Heroes Perfect)는 시대와 나라가 제각각인 인물들이 겨루는 대전 격투 시리즈의 종착점입니다. 닌자와 성녀, 괴승과 원시인이 같은 링에 서는 그 기묘한 명단이 여기서 가장 넉넉하게 갖춰졌습니다.
다시 짠 조작 체계
전작들이 게이지를 모아 필살기를 강화하는 방식을 썼다면, 이 작품은 버튼 구성부터 손을 봤습니다. 공격 버튼이 늘어나고 강약 구분이 정리되면서 기본기로 상대를 흔드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덕분에 필살기를 던지는 싸움에서 벗어나 치고 빠지는 거리 싸움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동작의 연결도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첫 작품의 뻣뻣하던 감각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시리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달라졌고, 같은 캐릭터를 잡아도 손에 붙는 느낌이 다릅니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따라온 사람에게는 이 변화 자체가 볼거리입니다.
한 방으로 뒤집는 기술
이 작품을 특징짓는 것은 상황이 극단으로 몰렸을 때 쓸 수 있는 강력한 일격입니다. 조건이 까다롭고 실패하면 크게 손해를 보지만, 성공하면 남은 체력 차이를 무시하고 판을 뒤집습니다. 체력이 거의 없는 쪽이 갑자기 위협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이기고 있는 쪽도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상대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곧 그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승부를 서두를 것이냐 안전하게 굳힐 것이냐를 매판 고민하게 만드는, 이 시리즈다운 장치입니다.
명단과 데스매치
캐릭터는 시리즈를 거치며 쌓인 인물들이 대부분 남아 있습니다. 닌자와 성녀, 개조 인간과 정복자, 유도 선수와 해적 선장, 미식축구 선수와 홍콩 영화 배우를 본뜬 청년까지 출신이 뒤죽박죽인 구성은 그대로입니다. 몸집과 사거리가 제각각이라 상성이 분명합니다.
지뢰와 전기 로프가 깔린 데스매치도 여전합니다. 조작이 좋아진 만큼 함정을 이용한 수 싸움도 정교해져서,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 위험 지대에 붙여 두고 압박하는 운영이 통합니다. 시리즈의 상징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셈입니다.
조용히 닫힌 시리즈
이 작품이 나왔을 무렵 오락실의 대전 격투는 이미 몇몇 유명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완성도에 비해 사람이 많이 몰리지는 않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지나간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시리즈를 따라온 사람들에게는 가장 잘 다듬어진 판입니다. 첫 작품의 투박함이 어디까지 정리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주고, 그 상태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왜 이 이름을 붙였는지 납득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