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
인포스 (Enforce World) · 1988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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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라이트를 키우고 줄여 만든 3D
1980년대 후반 오락실은 3D처럼 보이는 화면을 만드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진짜 폴리곤을 그릴 성능은 아직 없었으니, 대신 스프라이트를 확대하고 축소해서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그렸다가 가까워질수록 크게 그리면 사람 눈에는 다가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토는 이 기술을 태운 전용 기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타이토 Z 계열이고, 콘티넨탈 서커스 같은 레이싱 게임이 같은 기술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인포스는 그 기술을 레이싱이 아니라 전차 전투에 붙여 본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인포스(Enforce)는 1988년 타이토가 내놓은 의사 3D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전차를 몰고 앞으로 나아가며 다가오는 적을 처리합니다. 화면은 전차 뒤쪽에서 앞을 바라보는 시점이고, 지형과 적이 화면 안쪽에서 이쪽으로 커지며 밀려옵니다.
조작은 여덟 방향 조이스틱과 버튼 두 개입니다. 조이스틱으로 좌우 위치를 잡고 조준하며, 버튼 하나는 기관포, 다른 하나는 레이저입니다. 두 무기의 성격이 달라서 상황에 따라 나눠 써야 합니다. 기관포는 계속 뿌릴 수 있어 잔챙이나 탄을 지우는 데 좋고, 레이저는 한 방이 무겁습니다.
한 명만 할 수 있는 게임이고, 진행은 정해진 길을 따라갑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밀려가는 화면 안에서 좌우로 피하고 조준하는, 이른바 레일 슈팅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요구하는 감각
평면 슈팅에 익숙한 사람이 이런 게임을 처음 잡으면 거리 감각에서 막힙니다. 화면 안쪽에 작게 보이는 적은 아직 멀리 있는 것이고, 지금 쏘면 대개 빗나갑니다. 반대로 눈에 띄게 커졌다면 이미 피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그래서 요령은 화면 안쪽을 미리 보는 것입니다. 커진 뒤에 반응하면 늦습니다. 아직 작을 때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확인해 두고, 커지기 전에 미리 그쪽으로 조준을 옮겨 놓습니다. 이 습관 하나만 들여도 생존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무기 배분도 중요합니다. 눈앞에 커진 적에게 급해서 레이저를 낭비하기 쉬운데, 큰 목표가 나오기 전에는 기관포로 버티는 편이 낫습니다. 잔챙이는 굳이 다 잡을 필요가 없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지나가는 쪽이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좌우 이동도 아껴 써야 합니다. 위험할 때마다 화면 끝까지 크게 피하는 버릇을 들이면 반대쪽에서 오는 것에 대응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조금씩만 움직여 다음 회피 여유를 남겨 두는 것이 이런 레일 슈팅의 기본기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3D 슈팅과 견주면
이 시기의 의사 3D 슈팅 중에는 조종석을 통째로 만든 대형 기계가 여럿 있었습니다. 몸이 기울어지고 화면이 크게 움직이는 물건들이었고, 오락실 입구에 놓여 손님을 끌었습니다. 인포스는 그런 대형 기계는 아니고, 일반적인 통 기계 크기에 들어가는 게임입니다.
기술로 승부하는 게임인 만큼 화면 자체는 당시 기준으로 볼 만합니다. 다만 진행이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구조라 반복해서 하다 보면 외운 것을 재생하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익히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매 판이 새로운 맛은 크지 않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타이토 기판은 한국 오락실에 꾸준히 들어왔지만, 그 안에서도 인기작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컸습니다. 인포스는 뒤쪽에 속했습니다. 다루기 까다롭고 한 판이 짧게 끝나기 쉬운 게임이라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흡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화면이 안쪽에서 이쪽으로 밀려오는 연출은 당시 오락실에서 지나가다 눈길을 주게 만드는 종류였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폴리곤 이전 시대의 개발자들이 3D라는 느낌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그 노력의 흔적을 꽤 직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