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헌트 플레이스테이션판
인 더 헌트 (In the Hunt) · 1996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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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대신 잠수함을 몰다
횡스크롤 슈팅에서 플레이어가 모는 것은 대개 전투기입니다. 빠르고, 가볍고, 화면을 자유롭게 누비죠. 그런데 이 게임은 그 자리에 잠수함을 앉혔습니다. 무겁고 느리며, 물속에서 관성이 남아 멈추려 해도 조금 더 밀려갑니다. 슈팅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회피인데, 그 회피를 일부러 둔하게 만든 셈입니다.
대신 잠수함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줍니다. 위로는 미사일을 쏘아 수면 위의 목표를 때리고, 앞으로는 어뢰를, 아래로는 폭뢰를 떨어뜨립니다. 화면의 절반은 물속이고 절반은 물 위라, 두 층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독특한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어떤 게임인가
인 더 헌트(In the Hunt)는 옆으로 흘러가는 화면에서 잠수함을 조종해 적을 부수며 나아가는 슈팅 게임입니다. 방향키로 잠수함을 움직이고 버튼으로 무기를 쏘는 기본 구조는 여느 횡스크롤 슈팅과 같지만, 물이라는 배경 때문에 움직임과 공격 방향이 훨씬 복잡합니다.
물속에 있으면 위쪽이 수면이고, 수면 위로 나오면 하늘이 열립니다. 그래서 적도 두 종류입니다. 물속의 기뢰와 잠수정, 그리고 수면 위의 함선과 항공기. 어느 높이에 자리를 잡느냐가 매 순간의 판단이 됩니다.
무기를 나눠 쓰는 법
주 무기는 앞으로 나가는 어뢰입니다. 강화 아이템을 먹으면 굵어지고 사거리가 늘어나는데, 죽으면 등급이 떨어지므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위로 솟는 미사일과 아래로 떨어지는 폭뢰가 따로 있어, 사실상 세 방향을 동시에 관리하게 됩니다.
수면 위의 목표는 앞으로만 쏘는 어뢰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물 아래에서 대각선 위로 미사일을 올려 보내야 하는데, 이때 자기 위치와 목표의 거리를 감으로 재야 합니다. 반대로 바닥에 붙어 있는 기뢰나 시설은 폭뢰로 떨어뜨립니다. 급할 때 어느 무기를 먼저 쓸지 헷갈리기 쉬우니, 처음에는 위쪽 적과 아래쪽 적 중 어느 쪽이 더 위협적인지만 판단하는 연습을 하면 좋습니다.
지형이 만드는 난이도
이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적이 아니라 지형입니다. 통로가 좁아지는 구간에서는 잠수함의 관성 때문에 벽에 그대로 처박히기 쉽습니다. 앞으로 가는 것을 멈춰도 바로 서지 않으니, 좁은 곳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감속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거대한 기계 장치가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길을 여닫는 구간, 물살이 한쪽으로 밀어내는 구간도 나옵니다. 이런 곳에서는 쏘는 것을 잠시 잊고 통과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무리하게 적을 잡으려다 벽에 부딪히는 것이 이 게임에서 죽는 가장 흔한 이유입니다.
인상적인 보스전
이 게임의 그림은 지금 봐도 무척 촘촘합니다. 거대한 전함, 잠수 요새, 여러 부위로 나뉜 기계 괴물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등장하는데, 파괴될 때 조각조각 부서지며 가라앉는 연출이 특히 좋습니다. 도트로 만든 물의 흔들림과 거품 표현도 이 시기 작품 중에서 손꼽을 만합니다.
보스는 대개 약점 부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 데나 쏘면 잘 안 들어가므로, 처음 만났을 때는 살아남는 데 집중하며 어디를 때려야 데미지가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위를 하나씩 부수면 공격 패턴이 바뀌는 보스도 있어, 남은 부위를 어떤 순서로 정리할지가 곧 전략이 됩니다.
어렵지만 붙잡게 되는 게임
이 게임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잠수함이 느리고 화면에는 피할 것이 많아, 처음 잡으면 첫 단계도 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둔한 조작이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그것이 매력이 됩니다.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가 정확한 순간에 쏘는, 반사신경보다 예측에 기대는 슈팅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도 자리를 차지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흔한 비행기 슈팅과 생김새부터 다르다 보니 눈길을 끌었고, 둘이 붙어서 함께 밀고 나가는 협력 플레이도 가능했습니다. 혼자보다 둘이 할 때 훨씬 수월하니, 처음이라면 화면 위아래를 나눠 맡는 식으로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