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다라이어스
지 다라이어스 (G Darius Ver 2 Ver 2 03j) · 1997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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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가 물고기입니다
이 시리즈를 처음 보는 사람이 반드시 한 번 놀라는 지점이 있습니다. 스테이지 끝에 나타나는 거대한 보스가 하나같이 물고기나 갑각류 모양이라는 것입니다. 강철로 만든 거대한 고래, 가시가 돋은 성게, 집게발을 휘두르는 게가 화면을 가득 채운 채 밀려옵니다. 우주 전쟁을 다루는 슈팅 게임인데 최종 병기가 전부 바다 생물의 형상이라는 조합은 이 시리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사람들의 기억에 박혔고, 이 작품에서는 3D 폴리곤으로 그려지면서 그 거대함이 한층 더 실감 나게 표현됩니다.
특히 화면 안에서 보스가 몸을 틀며 다가올 때의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2D 그림이던 시절에는 옆모습만 보이던 덩치가, 이제는 각도를 바꿔 가며 이쪽으로 파고들어 옵니다. 처음 마주치면 어디로 피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지 다라이어스(G Darius)는 화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가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소형 전투기를 몰고 밀려오는 적 무리와 그들의 탄을 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구간 끝의 거대 보스를 쓰러뜨리면 다음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레버와 버튼 몇 개가 전부이고, 규칙 자체는 한 판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오래된 특징 하나는 스테이지가 한 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구간이 끝날 때마다 갈림길이 나와서 어느 쪽으로 갈지 고르게 되고, 그 선택에 따라 다음에 만날 지형과 보스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한 번 클리어했다고 게임을 다 본 게 아니고, 다른 길을 골라 다시 처음부터 가는 것이 이 시리즈를 오래 붙잡는 이유가 됩니다. 사람마다 자기가 걸어온 경로가 다르다는 것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캡처 볼, 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장치
이 작품을 시리즈 안에서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적을 사로잡아 부하로 쓰는 구조입니다. 특정 버튼으로 구슬을 날려 적에게 맞히면 그 적이 플레이어 옆에 붙어 함께 싸우는 아군이 됩니다. 잡은 적은 원래 자기가 쓰던 공격을 그대로 쏘아 주기 때문에, 어떤 적을 잡느냐에 따라 그 구간의 화력 성격이 통째로 바뀝니다.
여기에 더해, 붙잡아 둔 아군을 한 번에 터뜨려 거대한 빔으로 바꿔 쏘는 방식이 있습니다. 보스도 같은 종류의 빔을 쏘아 오기 때문에, 서로의 빔이 화면 가운데서 맞부딪쳐 밀고 밀리는 장면이 벌어집니다. 이 밀어내기 싸움은 이 게임의 상징 같은 장면이고, 버튼을 두들겨 힘을 보태면서 상대 쪽으로 접점이 밀려가는 순간의 쾌감이 상당합니다. 다른 슈팅 게임에서 좀처럼 겪을 수 없는 감각입니다.
다만 이 장치는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잘 쓰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적을 잡을 여유 없이 피하기 바쁘고, 잡아도 어디에 쓸지 모른 채 흘려보내기 쉽습니다. 어떤 구간에서 어떤 적을 미리 확보해 두면 다음 구간이 편해지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게임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로 슈팅의 첫 번째 벽은 늘 지형입니다. 세로 슈팅과 달리 위아래로 벽이 좁혀 오는 구간이 있어서, 탄을 피하다가 벽에 부딪혀 죽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화면 오른쪽 끝만 보지 말고 자기 기체 주변의 위아래 여유를 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화력 관리입니다. 파워업을 잃으면 적을 제때 못 지우고, 적이 살아 있으면 탄이 계속 늘어나 결국 빠져나갈 틈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그래서 한 번 죽고 나면 그 구간을 다시 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초반 구간에서 안전하게 화력을 쌓아 두는 것이 후반을 넘기는 가장 확실한 준비입니다.
세 번째는 보스전입니다. 이 시리즈의 보스는 덩치가 커서 화면을 크게 차지하는 만큼, 몸통 자체가 피해야 할 장애물이 됩니다. 탄만 보고 움직이다가 보스 몸에 부딪히는 일이 흔합니다. 보스가 어느 쪽으로 몸을 트는지 한 번 겪어 보고 나면 안전한 자리가 보이니, 첫 대면에서는 화력보다 관찰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사정
이 시리즈를 만든 회사는 대형 화면과 특이한 캐비닛으로 이름을 알린 곳입니다. 초기 작품은 모니터 여러 대를 옆으로 이어 붙여 극단적으로 가로가 긴 화면을 만들었고, 의자에 앉으면 등받이에서 소리가 울리는 구조까지 넣었습니다. 오락실이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만들겠다는 태도가 뚜렷했습니다.
이 작품이 나온 시기는 아케이드가 2D에서 3D로 넘어가던 한복판이었습니다. 폴리곤으로 만든 대전 격투와 레이싱이 오락실 앞자리를 차지하던 때라, 2D 슈팅은 자리를 잃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이 게임은 진행 방식은 가로 슈팅 그대로 두면서 그림만 3D로 바꾸는 선택을 했습니다. 덕분에 슈팅으로서의 조작감은 유지하면서도 보스의 거대함은 이전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살아났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서 이 시리즈는 대전 격투만큼 흔하지는 않았지만, 큰 오락실에 한 대쯤 놓여 있으면 유독 눈에 띄는 기계였습니다. 화면 가득한 물고기 모양 보스가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게임인지 몰라도 저 큰 게 뭐냐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슈팅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갈림길 구조가 이야깃거리였습니다. 같은 게임을 하고 왔는데 서로 만난 보스가 다르니, 어느 쪽 길이 쉬운지 어디로 가면 무엇이 나오는지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정보가 되었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갈림길 앞에서 잠깐 고민하는 그 감각부터 다시 겪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