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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맨 II

치타맨 II (Cheetahmen Ii USA Unl) · 1996 · Active Enterpr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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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게임의 역사에는 잘 만든 작품 못지않게 이야기 때문에 기억되는 물건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후자의 극단입니다. 만들다 만 상태로 회사가 문을 닫았고, 완성되지 못한 롬이 담긴 카트리지 1,500여 개가 미국 플로리다의 한 창고에서 발견되면서 세상에 나왔습니다. 심지어 그 카트리지들은 이전 제품의 껍데기를 재활용한 것이었고, 라벨에는 제목 철자마저 틀린 채로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정식 발매가 아니라 재고 발굴로 데뷔한 게임인 셈입니다.

치타맨 II(Cheetahmen II)는 치타 모습의 세 주인공을 번갈아 조작해 옆으로 나아가며 적을 물리치는 액션 게임입니다. 앞선 작품에 실려 있던 코너의 후속으로 기획됐고, 스테이지마다 조작하는 캐릭터가 정해져 있어 플레이어가 고르는 게 아니라 진행에 따라 바뀝니다. 각 캐릭터는 무기가 달라서, 근접해서 휘두르는 쪽과 멀리서 날리는 쪽의 감각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치타맨 II 액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6)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한 판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화면 오른쪽으로 계속 나아가면서 다가오는 적을 처리하고 끝까지 도달하는 것입니다. 방향키로 걷고 점프하며, 버튼으로 공격합니다. 체력 게이지가 있어서 적에게 닿으면 조금씩 깎이고, 다 떨어지면 판이 끝납니다.

캐릭터 차이가 체감상 가장 큰 요소입니다. 봉을 휘두르는 캐릭터는 사거리가 짧아 적에게 바짝 붙어야 하고, 그만큼 반격당하기 쉽습니다. 원거리 무기를 쓰는 캐릭터는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발사 간격이 여유로운 편이라 밀려드는 적을 다 막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바뀔 때마다 접근 방식을 통째로 갈아야 합니다.

전체 분량은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적습니다. 원래 구상된 스테이지 가운데 일부만 만들어진 상태에서 개발이 멈췄고, 그 상태 그대로 롬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게임이 자연스럽게 끝나는 게 아니라 그냥 멎어 버리는 구간을 만나게 됩니다.

치타맨 II 액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6)

유명한 결함들

이 게임이 이야깃거리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미완성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특정 구간에서 진행이 막히거나 화면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알려져 있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끝까지 갈 수 없는 판본이 존재합니다. 후에 팬과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손본 수정판을 따로 만들어 내놓기도 했습니다.

배경 음악도 이 게임의 상징입니다. 짧은 구간이 계속 반복되는 곡인데, 묘하게 귀에 남는 선율이라 게임 자체보다 음악이 더 널리 알려졌습니다. 게임을 해 본 적 없는 사람도 이 곡은 들어 본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만듦새가 거친 소프트웨어에서 유독 음악만 인상적이라는 점이 이 게임을 더 기묘하게 만듭니다.

적 배치도 정돈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적이 짧은 간격으로 계속 나오고, 지형과 무관하게 배치된 곳도 있습니다. 피할 자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체력만 깎이는 구간이 종종 나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 두면 좋은 것

가장 중요한 요령은 앞으로 밀고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적이 화면에 들어온 순간 바로 붙지 말고, 한 발 물러서서 적이 다가오게 만든 뒤에 처리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근접 무기 캐릭터일 때 특히 그렇습니다.

점프도 아껴야 합니다. 공중에서는 방향 조정이 자유롭지 않아서, 뛰어오른 뒤 착지 지점에 적이 있으면 그대로 부딪힙니다. 발판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걸어서 처리하는 쪽이 낫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을 '깨야 할 대상'으로 접근하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정상적으로 완주하도록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나아가는지 확인해 보는 정도로 즐기면 충분합니다.

어떤 회사가 만들었나

이 게임을 만든 액티브 엔터프라이즈는 정식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 게임을 내놓던 회사였습니다. 여러 게임을 하나의 카트리지에 몰아 담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개별 게임의 완성도보다는 수록 개수를 앞세운 구성이었습니다. 치타맨은 그 묶음 안에 들어 있던 코너 가운데 그나마 인지도를 얻은 쪽이었고, 회사는 여기에 기대 독립 후속작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먼저 무너졌습니다. 개발이 중단되고 회사가 사라진 뒤, 남은 재고가 발견되면서 이 게임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유통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카트리지는 수량이 적고 사연이 특이해 수집 대상이 되었습니다. 게임의 품질과 물건의 희소가치가 정반대 방향으로 갈린 드문 사례입니다.

남은 이야기

이 게임은 완성도로 평가받을 물건이 아닙니다. 실제로 해 보면 조작은 뻣뻣하고 판정은 모호하며 분량은 짧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그대로 보여 주는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게임이 널리 유통된 적이 없습니다. 대신 인터넷이 퍼진 뒤에 '역사상 최악의 게임' 같은 주제로 소개되면서 이름이 알려졌고, 배경 음악이 따로 회자되면서 궁금해진 사람들이 직접 확인해 보는 경로로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 켜서 그 분위기를 확인해 보기에 알맞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