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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게임즈 패미컴판

캘리포니아 게임즈 (California Games Europe) · 1989 · Milton Brad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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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트랙 대신 해변으로 간 스포츠 게임

당시 스포츠 게임 모음집이라고 하면 대개 올림픽 종목이었습니다. 100미터 달리기, 멀리뛰기, 해머던지기 같은 것들을 버튼 연타로 하는 게 정석이었지요. 그런데 이 게임은 종목표를 통째로 갈아엎었습니다. 서핑, 스케이트보드, 원반 던지기, 롤러스케이트, BMX 자전거 — 전부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노는 것들입니다. 배경에는 야자수가 서 있고 음악도 느긋해서, 시작 화면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캘리포니아 게임즈(California Games)는 미국 서부 해안의 놀이 문화를 소재로 한 종목 모음집입니다. 여러 종목을 차례로 치르며 점수를 쌓거나 마음에 드는 종목만 골라서 할 수 있고, 여러 명이 번갈아 기록을 겨루는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패미컴판은 이 게임을 8비트 가정용 기기로 옮긴 판본입니다.

캘리포니아 게임즈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9)

종목마다 완전히 다른 조작

이 게임의 특징은 종목별로 요구하는 감각이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스케이트보드는 하프파이프 안에서 좌우로 오가며 반동을 키우다가 가장자리를 넘어가는 순간에 기술을 넣어야 해서, 리듬을 타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그대로 넘어져 점수를 날립니다.

서핑은 파도의 벽면을 따라 오르내리며 회전과 방향 전환을 넣어 점수를 쌓는 종목입니다. 파도가 무너지기 전에 얼마나 많이 넣느냐가 승부인데, 욕심을 부리다 파도에 말려 들어가면 그 판이 끝납니다. 원반 던지기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읽어 던지는 각도를 정하는 종목이라, 앞의 두 종목과는 아예 머리 쓰는 부분이 다릅니다.

캘리포니아 게임즈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9)

넘어지는 것도 볼거리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건 실패했을 때의 연출입니다. 스케이트보드에서 넘어지면 캐릭터가 요란하게 구르고, BMX에서 착지를 놓치면 자전거와 함께 나뒹굽니다. 실패가 그냥 점수 0점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장면이 되기 때문에, 못해도 웃으면서 다시 하게 됩니다.

이런 성격 덕분에 여럿이 모여서 하기에 잘 맞습니다. 한 사람이 순서를 마치면 다음 사람이 이어받는 식으로 돌아가는데, 잘한 사람보다 크게 넘어진 사람이 더 화제가 되는 게 이 게임의 분위기입니다.

8비트로 옮겨온 해변

패미컴 화면은 색과 크기의 제약이 커서 원작의 화사한 해변 느낌이 다소 줄었습니다. 캐릭터도 작고 배경도 단순해졌지요. 그래도 종목별 조작의 성격과, 실패했을 때의 과장된 동작 같은 핵심은 남아 있어서 게임의 정체성은 유지됩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한 종목당 걸리는 시간이 짧아서 부담이 없고, 감을 잡을 때까지 몇 번 반복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여러 종목을 잘하기보다 자기가 잘 맞는 한두 종목의 기록을 계속 갱신하는 쪽이 이 게임을 오래 즐기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