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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 대 SNK 프로

캡콤 대 SNK: 밀레니엄 파이트 2000 프로 (Capcom vs SNK Millennium Fight 2000 Pro Europe) · 2000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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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수 없던 두 회사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아랑전설의 테리 보가드가 같은 화면에 서는 일은 오랫동안 상상 속에만 있었습니다. 캡콤과 SNK는 오락실 대전격투의 양대 축이자 경쟁자였으니까요. 그 두 회사가 손을 잡고 2000년에 실제로 그 화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게임이 캡콤 대 SNK 프로(Capcom vs. SNK: Millennium Fight 2000 Pro)입니다. 앞서 나온 밀레니엄 파이트 2000에 캐릭터와 조정을 더한 개정판이고, 여기 실린 것은 플레이스테이션판입니다.

캡콤 대 SNK 프로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0)

레이시오라는 규칙

이 게임은 단순히 캐릭터를 고르는 게 아닙니다. 캐릭터마다 1에서 4까지 레이시오라는 값이 매겨져 있고, 팀 전체 합이 정해진 수를 넘지 않게 짜야 합니다. 강한 캐릭터 하나로 갈지, 약한 캐릭터 넷을 데려갈지 고르는 셈입니다.

레이시오가 높을수록 체력과 공격력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레이시오 4짜리 한 명으로 밀어붙이는 사람과, 1짜리 넷을 순서대로 쓰는 사람의 운영이 전혀 다릅니다. 팀 구성 자체가 전략이 되는 구조라, 선택 화면에서부터 승부가 시작됐습니다.

캡콤 대 SNK 프로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2000)

그루브, 어느 쪽 규칙으로 싸울까

캡콤 그루브와 SNK 그루브 중 하나를 고릅니다. 캡콤 그루브는 게이지가 세 단계까지 차오르고 원하는 만큼 나눠 쓰는 방식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계열의 감각입니다. SNK 그루브는 킹 오브 파이터즈처럼 게이지를 직접 모으고, 체력이 낮을 때 강해지는 요소가 붙습니다.

같은 캐릭터라도 그루브에 따라 쓸 수 있는 수단이 달라집니다. 두 회사 게임을 다 해 본 사람이라면 손에 익은 쪽을 고르면 되고, 둘 다 해 보면서 차이를 익히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출연진

캡콤 쪽에서는 류, 켄, 춘리, 사가트, 베가, 자책, 블랑카, 발록, 사쿠라, 모리건 같은 얼굴이 섰습니다. SNK 쪽에서는 테리, 앤디, 료, 로버트, 마이, 킹, 이오리, 쿄, 기스, 루갈이 나옵니다. 서로 다른 회사의 손끝에서 나온 캐릭터들이 같은 규격의 도트로 다시 그려져 한 화면에 선 것 자체가 사건이었습니다.

캐릭터 그림은 캡콤이 새로 그렸습니다. 그래서 SNK 캐릭터들도 캡콤 특유의 선과 색으로 보이는데, 이게 어색하다는 사람도 있었고 신선하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두 세계가 실제로 만났다는 실감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이후

이 시리즈는 캡콤 대 SNK 2로 이어지면서 그루브가 여섯 가지로 늘어나고 캐릭터도 크게 늘어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2편이 훨씬 오래 돌아갔지만, 그 판을 열어젖힌 것은 이 첫 작품과 프로 개정판입니다.

지금 잡아 보면 캐릭터 수와 그루브가 적은 만큼 규칙이 단순해서, 레이시오 구성과 그루브 선택이라는 이 게임 고유의 재미가 오히려 또렷하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