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 틸트 앤 텀블
커비 틸트 앤 텀블 (Kirby Tilt N Tumble USA) · 2001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버튼이 아니라 기기를 기울입니다
이 게임의 팩 안에는 기울기를 감지하는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십자키로 커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게임기 자체를 이리저리 기울여서 굴립니다. 왼쪽으로 기울이면 왼쪽으로 구르고, 세게 기울이면 빠르게 굴러갑니다. 위로 툭 치듯 흔들면 커비가 뛰어오릅니다.
2001년에 나온 물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앞서간 발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손에 쥔 기기를 기울여 조작하는 방식이 익숙하지만, 당시 휴대용 게임기에서 이런 조작은 낯설었습니다. 게임을 하려고 몸을 비틀고 팔을 돌리는 사람의 모습부터가 이전에 없던 풍경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커비 틸트 앤 텀블(Kirby Tilt 'n' Tumble)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액션 퍼즐입니다. 동그란 커비를 굴려 스테이지의 출구까지 데려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평소 커비 게임에서 보던, 적을 빨아들여 능력을 얻는 방식은 여기서 쓰지 않습니다. 커비는 오로지 구르고 튀어 오르는 공에 가깝습니다.
스테이지는 여러 개의 방으로 이어져 있고, 각 방에는 구멍과 장애물과 발판이 놓여 있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길을 찾아 다음 방으로 넘어가야 하고, 구멍에 빠지면 목숨을 잃습니다. 굴러가는 힘을 조절하면서 원하는 자리에 정확히 멈추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기입니다.
기울이는 힘을 다루는 일
처음 잡으면 십중팔구 너무 세게 기울입니다. 커비가 쌩하고 굴러가 벽에 부딪히고 튕겨 나오고, 그러다 구멍에 빠집니다. 이 게임은 세게 기울이는 것보다 살짝 기울였다가 되돌리는 조작이 중요합니다. 기울기를 유지하면 계속 가속되기 때문에, 원하는 속도가 붙으면 기기를 평평하게 되돌려야 합니다.
멈추는 것도 기술입니다. 굴러가는 반대 방향으로 살짝 기울이면 속도가 줄어듭니다. 좁은 발판 위에 올라서야 할 때나 구멍 사이를 지날 때는 이 감속을 미리 시작해야 합니다. 눈앞에 구멍이 보이고 나서 멈추려 하면 이미 늦습니다.
뛰어오르는 조작은 따로 익혀야 합니다. 기기를 위로 살짝 들어 올리듯 흔들면 커비가 뜹니다. 높이 뛰려면 더 크게 흔들어야 하는데, 이때 좌우 기울기가 흐트러져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쉽습니다. 뛰는 순간에도 좌우 균형을 지키는 것이 요령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자리
좁은 길 위에서 균형을 잃는 구간이 첫 번째 벽입니다. 양옆이 낭떠러지인 길을 지날 때는 앞으로 가는 기울기만 주고 좌우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아야 합니다. 조금씩 나아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편이, 한 번에 지나가려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제한 시간에 쫓겨 서두르는 것도 흔한 실패입니다. 시간이 줄어들면 마음이 급해지고, 급하면 기울기가 커지고, 커진 기울기는 그대로 추락으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빠듯하더라도 위험한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이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요.
자세도 의외로 중요합니다. 기기를 무릎 위나 책상에 대고 하면 기울기를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양손으로 들고 팔꿈치를 자유롭게 둔 상태가 가장 다루기 좋습니다.
커비 계열에서의 위치
커비 게임은 대체로 적을 삼키고 능력을 얻어 쓰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 공식을 완전히 내려놓았습니다. 능력도 없고 복잡한 조작도 없습니다. 대신 커비가 원래부터 동그랗다는 점 하나를 붙잡고, 굴리는 재미만으로 게임 하나를 세웠습니다.
이런 과감한 선택이 가능했던 것은 커비라는 캐릭터의 생김새 덕분입니다. 공처럼 둥근 몸은 굴러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통통 튀는 움직임도 어울립니다. 조작 장치와 캐릭터가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조작이 곧 게임인 작품
이 게임을 설명하려면 결국 조작 이야기로 돌아오게 됩니다. 스테이지 구성이나 장애물 배치도 전부 기울이는 조작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시험하기 위해 놓여 있습니다. 새로운 조작 방식 하나가 게임 전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보여 주는 예입니다.
한 방이 짧아서 잠깐씩 하기에도 좋고, 실패해도 금방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대로 안 되던 커비가 몇 판 지나면 원하는 자리에 딱 멈추기 시작하는데, 그 순간의 뿌듯함이 이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