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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 레거시 오브 워

콘트라 레거시 오브 워 (Contra Legacy of War) · 1996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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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쓰고 하는 콘트라

이 게임의 미국판 상자에는 적청 입체 안경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특정 스테이지에서 화면이 빨강과 파랑으로 갈라지고, 안경을 쓰면 총알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1996년에 콘솔 게임이 팔 수 있는 볼거리로는 꽤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문제는 그 안경을 벗고 나면 남는 게임이 시리즈 팬들이 기대하던 것과 상당히 달랐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콘트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자리에 있습니다. 잘 만든 명작으로서가 아니라, 2D에서 3D로 넘어가던 시절 개발사들이 무엇을 잘못 짚었는지 보여 주는 표본으로서 그렇습니다.

콘트라 레거시 오브 워 슈팅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6)

어떤 게임인가

콘트라 레거시 오브 워(Contra Legacy of War)는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캐릭터를 조종해 외계 생명체를 쓸어버리는 액션 슈팅입니다. 옆에서 보던 화면이 쿼터뷰로 바뀌었고, 그에 맞춰 조준도 여덟 방향으로 돌려 가며 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기본은 여전히 콘트라입니다. 한 대만 맞아도 죽고, 무기 상자를 부수면 확산탄이나 레이저 같은 강화 무기가 나오고, 두 명이 함께 붙어 화면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도 넷 중에 고르는데 각자 이동 속도와 기본 화력이 다릅니다.

시점이 바꿔 놓은 것

횡스크롤 콘트라의 재미는 위험이 눈앞에 다 보인다는 데 있었습니다. 총알이 어디서 오는지 화면 한 장에 전부 담겨 있으니, 죽으면 순전히 내 손이 늦은 탓이었습니다. 쿼터뷰가 되면서 이 전제가 무너졌습니다. 화면 밖에서 날아오는 것을 미리 볼 수 없고, 거리 감각이 애매해 내 총알이 적에게 닿는지 눈으로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조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덟 방향으로 몸을 돌려 조준하는 방식은 아날로그 스틱이 없던 초기 플레이스테이션 패드에서 뻑뻑하게 느껴집니다. 적에게 정확히 총구를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한 대 맞으면 곧바로 죽는 규칙은 그대로입니다. 이 조합이 이 게임을 유난히 답답하게 만듭니다.

처음 잡는 사람을 위한 요령

먼저, 서서 쏘려 하지 말고 계속 움직이면서 각도를 유지하는 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조준 방향을 고정한 채로 옆걸음 치는 조작을 손에 익히면 체감 난이도가 눈에 띄게 내려갑니다.

둘째, 무기 욕심을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좋은 무기를 얻어도 한 번 죽으면 기본 총으로 돌아가므로, 무리해서 상자를 부수러 가다 죽는 것이 가장 손해입니다. 화면 구석부터 안전하게 정리한 뒤 가운데로 들어가는 순서를 지키면 훨씬 오래 삽니다.

셋째, 이 게임은 협력 플레이가 사실상 정답입니다. 한 명이 앞을 맡고 한 명이 옆과 뒤를 보면 시점 때문에 생기는 사각이 크게 줄어듭니다. 혼자 하면 도무지 안 넘어가던 구간이 둘이 붙으면 갑자기 풀리기도 합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콘트라는 오락실과 패미컴에서 옆으로 달리며 쏘는 액션의 기준을 세운 시리즈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 기준을 스스로 버리고 당시 유행하던 3D 쪽으로 몸을 틀었다가 균형을 잃었습니다. 이후 시리즈가 다시 옆 화면으로 돌아오고, 나중에 콘트라 샤터드 솔저 같은 작품에서 3D 배경 위에 2D 진행을 얹는 절충안을 찾게 된 배경에는 이때의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 와서 해 보면 나름의 인상은 남습니다. 살덩이 같은 외계 생물의 디자인은 시리즈 특유의 징그러움을 잘 이어받았고, 커다란 보스가 화면을 채우는 순간의 압박도 살아 있습니다. 명작을 기대하지 말고, 시리즈가 방향을 잃었던 한 시기를 직접 만져 본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볼 것이 있는 물건입니다.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크게 알려진 편이 아니고, 콘트라라는 이름만 보고 잡았다가 예전의 그 감각이 아니라서 놀란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낙차 자체가 이 게임에 얽힌 가장 흔한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