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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트 킬러

크립트 킬러 (Crypt Killer gq420 Uaa) · 1995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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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이 아니라 산탄총입니다

건슈팅 기계 앞에 서면 대개 권총 모양의 총을 집게 됩니다. 이 게임은 다릅니다. 총구가 굵고 묵직한, 산탄총 형태의 총이 걸려 있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한 점이 아니라 넓은 범위가 한꺼번에 날아가고, 몰려오던 해골 여러 마리가 한 번에 정리됩니다. 이 손맛 하나로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대도 도시나 공항이 아니라 무덤과 유적입니다. 모험가가 되어 어두운 통로를 지나며 되살아난 해골과 미라, 거대한 벌레 같은 것들을 상대합니다. 총을 들고 유적을 뒤진다는 설정이 그 시절 모험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합니다.

크립트 킬러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크립트 킬러(Crypt Killer)는 화면이 정해진 길을 따라 저절로 나아가고 플레이어는 조준과 사격만 담당하는 건슈팅입니다. 화면에 나타나는 적을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그쪽에서 먼저 덤벼들어 체력이 깎이고, 체력이 다하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재장전은 화면 바깥을 쏘는 방식입니다. 산탄이라 한 발의 범위가 넓은 대신 장탄수가 넉넉하지 않아서, 몇 발 쏘고 화면 밖을 한 번 쏘는 리듬이 손에 붙어야 합니다. 이 리듬이 흐트러지면 정작 코앞에 적이 붙었을 때 빈 총을 당기고 있게 됩니다.

크립트 킬러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5)

산탄이 만드는 다른 리듬

권총으로 하는 건슈팅은 한 마리씩 정확히 맞히는 게임입니다. 이쪽은 여러 마리를 어떻게 겹쳐 놓고 한 번에 걷어 낼지를 생각하는 게임입니다. 좌우에서 동시에 나오면 급한 쪽부터 하나씩 처리하기보다, 둘이 가까워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가운데를 쏘는 편이 총알도 시간도 아낍니다.

멀리 있는 적은 산탄이 퍼져 위력이 떨어지므로 가까이 붙을 때까지 기다리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다만 너무 붙게 두면 공격을 먼저 받으니, 화면 중간쯤에서 처리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무난합니다.

빈 총 상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요령입니다. 적이 한 무리 정리되어 잠깐 조용해지는 순간이 반드시 있는데, 그때마다 습관처럼 화면 밖을 한 번 쏘아 두면 위급한 순간에 총알이 없어 당하는 일이 사라집니다.

크립트 킬러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5)

갈림길과 숨은 보물

진행 중에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 나옵니다. 어느 쪽을 쏘느냐로 다음에 갈 곳이 정해지고, 경로에 따라 만나는 적과 보스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몇 번 하다 보면 아직 못 가 본 길을 골라 보려고 다시 동전을 넣게 됩니다.

배경 곳곳에는 부수면 보석이 나오는 물건들이 숨어 있습니다. 항아리나 벽면을 무심코 쏘았다가 점수가 튀어나오는 재미가 있는데, 여기에 정신이 팔리면 정작 다가오는 적을 놓칩니다. 여유가 있을 때만 챙기는 정도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스는 화면을 크게 차지하고 약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몸통 아무 데나 쏘면 총알만 낭비하게 되므로, 처음 한 판은 맞을 각오를 하고 어디를 때렸을 때 반응이 오는지 보는 편이 낫습니다. 약점을 알고 나면 산탄의 넓은 범위 덕에 오히려 권총 계열보다 빨리 정리됩니다.

코나미 건슈팅의 자리

코나미는 앞서 실사에 가까운 화면과 권총으로 이름을 알린 건슈팅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 뒤에 나온 것으로, 입체적으로 만든 배경 위를 카메라가 훑고 지나가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보면 각진 모양이 눈에 띄지만, 통로가 깊게 이어지고 안쪽에서 적이 걸어 나오는 연출은 그 시절 평면 배경과는 확실히 다른 압박을 줍니다.

세 명이 나란히 설 수 있게 만든 것도 특징입니다. 셋이 동시에 쏘면 화면이 순식간에 정리되어 진행이 아주 빨라지지만, 그만큼 총알 관리가 엉키기 쉬워 서로 맡을 방향을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1990년대 중후반 국내 오락실의 건슈팅 자리는 경찰이 되어 권총을 쏘는 게임들과 좀비를 상대하는 대형 기계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사이에서 자주 보이는 편은 아니어서, 있는 가게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총을 잡아 본 사람은 대개 무게와 반동 연출에 먼저 놀랐습니다. 한 발에 여러 마리가 쓸려 나가는 장면이 시원해서, 잘 못하는 사람도 몇 판은 재미있게 붙잡을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