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 포춘
클레오파트라 포춘 (Cleopatra Fortune Ver 2 1j 1996 09 05) · 1996 · Tait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줄을 맞추는 대신 보물을 가둡니다
낙하 퍼즐이라고 하면 대부분 가로 한 줄을 채워 지우는 방식을 떠올립니다. 이 게임에도 그 규칙이 있지만, 진짜 재미는 다른 쪽에 있습니다. 화면에는 벽돌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석이나 관 같은 보물이 섞여 내려오는데, 이 보물을 벽돌로 빈틈없이 에워싸면 보물과 그것을 둘러싼 벽돌이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의 머릿속은 줄이 아니라 울타리로 채워집니다. 저 보물의 위와 왼쪽은 이미 막혔으니 오른쪽과 아래만 채우면 된다는 식으로, 사방을 둘러싸는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됩니다. 같은 낙하 퍼즐인데 생각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어떤 게임인가
클레오파트라 포춘(Cleopatra Fortune)은 고대 이집트를 소재로 한 낙하 퍼즐입니다. 위에서 조각이 내려오면 레버로 좌우로 옮기고 버튼으로 돌려서 원하는 자리에 쌓습니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방식이고, 조각이 바닥까지 차올라 더 놓을 자리가 없어지면 끝나는 것도 같습니다.
다른 점은 내려오는 것의 종류입니다. 단순한 벽돌 조각과 함께 보물이 섞여 내려오고, 이 보물은 줄을 채우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가로 한 줄을 채워 지우는 방법과, 보물을 에워싸 지우는 방법 두 가지를 동시에 굴려야 한다는 점이 이 게임의 뼈대입니다.
두 가지 지우는 법
가로 줄을 채우는 것은 안전하고 빠른 방법이지만 점수가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보물을 에워싸는 쪽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대신 한 번에 큰 덩어리가 사라지고 점수도 훨씬 큽니다. 그래서 한 판의 진행은 결국 이 둘 사이의 저울질이 됩니다.
보물이 여러 개 붙어 있을 때 한꺼번에 둘러싸면 그만큼 크게 터집니다. 욕심을 내면 화면 아래쪽이 점점 두꺼워지고, 그러다 위쪽에 자리가 없어지면 애써 만든 울타리를 완성하지 못한 채 끝납니다. 반대로 안전하게 줄만 지우면 오래 살지만 점수가 붙지 않고 다음 단계로도 잘 넘어가지 못합니다. 이 긴장이 게임 내내 이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하는 실수
가장 흔한 실수는 보물을 화면 벽에 붙여 두지 않는 것입니다. 화면 좌우 끝은 그 자체로 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물을 구석에 몰아 두면 채워야 할 면이 줄어듭니다.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인 보물은 사방을 전부 막아야 해서 훨씬 손이 많이 갑니다.
두 번째는 울타리에 한 칸을 남겨 두는 것입니다. 거의 다 둘러쌌는데 한 칸이 비어 있으면 그것은 완성이 아니라 그냥 쌓아 둔 벽돌 더미입니다. 그 한 칸을 채울 조각이 곧바로 내려오지 않으면 그 자리가 통째로 짐이 됩니다. 시작 단계에서는 작은 울타리를 확실히 완성하는 연습부터 하는 편이 낫습니다.
세 번째는 지우는 순서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래쪽 줄을 먼저 지우면 위에 있던 것들이 내려앉으면서 애써 만들어 둔 모양이 무너집니다. 무엇을 먼저 지울지 정한 다음 쌓기 시작해야 합니다.
타이토의 퍼즐 계보
타이토는 1990년대에 퍼즐로 확실한 성과를 낸 회사입니다. 방울을 쏘아 붙이는 그 게임이 오락실 퍼즐의 표준처럼 자리 잡은 뒤, 같은 흐름에서 여러 갈래의 퍼즐을 계속 내놓았습니다. 이 게임도 그 시기의 결과물이고, 밝은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 경쾌한 음악이라는 그 회사 퍼즐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낙하 퍼즐이 이미 포화 상태였던 시기에 나왔는데도 자기 규칙 하나로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줄을 지우는 방식만으로는 더 새로울 것이 없던 때에, 둘러싸서 지운다는 규칙을 덧붙여 완전히 다른 사고를 요구하게 만든 것입니다.
오락실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퍼즐 자리는 대개 방울 쏘는 게임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옆에 놓여 있다가 눈에 띄어 앉아 보는 쪽에 가까웠는데, 한 번 규칙을 이해하면 오래 붙잡게 되는 부류입니다. 특히 큰 덩어리를 한 번에 터뜨렸을 때 화면이 정리되는 쾌감이 강해서,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일이 흔했습니다.
혼자 점수를 밀어 보는 재미도 있지만 둘이 붙었을 때가 더 재미있습니다. 상대가 크게 터뜨릴 준비를 하는 것이 화면 너머로 보이기 때문에, 그전에 먼저 정리해서 압박을 넣는 수 싸움이 생깁니다. 지금 해 봐도 규칙이 낡지 않은 퍼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