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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킬러스

타임 킬러스 (Time Killers v1 32) · 1992 · Str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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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잘린 채로 계속 싸웁니다

이 게임을 처음 본 사람이 놀라는 지점은 늘 같습니다. 칼을 휘두르다 보면 상대의 팔이 그대로 떨어져 나가는데, 그러고도 시합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팔 하나를 잃은 캐릭터는 남은 팔로 계속 싸우고, 잘린 쪽 공격은 아예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다 목이 날아가면 그 순간 승부가 끝납니다.

1992년은 격투 게임의 잔혹한 연출이 화제를 몰고 오던 해였습니다. 그 유행 한복판에서 이 게임은 잔혹함을 연출이 아니라 규칙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잘린 팔이 판정에 그대로 반영되니, 화면의 참혹함이 곧 승패의 정보가 됩니다. 그래서 좋든 싫든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습니다.

타임 킬러스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어떤 게임인가

타임 킬러스(Time Killers)는 각기 다른 시대에서 끌려 나온 전사들이 한자리에서 무기를 들고 겨루는 일대일 대전 격투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점프, 그리고 공격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 판은 짧게 끝나는 편입니다. 체력을 다 깎아도 이기지만, 목을 베어 그 자리에서 끝낼 수도 있습니다.

배경 설정은 시간을 넘나드는 존재가 여러 시대의 강자를 한곳에 불러 모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시인 옆에 사무라이가 서고, 바이킹 옆에 미래에서 온 개조 인간이 섭니다. 마지막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존재가 상대로 기다립니다.

타임 킬러스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2)

버튼이 팔다리에 하나씩

이 게임의 조작 방식은 당시 기준으로도 독특했습니다. 버튼이 캐릭터의 팔과 다리에 각각 대응해서, 어느 버튼을 누르느냐가 곧 어느 팔다리를 휘두르느냐가 됩니다. 그리고 남은 하나가 상대의 목을 노리는 특수 공격입니다.

이 특수 공격은 성공하면 그대로 시합이 끝나지만, 빈틈이 커서 헛치면 크게 얻어맞습니다. 그래서 실제 대전은 상대가 언제 그 버튼을 누를지 재는 눈치 싸움이 됩니다. 체력을 착실히 깎아 이기려던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목이 날아가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그 허무함이 이 게임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팔다리가 실제로 떨어져 나가면 그쪽 공격이 사라지므로, 상대의 주력을 먼저 잘라 내는 것이 유리합니다. 리치가 긴 무기를 든 상대의 팔을 떨구고 나면 갑자기 싸움이 편해집니다. 잔혹한 연출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상대의 선택지를 하나씩 빼앗는 시스템입니다.

타임 킬러스 대전격투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2)

여덟 명의 시대

고를 수 있는 인물은 사무라이, 바이킹, 원시인, 중세 전사, 고대의 검사, 미래에서 온 개조 인간, 그리고 사람 형태가 아닌 상대까지 성격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무기 길이와 휘두르는 속도가 인물마다 확연히 달라서, 리치가 긴 쪽이 눈에 띄게 유리한 구석이 있습니다.

처음 잡는 사람이라면 무기가 길고 휘두름이 큰 인물을 고르는 편이 편합니다. 상대가 들어오는 거리에서 먼저 휘둘러 팔을 떨구고 시작하면 그 뒤가 쉬워집니다. 반대로 짧은 무기를 든 인물은 파고들어야 하는데, 이 게임의 조작감으로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왜 오래가지 못했나

같은 시기 일본에서 나온 격투 게임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동작이 뻣뻣하고 판정이 거칠다는 점이 금방 드러납니다. 연속기라 부를 만한 것도 마땅치 않고, 한 방으로 끝나는 목 베기가 있어서 대전이 길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기고도 개운하지 않고, 지고 나면 허탈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완성도로 기억되는 대신 화제성으로 기억됩니다. 잔혹한 연출을 앞세운 미국산 격투 게임이라는 위치는 이후 같은 제작진의 다음 작품으로 이어졌지만, 격투 게임의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남은 것

국내 오락실의 대전 격투는 일본산 인기작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런 미국산 격투는 흔하게 깔리는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한 대 놓여 있으면 실제로 하는 사람보다 뒤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완성도와 별개로 아이디어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맞은 만큼 몸이 실제로 망가지고, 망가진 만큼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는 규칙은 이 시절 격투 게임에서 흔치 않은 발상이었습니다. 잘 만든 게임은 아니지만, 한 번쯤 만져 볼 이유가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