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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 터프

터프 터프 (Tough Turf SET 2 Japan 8751 317 0104 no Sound Missing z80 Program) · 1989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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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가 내놓은 거리 싸움

1980년대 후반 오락실에는 주먹으로 길을 여는 게임이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화면이 옆으로 흐르고, 적이 좌우에서 걸어 나오고, 그걸 전부 쓰러뜨려야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입니다. 터프 터프는 세가가 1989년에 이 흐름에 내놓은 작품입니다.

같은 시기 세가는 이 장르에서 훨씬 유명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고, 그 그늘에 가려 이 게임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붙잡고 해 보면 그 시절 벨트스크롤이 가진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묵직한 타격감과, 몰려드는 적을 어떻게 떼어 놓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터프 터프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어떤 게임인가

터프 터프(Tough Turf)는 화면을 옆으로 걸어가며 적을 쓰러뜨리는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맨손으로 싸우는 인물을 조작해 거리로 나서고, 앞을 막아서는 무리를 차례로 상대합니다. 두 명이 함께 할 수 있어, 오락실에서는 둘이 나란히 붙어 앉아 화면을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즐겼습니다.

벨트스크롤 게임의 화면은 평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위아래 이동이 이 장르의 핵심입니다. 적과 같은 높이에 서야 공격이 닿고, 반대로 높이를 어긋나게 서면 적의 공격도 빗나갑니다. 주먹을 어떻게 내지르느냐보다 어디에 서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터프 터프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한 판의 흐름

한 구간에 들어서면 화면이 멈추고 적들이 좌우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 자리의 적을 전부 쓰러뜨려야 화면이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한 판은 걷기와 싸움이 번갈아 반복되는 모양이 됩니다. 걷는 동안 숨을 고르고, 멈추면 몰려드는 적을 처리하는 식입니다.

혼자 상대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앞뒤로 끼이는 상황입니다. 좌우에서 동시에 걸어 나온 적 사이에 서면 한쪽을 때리는 동안 반대쪽에서 맞습니다. 이걸 피하려면 한쪽 끝으로 자리를 옮겨 적들을 한 방향으로 모아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벽을 등지듯 화면 끝을 등지고 서면 상대해야 할 방향이 하나로 줄어듭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자리

버튼을 계속 누르며 앞으로만 밀고 나가는 방식은 초반 몇 구간까지만 통합니다. 적이 여럿 나오기 시작하면 공격 한 번을 내는 사이에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맞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때리고 나서 바로 자리를 옮기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한 대 치고 물러서고, 다시 붙어 치는 리듬입니다.

위아래 이동을 쓰지 않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적이 공격 동작에 들어갔을 때 위나 아래로 한 칸 빠지면 그 공격은 그냥 빗나갑니다. 좌우로 도망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움직임으로 위험을 넘길 수 있습니다. 이 감각을 익히면 체력이 눈에 띄게 오래 갑니다.

체력 관리도 중요합니다. 벨트스크롤에서 체력은 곧 남은 시간입니다. 초반 구간에서 아껴 둔 체력이 뒤쪽 어려운 구간을 버티는 밑천이 되므로, 쉬운 자리에서 대충 맞아 가며 진행하는 습관은 나중에 대가를 치릅니다.

둘이 할 때 달라지는 것

두 명이 함께 하면 난이도가 단순히 절반으로 줄지는 않습니다. 대신 서로 역할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한 사람이 적 무리를 한쪽으로 끌어당기는 동안 다른 사람이 뒤쪽을 정리하는 식으로 움직이면, 혼자서는 넘기 힘든 구간도 수월하게 지나갑니다.

물론 손발이 안 맞으면 반대가 됩니다. 둘 다 같은 적에게 달라붙어 있으면 화면 반대쪽이 비고, 그 틈으로 적이 몰려듭니다. 이 장르를 둘이 할 때의 재미는 이런 조율에 있습니다. 말을 맞추지 않아도 몇 판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자리를 나눠 서게 됩니다.

그 시절 오락실의 한 자리

이 게임은 크게 흥행한 작품은 아닙니다. 같은 장르에 워낙 강한 경쟁작이 많았던 시기였고, 이름을 남긴 쪽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게임을 다시 켜 보는 일은, 당시 오락실 한구석에 놓여 있다가 조용히 사라진 기판을 다시 만나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그런 작품이라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규칙이 분명하고 한 판이 짧아 부담 없이 잡을 수 있고, 적을 어떻게 떼어 놓을지 고민하는 재미도 그대로 있습니다. 벨트스크롤 액션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걸어 볼 만한 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