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크레스타 패미컴판
테라 크레스타 (Terra Cresta USA) · 1990 · Vic Toka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다섯 대가 하나로 붙는 슈팅
테라 크레스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기체가 늘어나는 순간입니다. 혼자 날던 전투기에 파츠가 하나씩 붙어 두 대가 되고 세 대가 되고 다섯 대가 됩니다. 화면 아래쪽이 내 기체로 가득 차고 탄도 그만큼 두꺼워집니다. 슈팅 게임에서 강해진다는 느낌을 이렇게 눈에 보이게 만든 게임은 흔치 않았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다섯 대를 다 모은 뒤 버튼을 누르면 기체들이 흩어져 불새 모양으로 합쳐지고, 잠깐 동안 무엇에도 죽지 않는 상태로 화면을 휘젓습니다. 위험한 구간을 통째로 넘길 수 있는 장치이자, 이 게임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테라 크레스타(Terra Cresta)는 위로 스크롤하는 화면을 따라 올라가며 적을 쏘아 떨어뜨리는 세로 슈팅입니다. 공중의 적은 물론 지상에도 목표물이 있고, 특정 지상 목표를 부수면 합체용 파츠가 나옵니다. 그 파츠에 닿으면 내 기체 뒤에 붙습니다.
붙은 파츠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탄을 쏩니다. 어떤 것은 앞으로, 어떤 것은 비스듬히, 어떤 것은 뒤쪽까지 덮습니다. 다섯 대가 다 모이면 화면 대부분을 사정거리 안에 넣게 됩니다. 반대로 맞으면 붙어 있던 것부터 떨어져 나가므로, 공들여 키운 편대를 한순간에 잃기도 합니다.
합체와 분리
분리 기능이 이 게임의 깊이를 만듭니다. 버튼을 누르면 붙어 있던 파츠들이 떨어져 화면을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이때 파츠는 적탄에 맞아도 사라지지 않으므로, 잠시 동안 공격 범위를 크게 넓히면서 안전하게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다만 분리 상태에서는 본체가 혼자 남습니다. 화력은 넓어졌지만 내 몸 주변을 지켜 주던 것이 사라진 셈입니다. 언제 붙이고 언제 떼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적이 몰려 나오는 구간에서 떼고, 정리되면 다시 붙이는 식으로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섯 대를 모두 모은 상태에서 쓰는 불새 변신은 아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지속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동안은 죽지 않으므로, 도저히 못 넘길 것 같은 구간을 미리 정해 두었다가 거기서 쓰는 편이 이득입니다.
가정용판의 자리
원래 이 게임은 오락실 기판으로 먼저 나왔습니다. 집에서 하는 기계로 옮기면서 화면에 나오는 물량과 색이 줄었고, 소리도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오락실판을 알고 있다면 처음에는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합체와 분리, 그리고 불새라는 핵심은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오히려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오락실에서는 동전 때문에 해 보기 어려웠던 운용 연습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재미가 결국 편대를 어떻게 굴리느냐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크레스타라는 계보
테라 크레스타는 문 크레스타의 뒤를 잇는 작품입니다. 문 크레스타에서 이미 기체를 위아래로 붙이는 합체가 있었고, 테라 크레스타는 그것을 지상 목표와 편대 개념까지 넓혔습니다. 이후로도 이 계보는 이어졌고, 합체 슈팅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 시리즈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같은 시기 세로 슈팅들과 견주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제비우스가 지상과 공중을 나눈 조준의 게임이라면, 테라 크레스타는 내 기체를 키우고 굴리는 게임입니다. 강해지는 과정이 숫자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쌓인다는 점이 이 게임을 오래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락실 원판은 국내에도 꽤 들어와 있었고, 합체하는 그림 덕분에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도 합체 비행기라고 불렀습니다. 집에서 하는 쪽으로는 패미컴 호환기가 널리 퍼진 뒤 복사 카트리지 모음집에 자주 들어 있어서, 오락실보다 집에서 더 많이 해 본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난이도는 그 시절 기준이라 앞부분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파츠를 잃고 혼자 남으면 그 판은 급격히 어려워집니다. 그래도 하나씩 붙여 다섯 대를 채우는 순간의 만족감은 여전하고, 그 맛 때문에 다시 동전을 넣게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