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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Tales of Destiny Ii USA Disc 1) · 1997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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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을 기다리지 않는 RPG

이 시리즈가 다른 RPG와 갈라지는 지점은 전투 화면에 들어선 순간 드러납니다. 명령을 고르고 차례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직접 움직여 적에게 다가가 검을 휘두릅니다. 옆으로 늘어선 전장에서 앞뒤로 뛰고, 막고, 기술을 넣습니다. RPG를 하다가 갑자기 액션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 방식 덕분에 전투가 지루하지 않습니다. 잡몹 하나를 잡을 때도 손을 놀려야 하고,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결과가 다릅니다. 수치만으로 결판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시리즈를 오래 붙들게 만듭니다.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RPG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7)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Tales of Destiny II)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세계를 여행하고, 만나는 적과 싸워 성장하는 RPG입니다. 마을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장비를 갖추고,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흐름은 이 장르의 정석 그대로입니다.

다른 점은 전투입니다. 적과 마주치면 별도의 화면으로 전환되는데, 여기서 한 명을 직접 조작합니다. 나머지 동료들은 미리 정해 둔 방침에 따라 알아서 움직입니다. 마법을 아끼게 할지, 회복을 우선하게 할지 같은 설정을 세밀하게 정할 수 있어서, 이 설정을 잘 만져 두면 어려운 전투도 수월해집니다.

기술은 검기와 마법으로 나뉘고, 사용할 때마다 자원이 줄어듭니다. 기본 공격으로 자원을 아끼다 결정적일 때 기술을 몰아 넣는 운용이 기본입니다.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2 RPG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7)

전투를 잘 하는 법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입니다. 적에게 붙어 때리는 게 기본이긴 하지만, 뒤에서 마법을 준비하는 동료 앞을 비워 두면 적이 그쪽으로 달려갑니다. 마법이 끊기면 화력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적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시간을 버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가드도 중요합니다. 강한 적의 큰 기술은 정면으로 맞으면 크게 깎이므로, 예비 동작을 보고 막아야 합니다. 막는 순간을 익히면 체력 소모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기술을 이어 붙이는 것도 재미 요소입니다. 기본 공격 몇 번 뒤에 검기를 넣으면 끊기지 않고 연결되는데, 이 순서를 캐릭터마다 익혀 두면 한 번 붙었을 때 뽑아낼 수 있는 피해량이 확 늘어납니다.

이야기와 동료들

여행의 뼈대는 동료들과의 관계입니다. 이동 중이나 쉬는 지점에서 동료들끼리 나누는 짧은 대화가 계속 나오는데, 본편 진행과는 별개로 각자의 사정과 성격을 보여 줍니다. 이걸 챙겨 보면 후반의 선택이 훨씬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야기 자체는 정통 판타지의 구조를 따릅니다. 평범한 인물이 사건에 휘말리고,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결정 앞에 섭니다. 익숙한 뼈대지만 캐릭터들이 살아 있어서 끝까지 끌고 갑니다.

분량과 진행

이 게임은 짧지 않습니다. 본편만 따라가도 상당한 시간이 들고, 곁가지까지 챙기면 훨씬 길어집니다. 숨겨진 던전이나 강한 적을 잡는 도전 요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끝낸 뒤에도 할 것이 남습니다.

성장은 크게 어렵지 않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필요한 만큼 강해지므로, 일부러 오래 사냥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보스 앞에서 벽에 부딪히면 장비를 점검하고 동료 방침을 손보는 편이 무작정 수치를 올리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디스크가 나뉘어 있을 만큼 분량이 큰 작품이라, 처음 잡을 때는 진득하게 시간을 낼 각오가 필요합니다. 대신 한 번 빠지면 오래 함께 가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같은 장르 다른 게임과 견주면

같은 시기 RPG들이 대부분 차례를 기다리는 전투를 쓰던 것과 비교하면, 이 시리즈의 선택은 분명한 차별점이었습니다. 명령을 고르는 대신 손으로 싸운다는 것은 진입 장벽을 조금 높이지만, 그만큼 전투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전투와 이야기 사이의 간격이 짧다는 것입니다. 화면 전환이 빠르고 대사도 시원시원해서, 다음 목적지로 넘어가는 흐름이 늘어지지 않습니다. RPG를 하다 지루해져 그만둔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도 이 시리즈는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가 알려진 뒤로 꾸준히 팬층이 이어졌습니다. 손으로 직접 싸우는 RPG라는 인상이 강해서, 한 편을 해 본 사람이 다른 편도 찾아보게 되는 종류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