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헌팅 베어 앤 무스
트로피 헌팅 베어 앤 무스 (Trophy Hunting Bear Moose v1 0) · 2002 · Sa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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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한구석의 사냥터
2000년대 초 오락실에는 총이 달린 기계가 꽤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좀비를 쏘거나 테러범을 쏘는 것이었는데, 그 사이에 전혀 다른 결의 기계가 한 대씩 섞여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침엽수림과 늪지대가 펼쳐지고, 총소리 대신 바람 소리와 새 소리가 먼저 들립니다. 쏠 대상이 나타나기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이런 기계 앞에 서 본 분들은 처음에 당황합니다. 다른 건 슈팅에서는 화면에 뭔가 나타나면 일단 쏘는 게 맞는데, 여기서는 아무거나 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냥 게임이라는 장르가 오락실에 들어왔을 때 가장 낯설었던 지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트로피 헌팅 베어 앤 무스(Trophy Hunting Bear and Moose)는 새미가 내놓은 북미 사냥 소재의 건 슈팅입니다. 제목 그대로 곰과 무스, 그러니까 큰 사슴류를 사냥감으로 삼습니다. 북미 오락실과 볼링장, 술집에 놓이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부류의 기판입니다.
조작은 총 하나뿐입니다. 화면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면 쏘고, 화면 밖을 겨누고 당기면 재장전합니다. 건 슈팅을 한 번이라도 해 보셨다면 배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면 손보다 눈과 인내심을 훨씬 많이 쓰게 됩니다.
한 판은 정해진 사냥터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숲 사이를 훑으며 사냥감을 찾고, 발견하면 조준해서 쏘고, 잡은 만큼 점수가 쌓입니다. 시간이 다하기 전에 목표를 채우면 다음 사냥터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아무거나 쏘면 안 되는 게임
이 계열 사냥 게임의 핵심 규칙은 사냥감을 가려서 쏘는 것입니다. 화면에는 잡아야 할 대상만 나오지 않습니다. 새도 날아가고, 잡으면 안 되는 동물도 지나갑니다. 잘못 쏘면 점수가 깎이거나 시간을 잃습니다. 그래서 반사신경으로 밀어붙이는 습관이 여기서는 그대로 손해가 됩니다.
거리도 중요합니다. 멀리 있는 사냥감은 화면에서 작게 보이고, 한 발에 쓰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대로 된 자리를 맞히는 편이 훨씬 이득인데, 기다리는 동안 사냥감이 숲으로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언제 쏘고 언제 기다릴지를 고르는 것이 이 게임에서 실력이 갈리는 부분입니다.
곰과 무스는 성격이 다릅니다. 덩치가 크고 느린 대신 한 발로는 부족하고, 잘못 건드리면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접근을 허용하면 그 판을 통째로 날릴 수 있어서, 거리가 남아 있을 때 확실히 끝내는 것이 요령입니다.
처음 잡는 분을 위한 감각
총을 손에 쥐면 대개 팔을 쭉 뻗고 조준하게 되는데, 이 게임은 한 판이 길어서 팔이 먼저 지칩니다. 팔꿈치를 몸에 붙이고 짧게 드는 자세가 훨씬 오래 갑니다. 오락실 총은 실제 조준과 화면 조준이 미묘하게 어긋나기 때문에, 첫 몇 발은 일부러 크게 빗나가게 쏘면서 기계의 버릇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재장전을 아끼지 마십시오. 남은 탄을 세면서 버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빈 총을 당기는 것만큼 아까운 일이 없습니다. 사냥감이 보이지 않는 조용한 구간이 재장전에 쓰라고 있는 시간입니다.
사냥 게임이라는 계열
북미에서는 사냥을 소재로 한 오락실 기계가 하나의 계열을 이룰 만큼 꾸준히 나왔습니다. 사슴, 큰뿔양, 오리, 곰까지 대상이 바뀌면서 후속작이 이어졌고, 이 작품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화려한 연출로 승부하는 대작들과 달리, 이쪽은 배경음을 줄이고 자연 소리를 앞에 두는 조용한 연출을 택합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런 사냥 기판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좀비와 총격전이 익숙한 손님들에게는 심심하게 보이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계열을 기억하시는 분은 대개 대형 게임장이나 볼링장 한구석에서 우연히 만난 경우입니다. 다만 한 번 자리에 서서 사냥감을 기다려 본 분들은, 총을 쏘는 게임인데도 쏘지 않는 시간이 더 재미있다는 감각을 기억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