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니스트 아워
파이니스트 아워 (Finest Hour Japan) · 1989 · Namc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피격을 당해도 체력이 줄지 않습니다. 대신 온도가 올라갑니다. 계속 얻어맞으면 기체가 과열되고, 냉각 한계를 넘는 순간 게임이 끝납니다. 반대로 잠시 맞지 않고 버티면 열이 내려가면서 다시 싸울 여지가 생깁니다. 남은 목숨의 숫자를 세는 대신 지금 내 기체가 얼마나 달아올라 있는지를 계속 신경 쓰게 만드는 이 장치 하나가, 이 게임을 같은 시기의 다른 횡스크롤 액션과 완전히 다른 물건으로 만듭니다.
파이니스트 아워(Finest Hour)는 변형 기능을 갖춘 전투 로봇을 조종해 좌우로 이어지는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액션 슈팅입니다. 레이저 캐논으로 적을 쏘고, 보조 추진기로 공중에 뜨고, 자동 조준의 도움을 받아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을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조이스틱을 빠르게 두 번 밀면 대시 상태로 전환되어, 화면이 시원하게 밀려나갈 만큼 빠른 속도로 지형을 가로지릅니다.
열이 곧 목숨입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이라면 피격 한 방이 곧 잔기 하나 손실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피격이 열로 누적됩니다. 그래서 판단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한 방 맞더라도 지금 몰아쳐서 눈앞의 적 무리를 정리하는 편이 나은 상황이 있고, 반대로 손해를 감수하고 뒤로 물러나 열을 식히는 편이 나은 상황이 있습니다. 초보자는 대개 이 조절을 못 해서 스테이지 중반쯤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채 끌려다니게 됩니다.
요령은 단순합니다. 화면 안의 적을 다 잡으려 하지 말고, 나를 실제로 때릴 수 있는 각에 있는 적만 처리하며 이동하는 것입니다. 남코 게임답게 적 배치는 무작위가 아니라 구간마다 정해져 있어서, 같은 구간을 몇 번 돌다 보면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오는지가 손에 붙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아예 맞지 않고 지나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공중에서의 제약도 미리 알아 두면 좋습니다. 뛰어오른 뒤에는 바라보는 방향을 마음대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점프하기 전에 어느 쪽을 보며 착지할지 정해야 합니다. 이 규칙을 모르고 무작정 뛰면 공중에서 등을 보인 채 얻어맞는 일이 반복됩니다.
스테이지 구성과 두 바퀴
전체는 네 개의 스테이지로 짜여 있고, 이것을 두 번 돌아야 끝까지 간 것이 됩니다. 즉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더 강해진 조건으로 다시 만나는 구조입니다. 이런 이주회 방식은 당시 아케이드에서 흔했습니다. 게임 분량을 늘리면서도 실력자에게는 더 어려운 목표를 주고, 무엇보다 동전이 계속 들어가게 만드는 설계였습니다.
첫 바퀴에서는 지형과 적 배치를 익히는 데 집중하고, 두 번째 바퀴부터가 진짜 시험입니다. 같은 구간인데 적이 더 빨리,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첫 바퀴에서 몸에 익힌 이동 경로가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대시를 언제 켜고 언제 끄는지가 생존을 가릅니다. 대시는 빠르지만 정밀한 대응이 어려워서, 적이 밀집한 구간에 대시로 뛰어들면 열이 순식간에 차오릅니다.
남코가 처음 내놓은 로봇 주인공
남코는 1980년대 내내 팩맨, 갤러그, 제비우스 같은 간판들로 아케이드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사람이 아닌 로봇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은 이 게임이 처음입니다. 1980년대 후반은 일본 대중문화 전반에서 실사 비율의 로봇 애니메이션이 큰 흐름을 이루던 때였고, 게임 화면에도 그 감각이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기체가 변형하고, 추진기를 뿜고, 과열을 관리한다는 설정은 그 시절 로봇물의 문법을 게임 규칙으로 옮겨 놓은 셈입니다.
기판은 남코 시스템 2를 썼습니다. 당시 남코가 밀던 주력 기판으로, 다중 스크롤과 큼직한 스프라이트를 무리 없이 굴릴 수 있어 이런 속도감 있는 액션에 잘 맞았습니다. 기체가 대시로 화면을 가로지를 때 배경이 층층이 밀려나는 느낌이 이 기판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오락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나
이 게임은 일본에서만 정식으로 나온 작품이라 유통 범위가 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시기 국내 오락실을 채웠던 캡콤이나 코나미의 벨트스크롤, 슈팅 대작들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기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만나 본 사람에게는 확실히 기억에 남습니다. 체력 게이지 대신 온도계가 올라가는 화면, 조이스틱을 두 번 밀면 폭발적으로 튀어 나가는 이동감이 다른 어떤 게임과도 겹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장르에서 견주자면, 무장을 모아 화력을 불려 나가는 슈팅과도 다르고 발판을 밟아 올라가는 액션과도 다릅니다. 이 게임은 계속 달리면서 열을 관리하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화력이 아니라 자기 기체의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실력인 액션은 지금 기준으로도 흔치 않습니다.
느리게 정찰하듯 진행하면 열은 잘 안 오르지만 시간에 쫓기고, 빠르게 밀면 진도는 나가는데 열이 위험해집니다. 그 사이에서 자기 속도를 찾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