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피버
파이트 피버 (Fight Fever SET 1) · 1994 · Vic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한국에서 만든 네오지오 게임
네오지오 기판으로 나온 게임 대부분은 일본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한국 회사가 만든 게임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이 게임은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1990년대 중반에 국내 업체가 네오지오용 격투 게임을 만들어 내놓았다는 건 당시로서는 드문 일이었습니다.
캐릭터 중에 한국 선수가 들어가 있고, 태권도를 쓰는 인물이 나옵니다. 일본 게임에 나오는 외국인 캐릭터가 아니라 만든 쪽에서 진지하게 넣은 캐릭터라는 점이 다릅니다.
어떤 게임인가
파이트 피버(Fight Fever)는 캐릭터를 하나 골라 일대일로 붙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상대의 체력을 먼저 다 깎으면 한 판을 가져가고, 정해진 판수를 먼저 따면 다음 상대로 넘어갑니다. 지면 그 자리에서 끝나고 동전을 넣으면 이어서 합니다.
조작은 이 시기 격투 게임의 표준을 따릅니다. 레버로 이동하고 앉고 뛰며, 버튼으로 주먹과 발차기를 나눠 씁니다. 레버를 돌려 입력하면 필살기가 나가는 것도 똑같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설정으로, 각 캐릭터가 자기 무술을 쓰는 구성입니다. 격투 게임의 익숙한 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캐릭터마다 다른 무술
고를 수 있는 캐릭터들은 서로 다른 무술을 씁니다. 태권도, 권투, 레슬링 같은 것들이 나뉘어 있고, 그에 맞춰 리치와 공격 방식이 달라집니다.
발차기 위주의 캐릭터는 리치가 길어 거리를 두고 싸우기 좋습니다. 대신 붙었을 때 대응이 약합니다. 잡기가 강한 캐릭터는 붙으면 한 번에 큰 피해를 주지만, 상대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처음이라면 공격이 빠르고 필살기 입력이 단순한 캐릭터를 고르는 게 낫습니다. 이 게임은 기술 입력이 뜻대로 안 나가는 경우가 있어서, 복잡한 입력을 요구하는 캐릭터는 답답해지기 쉽습니다.
대전에서 신경 쓸 것
이 게임에서 가장 잘 통하는 건 리치가 긴 공격입니다. 상대가 들어오는 자리에 미리 발을 내밀어 두면 상대가 알아서 맞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무리하게 붙어서 난타전을 벌이기보다 거리를 유지하며 견제하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점프 공격도 강한 편입니다. 뛰어들어 때리고 이어서 지상 공격으로 연결하는 흐름이 잘 들어가서, 이 조합 하나만 익혀도 컴퓨터 상대는 상당히 넘길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도 같은 걸 합니다. 뛰어드는 상대에게는 대공 공격을 준비해 두어야 하는데, 이걸 안 하면 계속 뛰어드는 패턴에 그대로 당합니다.
만듦새와 한계
솔직히 말하면 완성도가 높은 게임은 아닙니다. 같은 시기 네오지오에는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 같은 작품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기준으로 보면 동작의 부드러움이나 기술 판정에서 차이가 납니다.
기술이 입력한 대로 나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캐릭터 사이의 성능 차이도 큽니다. 대전 게임으로서 균형이 잘 맞춰졌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이 기억되는 건 만든 곳 때문입니다. 격투 게임이 오락실을 지배하던 시절에 국내 업체가 그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남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자리
국내에서 만든 게임인 만큼 한국 오락실에는 실제로 들어왔습니다. 다만 옆자리에 더 잘 만든 격투 게임이 있으니 손님이 오래 붙지는 않았습니다. 호기심에 한두 판 해 보고 다시 원래 하던 게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태권도를 쓰는 캐릭터가 나오는 격투 게임이라는 점은 그 시절에 나름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외국 게임 속 한국 캐릭터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도록 만들어진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거친 부분이 금방 눈에 띕니다. 그래도 한국 아케이드 게임 역사의 한 조각으로서 한 번쯤 켜 볼 만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