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롤러
파이팅 롤러 (Fighting Roller) · 1983 · Ka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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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 게임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롤러스케이트 경주 게임은 몇 손가락에 꼽습니다. 이 게임은 그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이고, 그것도 1983년에 나왔습니다. 초록색 셔츠를 입은 주인공이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코스를 달리는데, 앞을 막는 상대가 있으면 주먹을 날려 밀어냅니다. 제목에 싸움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파이팅 롤러(Fighting Roller)는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장애물이 놓인 코스를 완주하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코스에는 다른 선수들이 함께 달리고, 길에는 여러 가지 방해물이 놓여 있습니다. 부딪히면 넘어져 시간을 잃고, 시간 안에 코스를 끝내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달리면서 싸운다는 것
이 게임의 특징은 상대를 그냥 피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밀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이 막혔을 때 옆으로 돌아가려면 거리가 늘어나고 시간이 듭니다. 대신 상대를 쳐서 넘어뜨리면 곧장 그 자리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격에도 대가가 있습니다. 주먹을 날리는 동안 속도가 줄고 자세가 흐트러지므로, 그 사이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대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 싸우고 언제 피할지 판단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다 밀어내며 가는 것도, 다 피해 가는 것도 좋은 답이 아닙니다.
코스에는 웅덩이나 튀어나온 것 같은 방해물이 놓여 있어서 선수들만 신경 쓸 수도 없습니다. 앞을 보며 장애물을 읽고, 동시에 옆의 상대와 거리를 재는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합니다.
요령
첫 번째는 안쪽 선을 지키는 것입니다. 다른 레이싱과 마찬가지로 커브에서 바깥으로 밀려나면 거리가 늘어나고, 밀려난 채로 상대에게 안쪽을 내주면 다시 앞지르기가 어려워집니다. 상대가 안쪽을 파고들려 하면 그때가 밀어낼 순간입니다.
두 번째는 넘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에서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속도를 붙이는 데 시간이 크게 듭니다. 앞지르기 한 번 성공하는 것보다 넘어지지 않고 꾸준히 가는 편이 기록에 훨씬 유리합니다.
세 번째는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멀리 있을 때 미리 주먹을 내면 헛치면서 속도만 잃습니다. 확실히 닿을 거리에 들어왔을 때만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의 스포츠 게임
1983년 무렵 오락실에는 온갖 종목의 게임이 나왔습니다. 육상, 권투, 축구는 물론이고 아무도 게임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던 종목까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스포츠는 규칙이 이미 알려져 있어서 설명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었고, 새로운 종목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다른 게임과 달라 보였습니다.
롤러스케이트는 이 시기 실제로 유행하던 활동이었습니다. 롤러장이 유행하고 롤러스케이트를 소재로 한 영화와 음악이 나오던 때라, 오락실 게임으로 만들기에 시의적절한 소재였습니다. 유행을 소재로 가져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흔한 방식입니다.
이 게임은 해외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유통되었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모습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셔츠에 있던 번호가 지워지고 머리에 헬멧이 씌워졌는데, 지역마다 다른 감각을 고려한 조정이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옛날 오락실 게임을 살펴보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한국에서도 1980년대에 롤러스케이트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롤러장이 동네마다 있었고, 주말이면 아이들이 몰렸습니다. 그러니 이런 소재의 게임이 국내 오락실에 있었다면 반응이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이 게임 자체가 국내에 널리 보급된 흔적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1983년이면 국내 오락실에 들어오는 기판이 아직 제한적이던 때이고, 이런 소품에 가까운 게임까지 골고루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해 보면 화면은 소박하지만, 밀치고 앞지르며 달리는 감각만큼은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