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사커
파이팅 사커 (Fighting Soccer Joystick Hack Bootleg) · 1988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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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원래 캐비닛에는 조이스틱 대신 둥근 다이얼이 달려 있었습니다. 손바닥으로 굴려서 선수를 움직이는 방식인데, 축구처럼 방향이 계속 바뀌는 종목에서는 8방향 레버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조작이었습니다. 다만 다이얼은 비싸고 잘 고장 났습니다. 그래서 이 판본이 존재합니다. 다이얼을 떼고 평범한 조이스틱으로 돌아가게 고친 버전입니다.
파이팅 사커(Fighting Soccer)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축구 게임입니다. 최대 네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고, 사람끼리 팀을 나누거나 함께 컴퓨터 팀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레버로 선수를 움직이고 두 개의 버튼으로 패스와 슛을 나눠 씁니다.
다이얼과 조이스틱의 차이
원판의 다이얼 조작은 감각이 독특했습니다. 굴리는 속도가 그대로 선수의 속도가 되고 방향도 연속적으로 바뀌니,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는 동작이 아주 부드럽게 나옵니다. 대신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딱 세우기가 어려웠습니다.
조이스틱 판본은 반대입니다. 8방향으로 끊어지니 정밀한 방향 잡기는 쉬워졌는데, 원판이 가지고 있던 미끄러지듯 도는 감각은 사라졌습니다. 같은 게임이지만 손에 남는 느낌이 다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실제로 돌아간 것은 대체로 이런 조이스틱 판본이었습니다. 다이얼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고 고장 나면 손님이 항의하니, 업주 입장에서는 흔한 부품으로 굴러가는 쪽이 나았습니다. 지금 이 판본을 하는 것은 그 시절 국내 오락실에서 실제로 보던 그 화면을 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네 명이 붙는 축구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인원수입니다. 네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캐비닛은 그 시절에도 흔하지 않았고, 축구라는 종목과 만나면 그 효과가 배가 됩니다. 두 명씩 편을 갈라 붙으면 실제 축구처럼 역할 분담이 생깁니다.
혼자 할 때와 여럿이 할 때 게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혼자 하면 공을 가진 선수 하나만 조작하는 평범한 축구 게임이지만, 둘이 한 팀이면 공이 없는 사람이 미리 자리를 잡아주는 움직임이 생깁니다. 그 순간 이 게임은 훨씬 축구다워집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것
탑뷰 축구에서 초심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공을 뺏기는 순간입니다. 드리블로 계속 밀고 가다가 상대에게 붙잡히고, 그때부터 되찾지 못한 채 계속 밀립니다.
요령은 드리블을 짧게 끊는 것입니다. 이 시기 탑뷰 축구는 대체로 수비수의 몸싸움 판정이 강해서 붙으면 뺏깁니다. 붙기 전에 패스로 넘기는 습관을 들이면 공 소유를 훨씬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슛은 골대 정면에서 무작정 차기보다 각도를 만들고 차는 편이 들어갑니다. 골키퍼가 공을 가진 선수 위치를 보고 미리 자리를 잡으므로, 옆으로 흘려 놓고 반대쪽으로 차는 패턴이 잘 먹힙니다. 이 게임을 오래 한 사람들이 쓰던 기본 공식입니다.
SNK가 스포츠를 만들던 시절
SNK를 네오지오와 대전 격투로 기억하는 분이 많지만, 그 이전의 SNK는 훨씬 다양한 장르를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골프와 야구와 축구를 두루 내놓았고, 그중 몇몇은 여러 사람이 함께 앉는 캐비닛으로 승부를 봤습니다.
이 시기 SNK 스포츠 게임의 공통점은 실제 종목의 규칙보다 오락실에서의 재미를 우선했다는 점입니다. 반칙 판정이 느슨하고 몸싸움이 과장돼 있으며, 선수 동작이 만화적입니다. 제목에 싸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도 그 성격을 드러냅니다.
지금 해 보면
혼자 하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컴퓨터 팀의 움직임이 단순하고 경기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혼자 붙잡고 오래 파고들 만한 깊이를 기대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애초에 혼자 하라고 만든 물건이 아닙니다. 네 자리를 사람으로 채웠을 때를 전제로 설계됐고, 그 조건이 갖춰지면 지금 해도 시끄럽고 즐겁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축구 기계 앞에 사람이 몰려 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