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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 7

파이널 판타지 VII (Final Fantasy Vii USA Disc 1) · 1997 ·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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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나가 기기를 바꿔 놓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 이 게임 때문에 게임기를 산 사람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그때까지 이 시리즈는 다른 회사 기기에서 나오던 간판이었는데, 이 작품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가면서 시장의 무게 중심이 통째로 옮겨졌습니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화면이었습니다. 폴리곤으로 만든 캐릭터가 정교하게 그려진 배경 위를 걷고, 전투에 들어가면 카메라가 돌아가며 소환수의 연출이 한참 동안 이어집니다. 도트로 그려진 캐릭터만 보던 사람들에게 이 화면은 다른 세대의 물건처럼 보였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7(Final Fantasy VII)은 거대 기업이 행성의 생명 에너지를 뽑아 쓰는 세계를 배경으로, 용병 클라우드가 저항 조직에 가담하며 시작되는 RPG입니다.

파판 7 RPG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7)

마테리아라는 장치

이 작품의 성장 체계는 마테리아라는 구슬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마법과 특수 능력이 전부 이 구슬에 담겨 있고, 무기와 방어구에 뚫린 구멍에 끼워야 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구슬을 누구에게든 옮겨 끼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든 마법사가 될 수도, 회복 담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직업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플레이어가 조합해서 만든다는 뜻입니다.

구멍이 서로 연결된 자리에 특정 마테리아를 나란히 끼우면 효과가 결합됩니다. 마법을 여러 적에게 동시에 걸거나, 공격한 뒤 자동으로 다른 효과가 따라 나오게 만드는 조합이 가능합니다. 이 조합을 파고드는 것이 이 게임의 깊이입니다.

마테리아는 전투를 치를수록 성장하고, 다 자라면 새 구슬이 하나 갈라져 나옵니다. 그래서 좋은 조합을 여러 캐릭터에게 나눠 주기 위해 일부러 전투를 반복하게 됩니다.

파판 7 RPG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7)

전투와 리미트

전투는 시간이 흐르는 방식입니다. 게이지가 차면 순서가 돌아오고, 그동안 상대도 움직이기 때문에 마냥 고민할 수 없습니다.

피해를 입을수록 리미트 게이지가 차오릅니다. 가득 차면 캐릭터마다 고유한 강력한 기술을 쓸 수 있는데, 궁지에 몰릴수록 강해진다는 구조라 불리한 싸움에서 역전이 나옵니다. 캐릭터별 리미트 기술은 연출도 화려해서, 새 기술을 처음 볼 때의 인상이 큽니다.

소환수도 마테리아로 다룹니다. 부르면 화면이 전환되며 긴 연출이 흐르고 큰 피해를 줍니다. 처음에는 그 장면을 보려고 계속 부르다가, 나중에는 길어서 넘기고 싶어지는 것까지가 이 게임의 흔한 경험입니다.

미드가르와 그 바깥

이야기는 여덟 구역으로 나뉜 거대 도시 미드가르에서 시작합니다. 위층에는 부유한 이들이 살고 아래층 빈민가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 구조가 배경 설정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축으로 쓰입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세계가 크게 열립니다. 초원과 사막, 눈 덮인 지역을 지나며 여러 도시를 거치고, 탈것을 얻으면서 갈 수 있는 곳이 계속 넓어집니다. 본편과 별개로 즐길 거리가 곳곳에 있어, 놀이공원에서 여러 놀이를 하거나 초코보를 길러 교배하는 데 오랜 시간을 쏟은 사람도 많습니다.

오래 이야기되는 이유

이 게임이 특별히 기억되는 이유는 이야기의 어느 한 장면 때문이기도 합니다. RPG에서 그런 전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그 대목은 오랫동안 회자되었고, 당시 그 장면을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지금도 이야기 소재가 됩니다.

주인공 클라우드와 대척점에 선 세피로스의 관계, 그리고 주인공의 기억을 둘러싼 반전은 이후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남겼습니다. 여러 장의 디스크에 나눠 담길 만큼 분량이 컸고, 그만큼 오래 붙잡고 있게 되는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