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존 2 시스템 16C판
판타지 존 2 오파오파의 눈물 (Fantasy Zone Ii the Tears of Opa Opa System 16c) · 200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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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 나왔어야 할 게임을 2008년에 만들다
이 게임의 사연은 조금 특이합니다. 원래 판타지 존 2는 1987년에 가정용 8비트 기기용으로 나왔습니다. 1편이 오락실 기판에서 화려하게 굴러가던 것과 달리, 2편은 성능이 한참 아래인 기계에서 만들어졌고 그만큼 화면도 소리도 줄었습니다. 시리즈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오래도록 아쉬워하던 지점입니다.
그로부터 이십 년쯤 지나, 개발사 M2가 이런 가정을 세웠습니다. 만약 이 게임이 처음부터 1편과 같은 오락실 기판에서, 같은 팀 손에 만들어졌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실제로 그 시절 기판 위에 게임을 새로 얹었습니다. 메모리를 늘린 구성을 따로 이름 붙여 부를 만큼 당시 하드웨어의 제약을 그대로 지키면서 만든 물건입니다. 옛날 게임을 흉내 낸 신작이 아니라, 옛날 기판에서 진짜로 돌아가는 물건을 뒤늦게 만들어 낸 셈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판타지 존 2(Fantasy Zone II)는 동그란 몸에 다리가 달린 기체 오파오파를 조종하는 가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화면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좌우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이 이 시리즈의 뼈대입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적이 솟아나는 거점이 여러 개 흩어져 있고, 그것을 모두 부수면 보스가 나타납니다.
또 하나의 축은 상점입니다. 적을 잡으면 돈이 떨어지고, 스테이지 중간에 나타나는 풍선 상점에 들어가 무기와 엔진, 폭탄을 사서 답니다. 좋은 물건일수록 비싸고, 어떤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그러니 언제 무엇을 살지가 곧 전략이 됩니다. 슈팅에 쇼핑을 붙인 이 구조가 시리즈를 다른 슈팅과 확실히 구분해 줍니다.
이 판본만의 구조
이 판본이 원래의 2편과 크게 다른 점은 스테이지 짜임새입니다. 원판은 한 스테이지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문을 통해 오가는 구조였는데, 이 판본은 그 대신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두 겹을 두고 통로로 오가게 했습니다. 같은 스테이지의 앞면과 뒷면을 오가며 거점을 처리하는 셈입니다.
이 변화 덕분에 헤매는 느낌이 줄고 진행이 훨씬 매끄러워졌습니다. 원판의 여러 방 구조는 지도를 외우기 전까지 어디를 아직 안 갔는지 헷갈리기 쉬웠는데, 두 겹 구조는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요령과 막히는 곳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돈을 아끼는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초반에 엔진, 곧 이동 속도부터 올려 두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기본 속도로는 적탄 사이를 빠져나가기가 답답하고, 거점을 도는 시간도 길어져 결국 더 많이 죽습니다.
두 번째는 폭탄 관리입니다. 지상 거점을 상대할 때 폭탄이 있느냐 없느냐로 걸리는 시간이 크게 갈립니다. 아껴 두다 보스 앞에서 빈손이 되는 것보다, 거점 정리에 쓰고 돈을 더 벌어 다시 사는 쪽이 대체로 이득입니다.
보스전은 이 시리즈에서 늘 별도의 시험입니다. 몸집이 크고 형태가 기괴한 상대가 정해진 패턴으로 화면을 채우는데, 좌우로 계속 도망 다니면서 안전한 각도를 찾는 것이 기본입니다. 화면이 좌우로 이어져 있으니 한쪽 끝에 몰렸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면 훨씬 여유가 생깁니다.
파스텔 색의 슈팅
이 시리즈가 오래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색입니다. 대부분의 슈팅이 검은 우주와 금속 기체를 그리던 시절에, 이쪽은 분홍과 하늘색 구름, 둥근 나무, 웃는 얼굴의 적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난이도는 결코 만만하지 않아서, 겉모습에 속아 들어왔다가 호되게 당하는 것이 시리즈의 오랜 농담이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1편 쪽이 훨씬 널리 퍼졌습니다. 동그란 기체가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그림은 한번 보면 잊히지 않아서, 슈팅에 서툰 사람도 구경은 해 본 게임이었습니다. 이 판본은 그 1편의 감각을 2편의 이야기에 그대로 얹은 물건이라, 1편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처음 켜자마자 손이 익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