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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패닉

퍼즐 패닉 (Puzzle Panic) · 1986 · System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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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을 만든 사람의 본업은 게임 개발자가 아니었습니다. 켄 어스턴은 블랙잭 카드 카운팅으로 이름을 날린 인물로, 카지노에서 출입을 금지당할 정도였던 실제 도박 전략가입니다. 그가 게임 회사와 손잡고 만든 것이 퍼즐 패닉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마지막 퍼즐에는 정답이 무엇인지조차 알려 주지 않는 문제가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그걸 푼 사람에게 애틀랜틱시티 카지노 여행권을 주는 행사가 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퍼즐 패닉(Puzzle Panic)은 하나의 규칙을 파고드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 다른 퍼즐 열한 종류를 모아 놓은 모음집입니다. 주인공은 베니라는 이름의 전구입니다. 이 전구를 조종해 각 퍼즐을 풀어 나가는 구성인데, 퍼즐마다 규칙이 완전히 달라서 매번 새로 배워야 합니다.

퍼즐 패닉 퍼즐 게임 화면 1 - MSX (1986)

열한 개의 서로 다른 문제

이 게임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요즘의 미니게임 모음집을 떠올리면 됩니다. 다만 반사신경을 쓰는 미니게임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퍼즐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퍼즐 하나하나에 난이도 단계가 여러 개씩 붙어 있습니다. 열한 종류에 각각 몇 단계씩 붙으니 전체로는 마흔 판이 넘습니다. 같은 퍼즐이라도 난이도를 올리면 조건이 늘어나거나 시간이 줄어드는 식으로 압박이 커집니다.

문제는 각 퍼즐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게임이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시절 소프트는 설명서가 게임의 절반이었는데, 지금 화면만 보고 시작하면 처음 몇 판은 규칙을 알아내는 데 다 씁니다. 이것도 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규칙을 추론하는 것 자체가 첫 번째 퍼즐인 셈입니다.

정답을 알려 주지 않는 마지막 문제

이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메타시퀀스라고 불리는 마지막 퍼즐입니다. 다른 퍼즐과 달리 이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명시되지 않습니다. 목표를 스스로 알아내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원래 이건 상금이 걸린 대회였습니다. 정해진 날짜까지 답을 보낸 사람들 중에서 추첨해 카지노 여행을 보내 주는 행사였고, 게임을 파는 홍보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도박 전략가가 만든 게임답게, 정답을 숨겨 놓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식 자체가 기획의 일부였던 겁니다.

지금 이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상금은 없지만, 아무런 안내 없이 던져진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는 경험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게임에서는 거의 사라진 종류의 불친절함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을 거쳐 온 게임

이 게임은 원래 1984년 미국에서 아타리 8비트 컴퓨터와 코모도어 64용으로 나왔습니다. 낸 곳은 엡시로, 80년대 미국 컴퓨터 게임계에서 상당한 이름값이 있던 회사입니다. 서머 게임즈와 임파서블 미션 같은 작품을 낸 곳입니다.

MSX판은 1986년에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만든 컴퓨터 게임이 일본 기종으로 옮겨져 나오는 건 이 시기에 종종 있던 일입니다. 반대 방향의 흐름이 훨씬 컸지만, 미국 컴퓨터 게임계에도 일본에 소개할 만한 물건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퍼즐 게임이 아직 형태를 찾기 전

1986년은 테트리스가 아직 세상에 알려지기 전입니다. 퍼즐 게임이라는 장르가 지금처럼 명확한 형태를 갖추기 전이었고, 그래서 이 시기의 퍼즐 게임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시도했습니다. 퍼즐 패닉이 하나의 규칙 대신 열한 개를 모아 놓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재미있는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여러 개를 넣어 본 것입니다.

한국에서 MSX는 학습용이라는 이름으로 팔린 집 컴퓨터였습니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사 준 기계로 게임을 하던 시절이었고, 퍼즐 게임은 그중에서도 부모에게 덜 혼나는 축이었습니다. 머리 쓰는 게임이니까요.

지금 해 보면 그림은 소박하고 조작도 뻣뻣합니다. 대신 문제를 던지고 답을 알아내게 만드는 방식은 여전히 통합니다. 짧게 몇 판만 붙잡아 봐도 어떤 종류의 게임인지 금방 감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