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오스
페리오스 (Phelios Japan) · 1988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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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자리에 신이 앉았습니다
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대개 전투기나 우주선을 떠올리는데, 이 게임의 주인공은 날개 달린 말을 탄 청년입니다. 화면 아래에서 위로 밀고 올라가는 방식은 여느 종스크롤 슈팅과 같은데, 앞을 가로막는 것이 적기가 아니라 뱀 머리를 한 여자와 소머리를 한 거인이라는 점에서 첫인상이 확실히 다릅니다.
페리오스(Phelios)는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삼은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태양신 아폴론이 페가수스를 타고, 사악한 신 튀폰에게 붙잡혀 간 아르테미스를 되찾으러 가는 이야기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사격뿐이라 규칙 자체는 단순하지만, 화면을 채우는 그림과 소리의 밀도가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힘을 모아 던지는 검
공격 버튼을 톡톡 누르면 작은 탄이 나가고, 누른 채로 버티면 힘이 모여 굵은 검 모양의 탄이 날아갑니다. 이 게임의 감각은 대부분 이 차이에서 나옵니다. 잡졸이 몰려올 때는 연타로 흩어 버리고, 덩치 큰 적이나 보스 앞에서는 모을 시간을 벌어 가며 한 방씩 꽂아 넣는 식으로 리듬이 갈립니다.
아이템을 먹으면 탄이 굵어지고 사거리가 늘어납니다. 다만 한 번 맞으면 그동안 쌓은 것이 날아가기 때문에, 화면이 복잡해질수록 욕심을 줄이고 안전한 자리로 물러나 힘을 모으는 쪽이 오래 삽니다. 모으는 동안에는 자연히 움직임이 굼떠지므로, 언제 모으고 언제 피할지를 나누는 판단이 곧 실력입니다.
신화가 그대로 보스가 됩니다
스테이지 끝마다 기다리는 것은 신화 속에서 이름을 들어 본 괴물들입니다. 돌로 만들어 버리는 뱀 머리의 여자, 미궁에 갇혀 있던 소머리 거인처럼 이야기로만 알던 존재가 화면 절반을 차지하는 크기로 등장합니다. 어떤 보스는 몸이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 약점을 찾아 때려야 하고, 어떤 보스는 화면 밖으로 나갔다 방향을 바꿔 돌아옵니다.
보스마다 탄을 뿌리는 방식이 달라서, 처음에는 그냥 맞고 죽고 두 번째부터 자리를 잡습니다. 아래쪽 구석에서 버티면 편한 상대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바짝 붙어 위쪽에서 돌아야 안전한 상대도 있습니다. 이런 자리 싸움을 하나씩 알아 가는 과정이 이 게임을 다시 붙잡게 만듭니다.
구출해야 할 사람
스테이지 사이사이에는 붙잡혀 있는 아르테미스의 모습이 짧게 끼어듭니다. 슈팅 게임에 이야기를 얹는 방식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이야기를 한 칸 진행시키는 느낌을 줍니다. 화면 사이에 끼어드는 이 장면들이 있어서, 단순히 점수를 올리는 것과는 다른 목적이 생깁니다.
난이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피격 판정이 관대한 편이 아니고 적탄이 빠른 구간도 있어서, 한 번에 끝까지 가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스테이지마다 색과 배경이 확실히 달라 다음 판이 궁금해지고, 그 궁금증 때문에 동전을 한 번 더 넣게 되는 종류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