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랜드
도키도키 펭귄 랜드 (Doki Doki Penguin Land) · 1985 · Pony Can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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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서 주인공이 지켜야 하는 것은 자기 목숨이 아니라 알입니다. 아빠 펭귄은 아무리 높은 데서 떨어져도 멀쩡하지만, 알은 조금만 높은 데서 떨어뜨려도 금이 가고 깨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하는 내내 신경 쓰는 것은 "내가 어떻게 내려갈까"가 아니라 "알을 어떻게 안전하게 내려보낼까"입니다. 주인공보다 짐이 더 소중한, 흔치 않은 구조입니다.
펭귄 랜드(Doki Doki Penguin Land)는 얼음 블록으로 채워진 세로로 긴 화면에서 알을 맨 아래까지 내려보내는 퍼즐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 맨 위 이글루에서 알이 나오고, 아빠 펭귄은 부리로 얼음을 깨거나 알을 좌우로 밀면서 길을 만듭니다. 알이 한 번에 떨어질 수 있는 높이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 한계를 넘겨 떨어뜨리면 알이 깨지고 한 판을 잃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작은 아주 적습니다. 좌우로 걷고, 뛰고, 얼음을 깨는 것이 전부입니다. 펭귄은 자기 아래쪽과 좌우의 얼음 블록을 부리로 부술 수 있고, 이 능력으로 알이 굴러갈 길을 설계합니다. 알은 펭귄이 밀면 좌우로 굴러가고, 아래가 비면 떨어집니다.
핵심은 낙하 높이 관리입니다. 그냥 아래쪽 얼음을 전부 깨 버리면 알이 한 번에 바닥까지 떨어져 깨집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얼음을 남겨 두어 알이 여러 번에 나눠 떨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층계참을 만들어 주는 셈입니다. 어떤 블록을 깨고 어떤 블록을 남길지 판단하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방해물도 있습니다. 얼음 사이를 돌아다니는 적들이 알에 닿으면 알이 깨지거나 펭귄이 당합니다. 적의 이동 경로를 보고 알을 언제 굴려 보낼지 타이밍을 잡아야 하고, 때로는 알 앞을 막고 서서 적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보내야 합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처음 하면 알이 어디까지 떨어져도 되는지 감이 안 잡혀서 계속 깨뜨립니다. 알이 안전하게 떨어질 수 있는 높이를 화면에서 알려 주는 표시가 있으므로, 그것을 기준으로 삼고 그 이상은 절대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면 실수가 확 줄어듭니다.
두 번째로 흔한 실수는 얼음을 너무 많이 깨는 것입니다. 눈앞의 한 칸을 뚫으려다 그 아래 세 칸이 함께 무너져 알이 곧장 바닥으로 가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깨기 전에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화면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급할 것이 없는 게임이므로 한 수를 두기 전에 몇 수 앞을 보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알이 얼음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 않는 상황도 자주 나옵니다. 이때는 알 위로 올라가 밟아 주면 빠지므로, 갇혔다고 판단하기 전에 이 방법을 먼저 써 보면 됩니다. 정말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는 배치를 만들어 버리면 그 판은 다시 해야 합니다.
이 게임만의 것
같은 시기 퍼즐 액션은 대개 주인공이 적을 피하거나 없애는 데 초점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대신 물체를 안전하게 옮기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적은 목표가 아니라 방해 요소일 뿐이고, 진짜 상대는 지형입니다. 그래서 반사신경보다 판단이 앞서고, 한 판을 오래 들여다보게 됩니다.
블록을 깨서 아래로 내려가는 얼개는 얼핏 다른 굴 파기 게임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지나갈 길이 아니라 알이 굴러갈 길을 만든다는 점이 다릅니다. 내가 지나갈 길이라면 최단 경로가 최선이지만, 알이 굴러갈 길은 오히려 돌아가고 완만해야 안전합니다. 이 뒤집힌 목표가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세가와 이 시리즈
이 게임은 세가가 만든 시리즈의 첫 작품이고, 이후 여러 기종으로 이어졌습니다. 뒤에 나온 판본들은 스테이지 수를 늘리고 직접 스테이지를 만들어 저장하는 기능을 붙이는 등 퍼즐로서의 성격을 더 밀고 나갔습니다. 이 첫 작품은 그 기본 규칙을 만들어 놓은 자리에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MSX가 가정에 들어오던 시기에 이런 조용한 퍼즐 게임들이 나름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시끄러운 슈팅이나 액션과 달리 소리를 줄이고 해도 되고, 한 판이 끝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잠깐씩 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알을 깨뜨릴 때 나는 소리 하나로 실패를 알려 주는 단순한 만듦새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