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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레슬링 패미컴판

프로 레슬링 (Pro Wrestling Europe) · 1987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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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화면에 남은 한 줄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기술도 캐릭터도 아니라, 경기에서 이겼을 때 화면에 뜨는 축하 문구입니다. 어딘가 어색한 영어 한 줄이 승리 때마다 나오는데, 그 어색함 자체가 오래 회자되면서 8비트 시절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게임 내용과 상관없는 부분이 이만큼 오래 기억되는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프로 레슬링(Pro Wrestling)은 여섯 명의 레슬러 중 하나를 골라 다른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챔피언 벨트를 따내는 레슬링 게임입니다. 링을 옆에서 보는 시점으로 두 선수가 맞붙고, 타격과 붙잡기 기술 그리고 로프를 이용한 동작으로 상대의 체력을 깎아 핀을 노리는 구성입니다.

프로 레슬링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7)

여섯 명의 서로 다른 선수

이 게임이 오래 사랑받은 큰 이유는 선수마다 필살기와 성격이 확실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형 선수, 발차기가 빠른 무술가 유형, 물어뜯거나 반칙에 가까운 기술을 쓰는 괴짜 유형까지 갖춰져 있어서 어떤 선수를 고르느냐에 따라 경기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각 선수는 자기만의 필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고, 이 기술이 들어가면 대미지가 확연히 큽니다. 다만 필살기는 대개 상대를 붙잡은 상태나 특정 거리에서만 나가기 때문에, 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선수를 다루는 실력이 됩니다. 컴퓨터 상대 선수들도 자기 필살기를 노리고 들어오므로,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을 노리는지 알아 두면 대응하기 쉬워집니다.

프로 레슬링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7)

붙잡기 싸움과 로프

두 선수가 정면으로 맞붙으면 붙잡기 상태가 되고, 여기서 버튼 연타로 힘겨루기가 벌어집니다. 이긴 쪽이 상대를 들어 던지거나 유리한 자세를 잡게 되는데, 이 순간이 경기 흐름의 분기점입니다. 연타에서 계속 밀리면 손 쓸 새 없이 얻어맞게 되니, 붙잡기를 자신 없으면 아예 거리를 두고 타격으로 갉아먹는 방식이 낫습니다.

로프 활용도 중요합니다. 상대를 로프로 밀어 튕겨 나오는 순간을 노려 기술을 걸거나, 코너 위로 올라가 몸을 날리는 공격이 가능합니다. 다만 로프에 튕겨 오는 상대를 잘못 마중 나가면 오히려 자기가 받아 넘어가므로, 상대가 튕겨 나올 타이밍을 정확히 재야 합니다.

핀과 링 아웃

체력이 충분히 깎인 상대를 눕히고 올라타면 심판이 카운트를 셉니다. 상대 체력이 남아 있으면 대개 빠져나오기 때문에, 확실히 지쳤을 때를 노려야 합니다. 핀을 시도하는 동안 상대가 빠져나오면 오히려 자기가 반격당하기 쉬운 자세가 되므로 무리한 핀은 손해입니다.

링 밖으로 나가면 카운트가 시작되고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패배합니다. 몰릴 때 잠깐 나가 체력을 추스르는 것도 방법이지만, 상대가 밖까지 따라 나와 때리면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이렇게 링 안팎을 오가며 만들어지는 완급이 이 게임을 단순한 버튼 연타 이상으로 만들어 줍니다. 지금 해 봐도 두 사람이 붙으면 승부가 쉽게 안 나는, 잘 짜인 대전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