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파이터 마스터시스템판
피트 파이터 (Pit Fighter Europe) · 1991 · Do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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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배우가 그대로 화면에 들어온 격투 게임
1990년대 초 오락실에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화면 속 인물들이 그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점입니다. 실제 배우를 촬영해 그 장면을 디지털로 옮겨 캐릭터로 쓰는 방식이었는데, 당시 대부분의 게임이 손으로 그린 도트 그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팔다리가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고 얻어맞을 때 몸이 휘청거리는 모습이 묘하게 사실적이어서 처음 보면 한참 서서 구경하게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피트 파이터(Pit Fighter)는 지하에서 열리는 불법 격투 대회를 배경으로 한 격투 액션 게임입니다. 링이나 무대가 따로 없이 구경꾼들이 둥글게 둘러싼 공터 한가운데서 싸우고, 관중이 던지는 물건과 무대에 굴러다니는 각목, 칼, 오토바이 같은 것들이 그대로 무기가 됩니다. 마스터시스템판은 이 오락실 원작을 8비트 가정용 기기에 맞게 옮긴 이식작입니다.
세 명의 파이터
플레이어가 고르는 인물은 세 명입니다. 몸집이 크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버즈, 무술을 쓰는 균형형 타이 그리고 프로 레슬러 출신으로 붙잡기 기술이 강한 카토입니다. 셋의 성격이 확실히 달라서 누구를 고르느냐에 따라 싸우는 방식이 크게 바뀝니다.
버즈는 한 대 한 대가 무겁지만 느려서 헛방을 치면 그대로 반격을 맞습니다. 타이는 발차기가 빠르고 거리 조절이 편해 처음 잡기에는 무난한 편입니다. 카토는 상대를 붙잡아 던지는 기술이 강력한데, 여러 명을 상대할 때는 한 명을 붙잡는 동안 다른 쪽에서 얻어맞기 쉬워서 상황을 보고 써야 합니다.
무기와 관중이 만드는 난장판
이 게임의 재미는 정정당당한 대결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각목이나 칼을 주워 들면 훨씬 유리해지고, 무기를 든 채로 밀어붙이면 상대가 손을 못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먼저 무기를 잡으면 순식간에 체력이 깎이니 무기가 보이면 먼저 달려가는 게 기본입니다.
싸움터를 둘러싼 관중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가장자리로 밀리면 관중이 밀쳐내거나 때리기도 해서, 구석에 몰리는 순간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앙을 차지하고 상대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식으로 싸우는 게 유리합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덤비는 판에서는 한 명을 계속 쫓기보다 등 뒤가 비지 않게 계속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8비트로 옮겨오면서 남은 것과 사라진 것
가정용 이식작에서 가장 아쉬운 건 역시 그 실사 그래픽입니다. 오락실 원판의 커다랗고 세밀한 인물이 8비트 화면 크기와 색 수에 맞춰 줄어들면서, 원작이 자랑하던 사실감이 상당 부분 깎였습니다. 움직임도 원판만큼 부드럽지 않아서 처음 오락실판을 본 사람이라면 차이를 바로 느낍니다.
그래도 무기를 주워 휘두르고 관중을 밀치며 난투를 벌이는 골격은 남아 있어서, 컨트롤에 익숙해지면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몇 개씩 넣어야 겨우 진행하던 게임을 집에서 마음껏 반복해 볼 수 있다는 게 당시 이식작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격투 게임이 스트리트 파이터 식으로 굳어지기 전, 어떤 형태들이 시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도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