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파이터 후기판
피트 파이터 (Pit Fighter World October 1991) · 1991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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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이 둘러싼 지하 격투장
화면 가장자리를 사람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링도 로프도 없습니다. 그냥 사람들 사이의 빈 공간이 격투장입니다. 밀려나면 관중이 등을 밀어 다시 안으로 던져 넣습니다. 피트 파이터의 첫인상은 이 답답하고 거친 공간에서 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싸우는 인물들은 그림이 아니라 실제 사람을 찍어 넣은 것입니다. 당시로서는 아주 드문 표현이었고, 화면 앞에 서면 어딘가 낯선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피트 파이터 후기판(Pit Fighter)은 지하 격투 대회를 배경으로 상대와 맞붙어 상금을 벌어 나가는 격투 액션 게임입니다. 세 명의 파이터 중 한 명을 골라 여러 상대를 차례로 넘어야 합니다.
일대일 대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한꺼번에 덤비는 판과 둘이 짝을 지어 싸우는 판이 섞여 있습니다. 위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는 넓은 바닥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정통 격투보다는 난투극에 가까운 성격입니다.
이 판이 다른 점
같은 게임이라도 여러 차례 손질을 거치며 판이 나뉩니다. 이 후기판은 앞선 판이 나온 뒤 조정을 거친 것으로, 판정이나 난이도 세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겉모습과 진행 구조는 같지만, 실제로 붙어 보면 상대의 반응 속도나 공격이 들어가는 감각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런 개정판은 오락실 기판에서 흔한 일이었습니다. 출시 후 실제 가게에서 돌려 보고 너무 어렵거나 쉬운 부분을 조정해 다시 내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게임의 여러 판이 남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싸우는 법
먼저 익혀야 할 것은 거리 감각입니다. 이 게임은 공격 버튼을 누르고 실제 타격이 나가기까지 시간차가 있어서, 상대를 보고 누르면 늦습니다. 상대가 들어올 자리를 예측해 미리 내야 합니다.
가장 효율이 좋은 것은 잡기입니다. 상대에게 붙어 잡으면 연속으로 무릎을 넣거나 던질 수 있어서, 타격을 주고받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체력을 깎습니다. 다만 실패하면 크게 반격당하니 무리하면 안 됩니다.
바닥에 떨어진 각목이나 칼 같은 물건도 적극적으로 써야 합니다. 무기를 든 쪽이 확연히 유리하기 때문에, 상대보다 먼저 집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디서 막히는가
초보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여럿이 덤비는 판입니다. 앞뒤로 둘러싸이면 빠져나올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그대로 체력이 녹습니다. 요령은 계속 움직이는 것입니다. 한자리에 서서 상대하지 말고 위아래로 이동하며 한 명씩 떼어 내야 합니다.
관중에게 밀리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화면 가장자리로 몰리면 관중이 밀어 넣는 동안 무방비가 되므로, 항상 안쪽 공간을 확보하고 싸우는 편이 좋습니다.
체력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아서, 앞 상대에게 잃은 체력이 다음 판에 그대로 부담이 됩니다.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는 최대한 안 맞고 이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럿이 함께
이 게임은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둘이 붙어서 함께 다른 상대를 상대할 수도 있고, 서로를 때릴 수도 있습니다. 오락실에서는 옆에 앉은 사람과 협력하다가 갑자기 배신하는 장면이 흔하게 벌어졌습니다.
난투극 성격의 게임이라 사람 수가 늘어날수록 화면이 정신없어집니다. 그 혼란 자체가 이 게임의 분위기와 잘 맞아서,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 할 때 훨씬 즐겁습니다.
피트 파이터는 게임 완성도로 기억되는 작품이라기보다, 실사 촬영이라는 표현 방식으로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사람을 찍어 게임에 넣는다는 발상은 이후 여러 게임으로 이어졌고, 그중 일부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조작이 무겁고 판정이 애매하다는 평가는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등장한 뒤로는 격투 게임으로서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해 보면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지저분한 지하 공간, 실사로 찍은 인물, 관중의 소음. 다른 격투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거친 감각이 여기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