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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파이터 슈퍼패미컴판

피트 파이터 (Pit Fighter Europe) · 1993 · Time Warner Inter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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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찍어 게임에 넣다

이 게임이 오락실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걸음을 멈춘 이유는 화면 속 인물들이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배우를 촬영해 그 영상을 디지털로 변환해 캐릭터로 쓰는 방식이었고, 손으로 그린 도트 캐릭터가 당연하던 시절에 이건 확실히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몸이 실제 사람처럼 휘청거리고 얻어맞을 때 자세가 무너지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사실적이었습니다.

피트 파이터(Pit Fighter)는 지하에서 열리는 불법 격투 대회를 배경으로 한 격투 액션 게임입니다. 링도 무대도 없이 구경꾼들이 둘러싼 공터에서 맨몸으로 싸우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각목과 칼, 심지어 오토바이까지 무기로 쓸 수 있습니다. 슈퍼패미컴판은 이 오락실 원작을 16비트 가정용 기기로 옮긴 이식작입니다.

피트 파이터 슈퍼패미컴판 액션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3)

세 사람 중 하나를 고른다

선택할 수 있는 파이터는 셋입니다. 덩치가 크고 한 방이 무거운 버즈, 무술을 쓰는 균형형 타이, 프로 레슬러 출신으로 붙잡아 던지는 기술이 강한 카토입니다. 성격이 확실히 나뉘어 있어 누구를 고르느냐가 곧 전략이 됩니다.

버즈는 위력이 좋지만 동작이 느려서 헛방을 치면 그대로 반격을 받습니다. 타이는 발차기가 빠르고 거리 조절이 편해 처음 잡기에 가장 무난합니다. 카토의 던지기는 위력이 크지만 붙잡는 동안 다른 적에게 무방비가 되므로, 여럿을 상대할 때는 쓸 순간을 골라야 합니다.

피트 파이터 슈퍼패미컴판 액션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3)

무기와 관중

이 게임이 다른 격투 게임과 다른 점은 정정당당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바닥에 무기가 보이면 먼저 집는 쪽이 유리하고, 각목을 든 채로 몰아붙이면 상대가 손을 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무기를 잡으면 순식간에 체력이 깎이니, 무기가 놓인 위치를 항상 신경 써야 합니다.

싸움터를 둘러싼 관중도 변수입니다. 가장자리로 밀리면 관중이 떠밀거나 때리기 때문에 구석에 몰리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래서 중앙을 차지하고 상대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 기본 전술이 됩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덤비는 판에서는 한 명만 쫓지 말고 등 뒤가 비지 않게 계속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이식판이 남긴 것

가정용으로 옮기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원판의 커다랗고 세밀한 실사 캐릭터입니다. 화면 크기와 색 수의 제약 때문에 인물이 작아지고 동작도 원판만큼 부드럽지 않아서, 오락실판을 본 사람이라면 차이를 곧바로 느낍니다.

그래도 무기를 주워 휘두르고 관중을 밀치며 벌이는 난투라는 골격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계속 넣어야 했던 게임을 집에서 마음껏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이식판의 존재 이유였고, 지금 다시 해 보면 격투 게임이 지금의 형태로 굳어지기 전에 어떤 시도들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기록으로도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