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 파이터
핏 파이터 (Pit Fighter USA Europe) · 1992 · T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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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찍어서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이 오락실에 처음 놓였을 때 사람들이 놀란 것은 화면이었습니다. 그림으로 그린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사람을 촬영해 게임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근육질 배우들이 실제로 주먹을 뻗는 사진이 한 장씩 넘어가면서 움직이니, 당시 기준으로는 다른 격투 게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실감이 났습니다.
그 대신 동작이 뚝뚝 끊어지고 몸이 무겁게 움직입니다. 부드러운 조작감을 기대하면 당황스럽지만, 이 묵직한 반응이 오히려 맨몸으로 치고받는 뒷골목 싸움 같은 분위기를 만듭니다.
링이 아니라 구덩이입니다
핏 파이터(Pit Fighter)는 정식 경기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싼 자리에서 벌어지는 격투 게임입니다. 참가자는 셋 중 하나를 고르는데, 힘이 좋은 거구, 발차기가 빠른 무술가, 균형 잡힌 레슬러처럼 성격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한 판은 상대를 쓰러뜨릴 때까지 이어지고, 이기면 다음 상대가 나옵니다. 진행할수록 상대가 둘씩 나오기도 해서 정면으로만 싸우면 금방 몰립니다. 등 뒤를 신경 쓰면서 자리를 잡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입니다.
관중이 밀어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링에 줄이 없다는 점입니다. 싸우다 가장자리로 밀리면 구경하던 관중이 손으로 밀어서 다시 안으로 던져 넣습니다. 도망칠 곳이 없다는 뜻이고, 밀리는 쪽은 계속 불리한 자세로 되돌아옵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건도 그대로 무기가 됩니다. 각목이나 쇠파이프, 칼 같은 것을 주워 휘두를 수 있고, 상대도 마찬가지로 집어 듭니다. 그래서 판이 시작되면 먼저 무기를 확보하러 달려가는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던지고 밟는 싸움
기술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주먹, 발차기, 점프 공격, 그리고 붙잡아 던지기 정도입니다. 대신 쓰러진 상대를 계속 때릴 수 있어서 한 번 넘어뜨리면 그대로 몰아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승부는 첫 한 방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거리를 재다가 한쪽이 붙잡히면 그때부터 일방적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정석적인 대전 격투처럼 커맨드를 외우는 게임이 아니라, 거리와 타이밍만으로 겨루는 게임입니다.
휴대기로 옮겨온 뒷골목
작은 흑백 화면에 실사 캐릭터를 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식판은 캐릭터를 단순하게 다듬고 화면을 정리해서, 원작의 무거운 타격감과 관중에게 떠밀리는 구조를 남기는 쪽을 택했습니다.
당시 격투 게임의 흐름에서 보면 이 게임은 조금 이상한 위치에 있습니다. 커맨드도 필살기도 없이 실사 그래픽 하나로 승부를 봤고, 그 시도 자체가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