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볼
하드볼 (Hardball) · 1987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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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게임의 화면을 어디에 두느냐는 오랫동안 정답이 없는 문제였습니다. 위에서 그라운드 전체를 내려다보게 하면 수비가 편하고, 타자 뒤에서 보게 하면 타격이 시원합니다. 이 게임은 투수 등 뒤에서 홈플레이트를 바라보는, 지금은 너무 당연해진 그 시점을 8비트 시절에 이미 잡아 놓은 축에 듭니다. 중계 화면과 같은 각도로 공이 날아오니, 처음 켠 사람도 이게 야구라는 걸 설명 없이 알아봅니다.
하드볼(Hardball)은 아홉 명을 세워 놓고 던지고 치고 달리는 정통 야구 게임입니다. 공격일 때는 타자를 조작해 공을 노리고 주자를 뛰게 하며, 수비일 때는 투수의 구종과 코스를 고르고 타구가 뜨면 야수를 움직여 잡습니다. 한 경기를 끝까지 치르는 구성이라,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이 짧지 않습니다.
던지는 쪽의 재미
이 게임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곳은 마운드입니다. 공을 던지기 전에 구종을 고르고, 던지고 나서도 공이 날아가는 도중에 좌우로 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깥쪽으로 빠질 것처럼 보내 놓고 마지막에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밀어 넣는 식의 수 싸움이 성립합니다.
투수를 바꾸는 판단도 실제로 의미가 있습니다. 던진 개수가 쌓이면 공이 눈에 띄게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하는데, 이때 바꾸지 않고 버티면 장타를 맞습니다. 불펜을 미리 준비해 두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겪는 일은 볼넷 남발입니다. 공을 휘게 만드는 조작이 재미있어 계속 건드리다 보면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손을 대지 않고 가운데로 곧게 던지면서 타이밍을 익히는 편이 낫습니다.
치는 쪽과 달리는 쪽
타격은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이밍 하나로 결정됩니다. 공이 화면 앞쪽으로 커지며 다가오므로, 커지는 속도로 구속을 읽는 눈이 붙어야 합니다. 변화구를 던지는 상대에게는 한 박자 늦춰 휘두르는 감각을 잡는 것이 요령입니다.
주루는 별도 조작으로 이루어집니다. 타구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기 전에 무작정 다음 베이스로 뛰면 어이없이 잡히므로, 뜬공인지 땅볼인지 확인하고 판단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도루를 걸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아 남발할 만한 수단은 아닙니다.
수비에서 갈리는 승부
타구가 뜨면 화면이 그라운드 쪽으로 바뀌고, 가장 가까운 야수를 조작해 공을 쫓아갑니다. 여기서 실수하면 단타가 3루타가 됩니다. 외야로 빠진 타구를 잡은 다음 어느 베이스로 던질지 고르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긴장되는 지점입니다.
내야 땅볼에서는 잡자마자 1루로 던지는 것이 기본이지만, 주자가 있을 때 무리하게 앞 베이스로 던지려다 세이프를 주는 일이 잦습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확실한 아웃 하나를 챙기는 쪽이 결과가 좋습니다.
8비트 야구 게임 속 자리
이 무렵 야구 게임은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캐릭터를 크게 그리고 홈런을 뻥뻥 치게 만든 오락실풍과, 선수 능력치와 투수 교체까지 챙기게 만든 시뮬레이션풍입니다. 이 게임은 확실히 뒤쪽에 가깝습니다. 화면이 요란하지 않은 대신, 한 경기를 진지하게 굴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접한 사람은 심심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반대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종을 고르고 투수를 아끼는 감각이 실제 야구와 닿아 있다는 점에서 오래 붙잡습니다. 취향이 뚜렷하게 갈리는 야구 게임입니다.
한국에서의 기억
컴퓨터 학원이나 친척 집에서 MSX2를 만져 본 사람들에게 야구 게임은 몇 안 되는 둘이서 할 수 있는 종목이었습니다. 스포츠 게임은 승부가 명확하고 설명이 필요 없어, 처음 온 친구를 앉혀 놓기에 가장 좋은 종목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 경기가 길다 보니 컴퓨터를 오래 붙잡고 있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끊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브라우저에서 그 시절 화면을 그대로 불러올 수 있으니, 그때 못 끝낸 경기를 마무리해 보기에 좋습니다.